장애인들에게도 원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동권)가 있다. /사진제공=모아스토리

시각장애인(전맹) A씨는 활동보조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이동이 어렵다.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로 장애물을 파악한다지만, 생각지도 않은 곳에 놓인 적치물이나 계단 등의 장애물을 지팡이 하나에 의존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A씨는 “선생님(활동보조사)이 있어야 그나마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취재한 장애 접근성 정보수집활동 현장 봉사자들 역시 장애인들이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은 비장애인 봉사자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면서 휠체어 장애인들의 고충을 체험하는 자리였다.

기자도 과거에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겠다며 수동휠체어를 타고 50m 앞에 있는 편의점까지 이동한 경험이 있다. 편의점은 도로 건너편. 눈으로도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어 ‘이정도야’라는 마음으로 도전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차도와 인도를 잇는 도로의 턱이 너무 높아 멀리 돌아가야 했다. 걸어서는 불과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가 5분으로 늘어났다. 그나마도 편의점 입구에 턱이 있어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왔다.

강민기 모아스토리 대표는 “나 역시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어서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사회 분위기가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조사로도 증명된다. 한국소비자원의 전국 지하철역 35개 장애인 편의시설 안전실태 조사 결과, 승강장과 지하철 간 간격·높이 차이가 커 발이나 휠체어 바퀴 빠짐, 넘어짐 등의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휠체어 장애인들의 경사형 리프트 이동을 돕는 역무원의 호출버튼 위치가 휠체어를 타고서는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 설치되어 있다. 버튼을 누려기 위해서는 추락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장애인들이 이동이 어렵다는 건 어디론가 가기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자칫 생명까지 위협받는 현실이다.

장애인들에게도 원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동권)가 있다. 이들의 기본권 확대를 위해 우선돼야 할 것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인식 개선이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아닌 ‘공존’한다는 시선 말이다.

“휠체어가 편하면 유모차, 물건을 끌고가는 사람 모두가 편리해요. 당장은 장애인을 위한 곳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편안해지는 거죠.” -조명민 밀리그램 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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