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 데이터를 측정하고 기준을 표준화해야 진화?발전이 가능합니다.”
SK그룹이 사회적가치 측정의 국제 표준화를 위한 작업을 본격화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 체계 개발, 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사회적가치연구원(Center for Social value Enhancement Studies?이하 CSES)’ 이사장을 맡으며, 그동안 강조해오던 사회적가치를 보다 전략적?체계적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 30일 서울 한남동에서 CSES 이전 개원식이 열렸다. 행사장에는 이사장인 최 회장과 나석권 원장을 비롯해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 등 이사진 및 관련 전문가, 공공기관, 언론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연구원 집들이’를 축하했다.
CSES는 SK그룹이 지난해 4월 15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연구재단이다. 역삼동에서 문을 연 이후 조직과 기능이 확대되면서 최근 독립 공간으로 확장 이전했다. 원에서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공공기관 등 다양한 조직이 창출하는 사회적가치를 정의하고, 그 가치를 화폐단위로 측정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SK그룹에서 2015년부터 시행 중인 ‘사회성과인센티브(SPC, Social Progress Credit)’ 제도를 위한 성과 측정 및 설계, 관리 등도 담당한다.
최 회장은 이날 SK그룹에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문제 발생 속도와 해결 속도를 비교했을 때, 발생 속도가 현저히 빠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사회문제의 형태가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져서 정부 혼자서만은 해결이 불가능하다. 기업도 문제에 뛰어들어 해결의 당사자가 돼야 하고, 사회적기업은 그 주체로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CSES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적가치 창출 목표를 크게 3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사회성과의 ‘측정’이다. 최 회장은 “기업의 경제적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역시 200년 전만 해도 국가마다 다르고 장부마다 달라 표준화가 어려웠다”며 “이후 회계 기준이 통일되면서 주식도 생기고 시장 거래가 간편해졌다. 사회가치 역시 표준화만 하면 측정의 어려움이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회적가치는 자원이 많이 들어간다거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측정을 못했지만,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는 마음만 먹으면 무조건 가능하다”면서 “지난 5월 SK그룹 전 계열사에 사회성과를 직접 측정해 보고서를 내라는 주문을 했다. 맞는지 틀린지 모르지만, 일단 시도해보는 것에 의미를 뒀다”고 이야기했다.
둘째는 측정한 사회가치의 ‘활용’이다. 최 회장은 “여러 데이터를 통해 측정한 사회가치를 직접 활용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SPC처럼 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화폐단위로 측정하고, 그 결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그는 “SPC 외에도 사회성과를 보상할 수 있는 여러 방법론을 연구원에서 개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셋째는 사회가치 분야의 ‘학술 및 연구’다. 최 회장은 “측정 및 적용에서 그치지 않고 학문적 작업으로 들어와야 관련 기준을 세우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화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학문 연구가 돼야 발전이 가능하고, 글로벌로도 나아갈 수 있다”며 “CSES가 여러 분야의 네트워크를 모으고 소통을 이끄는 ‘빌리지(마을)’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원식에는 CSES 멤버십으로서 사회적가치 표준화 작업에 동참키로 한 공공기관, 회계법인, 학계 전문가 4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존 연구원 20명에 이번 외부 전문가 40여명이 추가됨에 따라 CSES의 사회적 가치 표준화 작업에 동참키로 한 내외부 연구진은 모두 400여명으로 늘었다.
CSES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25개 공공기관과 공통 적용이 가능한 사회적가치 지표 제작을 공동 연구 중이다. 또한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와 사회적가치 측정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가치 측정 체계를 개발하고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 사회적 가치 관련 신진학자 양성사업 등도 진행한다.
이와 별도로 SK그룹은 독일 바스프, 노바티스, 보쉬 등 글로벌 기업 8개사와 ‘사회적가치 측정 체계 개발 협의체’를 구성해 사회적가치 계량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협의체에서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KPMG, 딜로이트, 언스트앤영(EY) 등 글로벌 4대 회계법인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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