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통해 사회적경제 교육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창업 촉진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명시한 후, 교육부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을 발표한지 1년이 지났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협력해 사회적경제 선도 대학을 지정하고, 연구개발·학부개설 등 관련 사업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등 대학 교육을 통한 혁신 리더를 육성하는데 힘쓰는 중이다. 정부의 뒷받침에 힘입어 대학 차원에서도 관련 교육과정, 연계사업, 동아리 등이 점점 늘어나며 '사회적경제' 붐이 일고 있다. 본지에서는 대학에서 어떤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적경제를 접할 수 있는지, 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대학이 해야 하는 역할 3가지는 '연구,' '교육,' '사회 공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혁신'은 이들의 접점에 있습니다.
사회혁신의 물결이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합니다.”

지난 5월 SK 주최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행사에서 고려대 경영대학 문정빈 교수가 한 말이다. 그가 언급한 ‘역할’을 맡는 주체는 교수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대학생들이 사회혁신을 위해 자발적으로 뭉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중이다.

기부 넘어선 혁신...스스로 ‘인재’로 거듭나

# 국내 최초의 리어카 광고 매체 ‘끌림.’ 방송과 신문 등 각종 언론에서 소개된 바 있어 대중들에게 익숙한 소셜벤처다. 고물상이 끌림과 광고계약을 맺으면 끌림이 광고를 부착한 자체 개발 리어카를 고물상에 대여해주고, 이 리어카는 폐지 수거 어르신들이 끌게 한다. 하루 12시간 일해도 3000원을 채 벌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월 10만 원의 추가 수입을 올리게 한 이 프로젝트는 서울대 학생들이 성공시켰다. 이를 통해 끌림 박무진 전 대표는 2017년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시민대표 11인에 선정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끌림은 폐지 수거 노인의 리어카에 광고를 부착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들을 돕는다. /사진=끌림 홈페이지 캡처

끌림은 대학생의 역량으로 유의미한 사회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예로, 대학생 동아리 ‘인액터스’의 프로젝트로 시작한 사업이다. 인액터스(ENACTUS: Entrepreneurial. Action. Us.)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기업가 정신 실천 공동체다. 전 세계 40여개국 1700여 개의 대학에서 비즈니스로 사회혁신을 이끈다는 모토 아래 운영된다. 국내에는 2004년 들어와 ‘인액터스 코리아’ 사무국을 두고 30개 대학이 참여하며, 현재 1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끌림을 비롯한 다양한 인액터스 사업이 동아리 수준의 단기 프로젝트를 벗어나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으로 성장한 바 있다. 인액터스 코리아 이고은 사무국장은 “대학 내 사회혁신 물결이 퍼지면서 사회적경제나 소셜벤처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걸 최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도 있다. ‘리플렉터(Reflector)’는 지난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사회가치 추구 대학생 연합조직이다. 사회적경제, CSR, CSV, 지속가능경영 등의 소셜 임팩트에 대해 공부하며, 사회혁신 조직들과의 다양한 협업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리플렉터를 창립한 강예진 씨는 “사회 가치와 수익을 함께 추구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창업가 정신을 가진 대학생들에게 이를 더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리플렉터가 대학생 사이에 사회적경제 인식을 퍼트리기 위해 이화여대에서 연 '소블리 페스타' 현장.

인액터스나 리플렉터처럼 지역 사회 문제에 바로 뛰어드는 사회혁신 동아리 외에도 함께 모여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는 단체들도 있다. ‘SEN(Social Enterprise Network)’은 이화여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8개 대학에 지부를 보유한 사회적기업학회로,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 소셜 비즈니스 분야의 폭넓은 학습을 토대로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실행한다. 이화여대 지부 ‘SEN이화’의 경우 올해 사회적농업, 공정무역, 임팩트투자, 도시재생 등의 주제로 매주 토의를 열고, 실제로 지역사회 취약계층의 삶을 증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SEN이화는 올해 이화여대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경제 리더과정에도 전원 참여해 수업을 들으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학문적 이해도를 스스로 높였다.

이같은 대학생 조직들은 ‘사회혁신,’ ‘사회적경제’를 활동 키워드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회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사회가치 창출이 단순히 기부나 모금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변화 이끄니 정부·민간기관 지원 이어져

대학생들이 사회에 가져온 실질적인 변화는 ‘어른들’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소속된 대학교는 물론, 대기업이나 정부도 이들 역량을 인정하고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대구대학교 산학협력단, 한남대학교 한남사회혁신원,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센터 등 여러 대학 기관에서 대학생들의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한남대 한남사회혁신원 박효균 팀장은 “한남대 내 120개의 학생 창업 동아리가 있는데, 이 중 8개가 사회적경제 창업 동아리”라며 “매년 사회적경제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이 동아리들 중심으로 사회적경제 멘토와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남대는 매년 사회적경제 창업동아리 1팀당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2017 소셜벤처 대학 동아리 지원 사업 워크숍 현장. /사진=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정부 차원에서 보면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2014년부터 ‘소셜벤처 대학 동아리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사회가치를 추구하는 대학 동아리를 발굴하고, 소셜벤처 문화를 확산하는 사업이다. 매년 사회적경제 관련 아이디어를 가지고 활동하거나 소셜벤처 창업을 계획 중인 대학 동아리 20팀을 선정해 활동비과 멘토링 캠프 등을 지원한다. 지난해 7월에는 정부가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에서 정책 과제로 ‘풀뿌리 사회적경제 토대 구축’을 선정, 사회적경제 대학 동아리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해상은 씨앗프로그램을 통해 1차 서류 심사와 2차 인터뷰를 거쳐 선발된 최종 5개 팀에 초기자금과 함께 3개월간의 멘토링을 제공한다. /사진=현대해상 블로그

민간 기업의 지원도 활발하다. 현대해상은 시행 초기단계에 있는 인액터스 프로젝트팀을 선발해 초기운영 자금인 시드머니를 지원하는 ‘씨앗프로그램’을 진행한다. SK그룹은 올해 ‘대한민국 행복 인사이트: 소셜밸류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 ICT를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낸 대학생 팀들을 발굴했다. 씨앗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현대해상 사회공헌부 이준규 차장은 “대학생들에게 초기자금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으로 만든 게 ‘씨앗프로그램’”이라며 “이들이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인 결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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