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띠는 망망대해 배와 선원들…조직문화와 작업물 공유할래요”
“빠띠는 망망대해 배와 선원들…조직문화와 작업물 공유할래요”
  • 이로운넷=한성주 청년기자(7기), 양승희 기자
  • 승인 2019.08.0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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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 협동조합 빠띠 정승구 활동가
“우리 미션은 민주주의 혁신과 확산…친숙한 생필품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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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띠가 서울시와 함께 운영 중인 ‘민주주의 서울’ 시민제안 워크숍 ‘서울 제안가들: 맞돌봄, 맞살림 편’.
빠띠가 서울시와 함께 운영 중인 ‘민주주의 서울’ 시민제안 워크숍 ‘서울 제안가들: 맞돌봄, 맞살림 편’.

시민참여는 민주주의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바쁜 일과에 민주주의를 위한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렵다. 빠띠(대표 권오현)는 시민소통과 참여를 돕는 민주주의 활동가 협동조합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로 누구나 쉽게 접속하는 토론장, 투표장, 협업장을 구축했다. 빠띠의 정승구 활동가를 만나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가는 시민참여 민주사회를 들었다.

- 민주주의 활동가 협동조합은 생소합니다. 빠띠의 목표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빠띠는 2015년 10월 설립됐어요. 2019년 1월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습니다. 정식 조합원은 6명입니다. 아직 조합원은 아니지만 가입 예정인 직원도 10명 있죠. 모두 명확한 구분 없이 ‘활동가’로 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혁신하고 일상과 세상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조직의 업무도 단순히 디지털 플랫폼 제작에 그치지 않습니다. 다채로운 민주주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가령 빠띠의 ‘민주주의 툴킷‘은 오프라인 행사에서 새로운 소통 방식을 제안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발표자에게 응원을 보내거나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죠. 다같이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도, 아이디어 우선순위를 합의할 수도 있어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실험으로 민주주의가 더 풍성해지는 겁니다.

'2018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워크숍을 진행 중인 정승구 활동가의 모습.
'2018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워크숍을 진행 중인 정승구 활동가(가운데)의 모습.

-빠띠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요?

▶예전에는 단체나 시민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당시 빠띠와 함께 ‘빠띠xyz’ 플랫폼을 활용해 시민 공익활동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했죠. 그때 빠띠의 철학과 활동방식에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스스로 품고 있었던 목적의식과 잘 맞아 보였고, 더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7년도에 정식 합류했습니다. 다른 동료들도 합류 계기가 대부분 비슷해요. 민주주의 활동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빠띠에 모였어요.

협업∙공론화∙토론∙참여 인터넷으로 구현하는 민주주의

빠띠는 사회 곳곳에 맞춤형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든다. 현재 빠띠xyz, 빠띠 가브크래프트, 빠띠 타운홀, 그리고 데모스X까지 총 4개의 플랫폼이 운영 중이다. 

빠띠xyz(parti.xyz)는 ‘소셜 임팩트 프로젝트’ 플랫폼이다. 개인이 마주치는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공유해 해결하도록 고안했다. 게시판 개념인 ‘빠띠’를 누구나 무료로 개설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빠띠는 쓰레기 감소를 주제로 한 ‘쓰레기 덕질 마을회관’이다. 프로젝트팀, 회사, 협동조합 조직에서 빠띠를 개설해 소통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원격근무를 하는 빠띠 조합원들도 이 플랫폼에 기반해 협업한다.

빠띠 가브크래프트(govcraft.org)는 청원, 맵핑(지도 만들기), 아카이빙으로 일상의 안건을 이슈화하는 시민정치 플랫폼이다. 시민들이 사회 현안에 대한 캠페인을 올리고 서명을 통해 지지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와 비슷하다. 최근에는 국회에 일회용컵 보증금제 제도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국내 3대 이동통신사와 정부를 대상으로 5G 요금제 인하를 요구하는 청원도 있었다. 

빠띠가 만든 민주주의 플랫폼 4종 이미지.
빠띠가 만든 민주주의 플랫폼 4종 이미지.

