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지원센터, 협동조합지원센터, 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이 없는 지역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의왕시 청년협동조합 뒷북은 2016년 9월 설립했다. ‘더불어 가는 길’이라는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설립한 ‘청년공간 뒷북’이 전신이다. 수혜자로만 머물렀던 청년을 적극적인 주체로 만들기 위해 청년공간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대안학교 출신의 비진학청년이 주축이 되어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다. 뒷북에서는 현재 58명의 조합원과 7명의 후원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소똥, 돌고래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소재용 상임이사와 김희경 상근활동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소재용 상임이사
김희경 상근활동가

 

#의왕시

‘의왕 청년정책네트워크 ㅇㅇ’를 설립했던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소재용 상임이사(소똥) : 협동조합 전환 이후 어떻게 청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작년에 지방선거가 있었다. 의왕시에 어떤 청년 정책이 있는지 살펴봤는데, 일자리 박람회나 구직 청년 정장 대여 밖에 없었다. 정책 제안서를 만들고 시의원 및 시장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선거 이후에는 시장을 직접 찾아가서 청년정책 공약들을 지켜 달라 얘기했다.

청년조례 제정 간담회에 참여한 청년협동조합뒷북

▶ 김희경 상근활동가(돌고래) : 청년정책에서는 조례가 법적인 근거가 되는데, 올해 초에 청년조례안을 발의했다. 또한 의왕시에 청년정책을 전담하는 팀을 만들 것을 제안했는데, 실제 전담팀이 꾸려졌다.

- 조례안 제정 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 소똥 : 조례에는 청년정책에 필요한 사항이 정해져 있는데 ‘사회참여보장, 주거안정, 생활안정, 청년문화 활성화’다. 이 중 뒷북은 청년문화 활성화에 집중한다. 대학에서의 동아리뿐 아니라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있어야 한다. 의왕시에는 그런 기회가 적고 공간도 없다. 청년 문화를 활성화할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다. 청년들이 참여할 공간이나 모일 수 있는 행사가 있어야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작당’을 할 수 있다. 청년들이 돈을 안 쓰고 자유롭게 모일 공간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협동조합 뒷북 공간
청년협동조합 뒷북이 보유중인 책
청년협동조합 뒷북을 소개하는 팜플렛

 

#비진학청년

- 소똥은 대안학교 졸업생이고 돌고래는 대안학교 교사 출신이다. 대안학교 네트워크를 위해 뒷북을 설립한 것인가?

▶ 돌고래 : 그런 측면도 있지만, 진로를 찾는 다양한 방법을 만들고자 한 목적이 더 크다. 대학 말고도 다른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런 선택지가 많지 않고, 별 다른 지원이나 보장도 없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하는 친구들에 대한 지지도 없다. 소속감이 중요한데, 소속감을 갖고 해보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 소똥 : 최근에 조례 간담회를 했다. 뒷북, 대학교 총학생회장, 30-40대 청년들이 참여하는 청년회의소가 시의원을 만나는 자리였다. 간담회에서 대학생, 취업 준비생, 창업 준비생을 위한 정책적 논의는 많다고 느꼈다. 기숙사 문제, 등록금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그런데 거기 포함되지 않는 비진학청년의 문제를 꺼내고 논의하기 쉽지 않았다. 그 때 우리가 얘기하지 않으면, 비진학청년은 정책에서 소외되겠구나 생각했다. 조례 간담회를 다녀오고 비진학청년 문제를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늘어났다.

의왕시장과의 만난 청년협동조합뒷북

#다양한 실험

- 뒷부름센터, 적당기술 강좌, 그림 못 그리기 대회 등 프로그램명이 흥미롭다. 네이밍을 비롯해 프로그램 기획은 어떻게 하는가?

▶ 소똥 : 조합원들이 격주에 한 번씩 모여 각자 뭘 하고 싶은지 아이디어를 내는 꿀잼작당회의를 하면서 나온 프로그램이다. 그림 못 그리기 대회는 이전에 청년공간에서 했던 ‘작은 무대’를 변형시킨 것이다. 작은무대는 한 달에 한 번씩 조그마한 공연을 하는 활동인데, 노래/춤/악기를 연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무대의 문턱을 낮추고 다 같이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자는 생각에 그림 못 그리기 대회를 기획했다. 뒷부름센터는 어떻게 돈 벌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활동이다. 전문적인 기술이 없기 때문에, 어떤 하나에 국한되지 말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뒷부름센터를 하게 되었다.

적당기술 강좌에 참여하는 중인 청년과 조합원

▶ 돌고래 : ‘더불어 가는 길’이 시에 제안한 행사로, 한글 축제가 있다. 재작년엔 거기서 전통놀이터 운영, 작년에는 점자 이름표 만들기 활동을 했었다. 뒷북에서는 ‘범고래반’이라는 아이 돌봄 활동을 하는데, 거기 참여했던 청년들이 이런 외부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페미니즘 공부모임과 뒷동네보드게임방 활동도 인상 깊다. 이에 대해 소개해달라.

소똥 : 조합원들 중에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꽤 있었는데, 주로 바깥에서 강연을 듣거나 스터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부 강연이나 모임에서는 아무래도 조심하고 검열하는 분위기라 뒤로 물러서서 참여한다. 뒷북에서는 조합원들간 친밀감과 신뢰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솔직한 얘길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령, ‘빻은 말’(혐오 내재 또는 조장 발언)에 대해서도 솔직한 얘길 나눌 수 있다. 빻은 말 하지 않는게 주목적인데, 빻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사회화 되면서)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고쳐 나가려 한다.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이론적인 내용의 책을 주로 읽어서 종종 어렵다.

