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곡선이 살아있는 '부리 글꼴(왼쪽)'과 직선으로 구성된 '민부리 글꼴'./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똑 떨어지는 ‘민부리 글꼴’과 섬세한 필체의 ‘부리 글꼴’. 그동안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는 민부리 글꼴을 사용해왔다. 1990년대 해상도 기술의 한계로, 글자의 일그러짐이 적은 글꼴만 쓴 것이다. 디지털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향후 네이버에서도 ‘부리 글꼴’을 볼 수 있게 된다.

네이버문화재단은 디지털 환경에 맞춰 한글꼴의 원형을 잇는 화면용 ‘마루 부리 글꼴’을 개발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초기 단계부터 한글 사용자와 함께 한글꼴의 의미와 방향을 고민하고, 새로운 화면용 글꼴을 설계한다는 목표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10월 한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마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마루’는 한글 글꼴의 현대적 원형을 잇는 줄기라는 의미로, 오늘날 한글의 가치를 되새긴다는 방향성을 담았다.

부리 글꼴은 조선시대 붓으로 다듬어진 궁체 중 해서체를 인쇄용 활자에 맞게 정리한 글꼴이다. 글자 줄기에 부리가 없는 민부리 글꼴과는 차이가 있다. ‘부리 글꼴’은 서예에 기본을 둬 손글씨와 같이 미세한 필압, 높낮이가 있는 둥근 획, 감정이 담긴 섬세한 미감 등을 표현한다. 친숙하고도 따뜻한 감성이 담겨 신문?잡지?동화책 등 인쇄 매체에서 주로 사용된다.

반면, 컴퓨터 및 모바일 화면용 한글 글꼴은 일그러짐이 적은 ‘민부리 글꼴’을 중심으로 개발돼 왔다. 길이가 긴 텍스트를 읽기에 더 편안한 부리 글꼴은 오히려 소외돼 온 것이다. 디지털 화면 출력 기술이 발전하면서 완성도 높은 ‘부리 글꼴’ 개발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글꼴 선택에서 사용자의 폭넓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네이버는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을 통해 그동안 화면용 한글 글꼴로 사용되지 않던 ‘부리 글꼴’을 새롭게 개발한다./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네이버는 안상수 한글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와 일반 한글 사용자가 함께 새로운 화면용 ‘마루 부리 글꼴’을 설계한다. 글꼴의 디자인은 확장성, 가독성, 유용성 3가지 기준으로 만든다. 그동안 전통적 의미에서 해석되던 부리의 개념을 확장해 새로운 미감과 안정감을 담고, 스마트폰에서 긴 글을 잘 읽을 수 있도록 편안한 형태로 가독성을 높인다. 

개발 과정을 거쳐 오는 2021년 일반 한글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동아시아 문화권의 글꼴 현황 분석과 화면용 글꼴 형태 및 공간 분석을 진행해 중이다. 이달부터는 사용자와 함께 하는 다양한 워크숍, 세미나, 경험 평가를 위한 사용자 모집 공고 등을 진행한다.

이번 마루 프로젝트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글꼴 디자이너와 공유하며 글꼴에 반영해가는 방식을 선보인다. 네이버는 매월 ‘한글한글 아름답게’ 홈페이지(http://hangeul.naver.com)에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마루 부리 글꼴의 설계 과정을 기록해 나갈 예정이다.

안상수 마루 프로젝트 디렉터는 “종이에서 화면으로 미디어 환경이 바뀐 오늘날, 다양한 기술과 매체 변화에 적응하는 새로운 개념의 글꼴 설계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마루프로젝트는 세종의 정신과 최정호의 미감, 미래 한글 사용자를 올곧게 잇는 화면용 부리 글꼴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 2008년부터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을 12년째 진행해오고 있다. 네이버 본문용 서체인 나눔고딕체와 나눔명조체를 시작으로 나눔스퀘어체, 나눔스퀘어라운드체 등을 개발해 누구나 쉽게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 배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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