빠띠 타운홀(townhall.kr)은 실시간 토론 플랫폼이다. 컨퍼런스, 포럼, 토론회, 주민총회, 정책 설명회 등에서 타운홀을 활용한다. 행사 참여자는 고유한 코드를 입력해 타운홀에 접속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즉각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을 위한 즉석 투표 기능도 있다. 공동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데모스X(demosx.org)는 시민참여 공론장 플랫폼이다. 시민과 이해관계자의 직접 접촉이 중요해진 최근의 경향에 발맞춰 고안했다. 시민참여 창구에 대한 정부, 지자체, 민간기관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플랫폼과 운영가이드 모두 오픈소스로 만들어 접근성을 올렸다. 서울시와 빠띠가 만든 ‘민주주의 서울(http://democracy.seoul.go.kr)’이 대표적이다. 시민제안 의제의 토론 참여자가 5000명 이상일 경우 서울시장의 답변도 받을 수 있다.

- 빠띠를 협동조합으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거대한 사회 변화만큼 한 사람이 체감하는 작은 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빠띠가 협동조합을 조직 형태로 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랍니다. 위계적 정치 환경을 개선하고 민주주의 참여와 혁신을 고양하려면, 우선 빠띠 스스로 그런 모습을 갖춰야 해요. ‘스스로의 필요’ ‘민주적인 의사 결정’ ‘모든 활동가가 주인’이 빠띠의 지향점입니다. 협동조합 틀 안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업물을 공유하고, 작업 과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하죠. 업무 전반에서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합원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작업에 임합니다. 빠띠의 운영 방침은 협동조합 정신과 교집합이 크죠.

- 조직의 속성만큼 분위기도 특별할 것 같습니다. 빠띠의 조직문화를 소개해주세요. 

▶빠띠는 스스로를 망망대해에 떠있는 ‘배’로 이해합니다. 목적지가 같은 선원들이 모여 손발을 맞춰 항해하는 조직이라는 의미예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항해지도’를 함께, 필요한 원칙과 방법들은 ‘항해 핸드북'으로 만들어서 협업합니다. 조합원들은 이런 조직문화를 ‘항해술'이라 부르고 있어요. 매일 느낀 점을 기록하는 항해일지, 일주일을 돌아보는 주간회고, 월간 워크숍을 통해 계속해서 조직 문화를 발전시킵니다. 점차 다른 민주주의 협동조합들과 협업을 늘려 빠띠의 고유한 조직문화와 항해술을 나눌 계획입니다.

대만에서 열린 '2018 g0v summit'에 참가한 빠띠 활동가들의 모습.
대만에서 열린 '2018 g0v summit'에 참가한 빠띠 활동가들의 모습.

- 활동가로서 가장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빠띠가 도왔던 분들께 직접 피드백을 들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빠띠xyz를 도입한 노인요양원이 있었는데요. 그 곳 원장님께 얼마 전에 메시지를 받았어요. 직원들의 의견을 묻기도 편리하고, 소통했던 내용들이 모두 기록으로 남아 유용하다고 하셨습니다. 조직문화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호평하셨어요. 빠띠xyz가 조직 내 의사결정을 민주적으로 바꿔가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기뻤습니다. 빠띠의 ‘쓰레기덕질’ 커뮤니티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 줄이기 캠페인을 했었습니다. 당시 참여했던 분이 하신 말씀도 기억에 남습니다. 본인처럼 겁이 많은 사람도 기업에게 뭔가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주도할 수 있었던 건, 빠띠의 커뮤니티와 플랫폼 덕분이라고 하셨죠. 이런 힘이 되는 피드백들을 들을 때마다 빠띠가 하는 일의 의미를 거듭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빠띠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궁극적으로 ‘더 민주적인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공공재를 관리하는 기술’로서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치’라는 말은 자원을 놓고 경합하는 상황을 지칭하잖아요. 이 때 누구나 사회의 자원을 운용하고 활용하는 일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도구가 민주주의인 거죠. 앞으로는 민주주의라는 도구가 더 친숙한 생필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손 시리면 장갑을 끼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듯 말입니다.

사진제공. 협동조합 빠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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