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중 도쿄에서 시골 마을로 전학을 온 12살 소년 ‘유라’의 모습.

이마를 덮는 더벅머리가 두 눈을 살짝 가렸다. 무표정한 얼굴에 좀처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아이는 묻는다. “왜 간절한 소원은 이뤄지지 않는 거냐”고. 살면서 ‘과연 신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여러 번 곱씹었을 어른들과 달리, 열두 살 소년에게 인생의 아이러니와 예측불허, 불행과 비운은 낯설기만 하다.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의 주인공 ‘사토 유라’의 이야기다.

‘나는 예수님이 싫다’는 일본의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라 불리는 22살의 젊은 감독 오쿠야마 히로시의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각본?촬영?편집까지 1인 다역을 맡았는데, 해당 작품으로 ‘제66회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제29회 스톡홀름국제영화제 촬영상’ 등을 수상하며 “천재 감독의 등장”이라는 평을 받았다.

오쿠야마 감독은 자신의 실제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썼다고 밝혔다. 극은 도쿄에서 시골 마을로 전학 온 12살 소년 ‘유라’ 앞에 ‘작은 예수님’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처럼 낯선 지역으로 가족이 이사를 오는 풍경으로 시작된다. 딱딱한 눈빛과 굳게 담은 입술이 유라의 심경을 드러낸다. 

축구를 매개로 카즈마와 우정을 나누게 된 뒤, 유라의 표정은 한층 밝아진다.

이사 다음 날 곧바로 간 학교는 기도를 하고 예배를 드리는 ‘미션 스쿨’이었다. 기독교에 경험이 없던 유라는 성경을 읽고 찬송을 부르는 선생님과 반 친구들 곁에서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유라의 눈앞에 ‘작은 예수님’이 등장한다. 유라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작고 귀여운 예수님에게 처음으로 ‘기도’라는 걸 해본다. “이 학교에서 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

예수님이 정말 유라의 소원을 들어줬을까. 유라는 우리에서 빠져나온 닭을 잡다가 우연히 ‘카즈마’와 가까워진다. 축구를 좋아하는 두 소년은 눈이 가득한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놀면서 우정을 쌓는다. 친구가 생긴 유라의 눈빛은 부드럽게 바뀌고 미소를 짓는 일이 많아진다. 서로의 집에 가서 게임을 하고, 멀리 여행도 같이 떠나면서 둘도 없는 사이가 된다.

영화 중반부까지 작은 예수님은 유라의 사소한 소원까지 잘 들어준다. ‘나는 예수님이 싫다’가 아니라 ‘나는 예수님이 좋다’라고 말할 만한 흐뭇한 일상이 이어진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비극적 사건은 유라에게 커다란 시련을 안기고, 그의 눈빛에 다시 그늘을 드리운다. 행복과 불행을 통해 한 걸음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삶 자체를 곱씹어보게 된다.

'작은 예수님'을 만난 유라는 결국 “왜 간절한 소원은 이뤄지지 않는 거냐”고 묻게 된다.

섬세함을 눌러 담은 작품은 일본 영화 특유의 감수성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끌어당길 만하다. 다만 최근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 국가 제외 등에 따른 불매운동의 영향이 문화계까지 퍼지는 상황에서 한국 대중에게 충분히 다가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 개봉은 수출 규제 이전부터 예정된 것이지만, 관객들 사이에서 ‘일본 보이콧’ 분위기가 형성돼 확산 중이기 때문이다.

영화 평점 사이트와 극장 예매창, 관련 기사 등에는 ‘일본 영화를 보지 말자’는 댓글과 함께 영화를 보지도 않고 최하점을 주는 이른바 ‘평점 테러’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나는 예수님이 싫다’ 외에도 한국 개봉을 앞둔 일본 영화는 여러 편이다. ‘보이콧’ 운동에 정치와 상관없는 문화?예술 영역까지 포함시켜야 하는지. 현 시국이 관객에게 작품 이외에 다른 형태의 질문까지 안긴다. 오는 8일 개봉. 

사진제공. ㈜싸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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