페미니즘 스터디에 참여중인 조합원

뒷동네보드게임방은 쉐어블 프로젝트라는 발달장애인친화마을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운영하게 된 프로그램이다. 발달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잘 살아가게끔 촉진하는 프로그램이다.

뒷동네보드게임방에 참여하면서 장애청년들이 비장애청년들과 교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애청년과 비장애청년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이 많이 없는데, 뒷북에서 매월 한 달에 한번 근황토크하고 보드게임을 한다. 어떨 때는 보드게임하는것보다 근황토크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 들이 편안하게 자기 일상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프로그램 중에 더 많이 이야기하게 유도하기도 한다.

뒷동네보드게임방에 참여중인 조합원

 

#딜레마 #한계점

- 뒷북협동조합에서는, 청년들이 상임이사직을 맡는다. 어려운 점은 없나?

▶ 소똥 : 재작년엔 청년 두 명이 이사장을 맡았고 올해와 작년엔 청년 혼자서 이사장직을 맡았다. 작년에 이사장을 맡았을 때, 높은 자리라 압박감이 있었지만 뒷북이 설립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었다. 시도해도 잃을 게 없었다. 하지만 수익모델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협동조합 운영에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수익모델을 찾거나 돈버는 것보다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돈 안 되는 일들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 뒷북을 설립한 지 3년 가까이 되어간다.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 돌고래 : 청년공간을 운영했을 때와 비교해서 실무적인 일이나 행정적인 일이 늘었다. 청년들에게 어렵고 무거운 일이다. 조직을 굴리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써야하는데, 이를 소모적인 일로 보고 자기 일이 아닌 것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런 인식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협동조합도 하나의 법인이고, 청년들은 책임의 영역에 들어간다. 가볍게 즐거움을 위해 또는 친목교류를 위해 참석했더라도, 조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같이 방법을 찾아야한다. 과정은 힘들지만, 어딘가에 고용되어 경험하는 것과 협동조합을 직접 만들어서 경험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판이 깨지더라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뒷북에는 비진학청년, 의왕시 청년뿐만 아니라 진학청년, 안양에서 온 청년, 군포에서 온 청년들이 섞여 있다. 조합의 목적이나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청년정책이 필요하다 정도까지만 이야기하지, 구체적으로 누구를 위해 어떻게 할지 생각하지 못했다. 가령 의왕시 청년 조례안을 제정할 때, 의왕시 청년이 아닌 조합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조합은 조합원 개인의 이익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 해야 하지만 이를 병행하기 쉽지 않다.

조합원 교육에 참여중인 청년들

▶ 소똥 : 그래서 의왕시청년정책네트워크와 같은 행사나 뒷북에서 주최한 포럼에 전체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조합원 운영과 관리가 어려운 것 같다. 페미니즘 공부 모임에서 여성 조합원과 남성 조합원 참여 비율이 반반이지만 대부분의 활동에서는 남자 조합원 수가 많고 비율도(7:3) 높다. 뒷북에서는 졸업생 네트워크가 중심인데, 거기 참여하는 인원이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 여성 조합원 수가 적다는 게 문제인 것을 알고 이와 관련해서 여러 노력을 했다. ‘남성 조합원이 나가면 늘어날까?’하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는데,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또한 기존 멤버와 중간에 새로 들어오는 조합원을 섞이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페미니즘 공부모임을 1년 넘게 하고 있는데, 참여하던 멤버와 새롭게 참여하는 멤버들 간 간극이 생긴다. 처음 참여하는 멤버들은 스터디가 어렵고,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외부사업을 하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 소똥 : 공모사업을 할 때, 내부에서는 참석률도 높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공모사업을 준 시 입장에서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역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 돌고래 : 작년부터 쭉 고민하던게 있는데, 결과물을 뭐로 볼지 헷갈린다. 조례제정이나 청년정책네트워크를 만드는 목적이 시 활동에 직접적인 참여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감시나 모니터링에 그치는 것인지 우리 스스로도 헷갈린다. 의왕시는 시민들과 협력해서 거버넌스를 형성하거나 파트너십을 형성한 경험이 많지 않다. 조례 제정 이후 파트너로서 역할을 이어나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런 일을 겪다보니, 감시 역할을 해야 할지 아니면 주체적으로 청년공간을 운영하며 위탁 사업을 할지 모르겠다. 우리 안에서도 방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값진 작당모의

- 3년이 안된 뒷북의 사례를 보니,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잘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계속 ‘작당’을 이어나갈 것인가?

▶ 소똥 : 뒷북을 처음 시작했던 것은, 노는 활동을 넘어선 활동을 하고 싶어서였다. 돈을 벌거나,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원들과 활동하고 싶다. 뒷북을 청년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는 장으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더 열심히 활동해서 돈도 벌고, 모임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청년들이 자립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청년공간 뒷북

▶ 돌고래 : 배움터 길이라는 대안학교에서 교사를 하다가, 우리 사회에 다양한 삶의 방식이 가능한 공동체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뒷북의 상근활동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뒷북이 커뮤니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류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공동체와도 교류하며, 뒷북이 커뮤니티로서 가늘고 긴 ‘지속가능성’을 만들면 좋겠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이 내재된 커뮤니티가 존재한다면, 보다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이경원 청년기자, 청년협동조합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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