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끊임없이 ‘변화’(change)한다는 생각은 동양철학의 바탕이 되는 사유(思惟)입니다. 동양에서 ‘변화’라는 말은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한자로 ‘바뀌다’는 뜻의 역(易)자의 갑골문은 그릇이나 접시를 기울여 무언가를 쏟는 형상입니다. ‘그릇에 담겨있는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담는다’는 뜻으로 더 나은 상태가 됨을 나타냅니다. 그릇에 담긴 것을 내다 버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역(易)자는 ‘쉽다’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시대의 ‘변화’는 부정적, 불가능한 의미를 동반합니다. ‘기후변화’는 재앙과 통하고, ‘변화된 기후’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금 이 시대는 ‘더 잘 살고자 한’ 시대가 초래한 생태적, 환경적, 경제적 재앙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가 절실한 시대입니다. 그 변화를 위한 몸부림의 하나가 ‘지속가능한 발전’입니다. 이것은 미래세대의 생존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도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의미합니다. 물, 공기와 같이 미래세대가 향유해야 할 자원과 환경을 고갈시키고 오염시켜 결국 자신의 생존마저 위태롭게 하는 개발을 중단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넘어 사회통합과 환경보존 등 경제적 가치로 환원될 수 없는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전체 사회에 긍정적 변화의 에너지를 주입하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활동이 ‘소셜 임팩트’입니다. ‘소셜 임팩트’는 전 세계의 비즈니스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거대한 시대의 조류이기도 합니다.

한화라는 한 대기업이 ‘불꽃로드’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통해 얻는 통찰과 정보로 창업과 취업을 연계하는 캠페인입니다. 지난해까지 진행한 세 번의 ‘불꽃로드’ 프로그램에 지원한 사람이 약 18만 명(10만 팀)에 이를 정도로 큰 이슈였다고 합니다.

저는 올 해 추가된 ‘소셜 임팩트’ 테마의 전문분야(사회적 가치)심사위원으로 참가하였습니다. ‘소셜 임팩트’를 테마로 여행과 미션수행 계획을 잘 짜고, 결과를 창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팀을 선발하는 역할입니다.

누가,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곳에 왔을까요?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소셜 임팩트’ 13팀은 주로 20대 초반의,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 대학생이었습니다. 이들은 환경·복지·건강·교육 등과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소셜 임팩트)의 영감을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휘게하우스(유니버스 디자인과 노인 주거공간, 하이재 외) ▲RUMI(시각장애인 요리 어플 개발, 배권수 외) ▲가그린(식물을 통한 아동·청소년 문제 해결, 염인성 외) ▲희망프레임(홈리스 시니어그룹,이상훈 외) ▲더부리(노인일자리, 장나린 외)등 모든 팀에게서 진정성과 열정, 다채로운 꿈,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소셜 임팩트’는 비록 생각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시도 자체가 원대한 여정의 첫걸음이기에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들에게서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한없는 연민을 느끼는 청춘을 보았습니다. 야무진 태도와 맑은 얼굴,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비전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청춘을 보았습니다. 인생과 사회에 대한 모든 의문에 배려와 공감을 앞세우려는 청춘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내일을 보았습니다.

 

‘소셜임팩트’테마 13번째 팀 더부리,노인일자리를 주제로 발표하였다.
면접심사(한화 사회공헌팀,트래블러스,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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