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사회적가치연구원 이전 개원식 자문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제공=SK

“사회적가치를 다른 말로 하면 ‘남의 행복’이에요. 가치를 만들어 타인을 행복하게 하면, 내 인생도 가치가 생기고 행복해지거든요. 사실 제 행복을 위해 하는 일이죠.(웃음)”

‘사회적가치 전도사’.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 민간 부문에서는 SK가 나서 힘차게 바퀴를 굴리고 있다. 경제적가치 창출에도 바쁠 대기업 총수가 사회적가치에 푹 빠진 이유는 바로 ‘행복’ 때문이었다.

지난 7월 30일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사회적가치연구원(Center for Social value Enhancement Studies?이하 CSES)’ 이전 개원식에서 만난 최 회장은 “사회문제 발생이 해결 속도보다 빠른 현 시대에서 기업이 경제적가치만 추구해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사회문제의 체계적 해결을 위해 사회적가치 측정과 활용을 주도할 연구원을 설립하게 됐다”고 사회가치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최 회장은 그간 사회가치를 부르짖으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회적가치라는 건 곧 남의 행복인데, 남을 행복하게 하면 결국엔 나도 행복해진다”면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면서 스스로 행복감이 높아졌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회의 모든 ‘관계’는 무언가를 주고받는 것이라 내가 남을 행복하게 하면 남도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며 “지금의 사회적가치 창출이 언젠가를 나를 지켜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사회성과 측정과 적용, 연구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통하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제공=SK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한 최 회장의 의지는 앞서 각종 국제포럼과 그룹 행사, 강연회 등에서 여러 번 조명된 바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한 대학에서 열린 국제포럼에 참석하면서 사회적가치에 관심을 가진 이후, 지난 10년간 관련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 왔다. SK그룹의 지주사 및 계열사의 경영방식을 ‘사회적가치’ 추구 방식으로 전환하고, 사회적기업 발굴 및 육성을 지원하며, 다른 기업 및 기관들의 참여를 독려해왔다. 

특히 2014년 10월 출간한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맞춤형 해결사’로 사회적기업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해당 책에서 “왜 사회적 기업이 필요하고, 사회적 기업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지속가능한 사회 문제 해결 방안으로서 사회적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풀어냈다.

2015년에는 SK그룹의 핵심 기업정신으로 ‘더블보텀라인(Double Bottom Line?DBL)’을 제시한다. DBL이란 경영 활동 전반에서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으로 “경제적가치만 추구해서는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최 회장의 지론에서 비롯됐다. 

같은 해 SK그룹은 ‘사회성과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SPC)’ 제도를 가동해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가치를 화폐단위로 측정해 현금으로 보상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5~2018년 4년간 SPC에 참여한 318개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는 총 1078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들에게 지급된 인센티브는 235억 원에 달한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5월 28일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사회적가치'를 주제로 열린 국내 첫 민간축제 '소셜밸류커넥트 2019' 행사의 마무리 발언을 하는 모습./사진제공=SK

지난 5월에는 사회적가치를 주제로 한 국내 첫 민간 주도의 페스티벌 ‘소셜밸류커넥트(Social Value Connect?SOVAC) 2019’를 개최하면서 더 주목받았다. 행사는 “사회적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이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협력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최 회장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첫 행사임에도 각계각층에서 4000여 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며 사회적 관심을 증명해 보였다.

민간 기업을 비롯해 정부,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학계, 시민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가치 창출,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대한 공감이 모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비판적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라는 단어가 주는 이념적 오해, 정파적 선입견 탓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사회주의와 사회적경제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 사회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마치 그게 그거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실제로 와서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가치 창출은 우리 사회를 더 좋게 만들어보자는 거예요. 우리 사회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소외 계층을 줄여서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보자는 움직임이죠. 사회적경제가 활성화하면 경제 성장도 더 잘 돼서 선순환의 구조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 회장은 최근 CSES의 이사장직을 맡았다. 이날 개원식 행사에서도 자문회의부터 공모전 수상 발표까지 직접 챙겼다. 가치창출을 지표화하는 원의 역할을 고려할 때 경영과는 다소 떨어진 학문적 영역의 조직을 회장이 직접 관장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이상할 건 없다. “디지털 시대, 마음만 먹으면 지표화할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은 사회적가치를 눈에 보이는 가치로 만들어 궁극적으로 경제 생태계 종사자 모두가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최 회장은 "사회가치 측정 지표를 만들어 표준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제공=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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