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년간 국내 재순환·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해온 아름다운가게가 이제는 그 역할을 더 확장하기 위해 아름다운가게만의 새로운 모델이 필요한 때입니다." 

2002년 10월 국내 첫 재사용가게에서 출발해 17년만에 112개 지점 467명이 일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활용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한 아름다운가게의 수장이 된 윤여영 신임 상임이사의 일성이다. 

윤 상임이사는 지난달 2일 아름다운가게의 새 대표로 임명됐다. 그는 28년간 이랜드시스템스 대표이사, 이랜드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 이랜드리테일 대표이사 등을 거친 기업통이다. 그가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진 비영리단체이자 사회적기업인 아름다운가게에 몸을 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듣고자 지난달 26일 취임 한 달을 맞은 윤 상임이사를 만났다. 하지만 윤 상임이사는 기자보다 앞서 질문을 쏟아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아름다운가게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사회적경제는 현재 현황이 어떤가요?” 

30여년의 직장생활을 통틀어 비영리단체를 처음 경험해보는 그에게 이곳은 미지의 세계이자, 도전의 공간이다. 윤 상임이사는 기자의 답변을 경청하며 자신이 겪은 한달 경험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2일 임명된 아름다운가게 윤여영 신임 상임이사.

- 대기업에서만 30여년을 지냈습니다. 비영리단체는 처음인데, 이곳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작년 10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쉬는 사이에 아름다운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다른 곳에서도 제안이 왔는데 고민을 하다가 아름다운가게로 결정하고 응시했습니다.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게 많으니 다시 사회로 돌려주자는 마음이 컸죠. 또한 내가 애정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선택하는데 한 몫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과거 이탈리아에서의 기억도 아름다운가게로 오게 된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2년 정도 이탈리아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요. 그곳에서는 주말이면 주민들이 서로 교류하고 어울려 지냈는데, ‘공동체가 살아있구나' 생각했어요. 어릴 때 생각도 나고, 바쁘게 살면서 잃어버렸던 풍경을 다시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름다운가게와 같은 비영리단체가 그런 공동체를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지난달 2일 선임되고 9일날 취임식을 했으니,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한지 한 달이 되었네요.   

▶ 짧은 시간이지만, 취임 후 여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원주센터도 다녀왔는데, '다른 세상'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활동천사들이 시간을 내서 봉사하면서도 그걸 '희생'이 아닌 '기쁨'으로 느끼는 것을 보며 앞서 얘기한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공동체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그동안 반쪽만 보고 살았구나’라는 생각도 했고요.  지난 17년 간 국내에서 재순환, 나눔문화를 만들고 이끌어온 아름다운가게의 저력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기존에 일하던 곳과 조직문화 등이 많이 달랐을텐데, 적응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 제가 한 기업에서만 28년을 일한데다, 늘 새로운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도전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아직 한달 밖에 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비영리단체가 가진 특성인 관계지향적 조직문화가 강점이자 단점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수평적 문화, 민주적인 절차는 조직으로서는 강점입니다. 하지만 그게 잘 유지되려면 권한과 책임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모호했습니다. 비영리단체일수록 책임에 대해 더 철저해야 한다고 봅니다.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일 문화는 이곳이 가진 장점입니다. 지역센터로 갈수록 그런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데, 이후에도 이 부분은 잘 살렸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합니다. 현재의 강점은 강점대로 살리고, 단점은 극복하고 채워가며 성장해갔으면 합니다.     

지난 26일 열린 애슬레저 리딩 브랜드 '안다르'와 함께하는 바자회에 참여한 윤 상임대표.

- 앞으로 아름다운가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자 하나요.  

▶ 아름다운가게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끼쳐왔습니다. 이 긍정적인 영향력이 더 확대되려면 지금보다 더 큰 도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업 초기에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했기에 비영리단체 특유의 야성이 있었다는데, 안정화되고 시스템화 된 지금은 안주하고 그런 야성이 많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과거 아름다운가게가 재사용 문화를 새롭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중고물품 기부가 일반화된 지금,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더 큰 역할을 고민해야 합니다. 중고나라만 봐도 우리보다 회원 수가 훨씬 많습니다. 아름다운가게가 젊은 사람들의 재사용 기부 참여를 늘리기 위해 온라인 전략은 어떻게 세울지 등 다양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나눔활동에서도 더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연간 40억 원을 나눔 프로그램에 사용합니다만, 100만명에게 이를 나누면 1인당 돌아가는 비용이 미약합니다. 더 큰 나눔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부 및 나눔 모델이 필요합니다. 모금 금액의 규모화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가게가 가진 특성을 살린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수년전부터 내부에서 이런 부분을 고민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과제였습니다. 쉽지 않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기증에 대한 강력함을 보여주면 기부자들에게도 더 큰 울림이 되고 생태계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일단 시도해보고 그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고, 서로 성장하면 또 신뢰가 쌓인다고 봅니다. 그럼 사람들도 더 우리를 믿고 맡기게 되겠지요.  

- 얘기한 부분을 실현하기 위한 선행과제는 무엇이라 보나요. 

▶ 혼자 뛰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그동안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해온 구성원들의 공감과 지지 없이는 어려운 길이기에 저에게도 큰 도전입니다. 특히 아름다운가게와 같은 모델은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만큼 공감이 중요합니다. 느리더라도 공감을 형성하고 함께 가야 합니다. 여기에 팀장 이상 리더급들이 공감자로 역할을 해준다면 더할나위 없겠죠. 외부 의견도 많이 들으며 하나의 이정표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 임기가 3년입니다(2022년 6월 30일까지). 3년 후 어떤 평가를 받고싶나요. 

▶ 아름다운가게가 새로운 꿈을 찾았고 변하고 도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공동체의 가치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자부심, 자긍심 있는 조직, 매력적인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3년 임기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불쏘시개 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사진제공. 아름다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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