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108km의 외침…“우리 미래는 우리 손으로”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108km의 외침…“우리 미래는 우리 손으로”
  • 이로운넷 제주=조보영 기자
  • 승인 2019.07.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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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29일부터 오는 8월 3일까지 엿새간 이어져
강정 해군기지~제2공항 예정지 성산~제주시 도착 시민 도보 순례
홍기룡 단장 INT “존엄성과 결정권 지켜낼 때까지 걸음 멈추지 않을 것”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사진=강정마을회

여름의 제주는 유난히 뜨겁다. 무더위를 피해 국내 최고의 휴양지를  찾아온 관광객들의 분주한 발길 때문만이 아니다. 제주 온 마을을 돌며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행렬의 외침이, 그들의 간절함이 제주섬 전체를 뜨겁게 달구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은 ‘평화와 고치글라!(함께 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오늘(29일) 강정 해군기지를 출발,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을 거쳐 제주 시로 돌아오는 5박 6일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제주 전역은 지금 갈등과 분열로 시름 중이다. 2011년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시작으로 2015년 성산 제2공항 입지선정 발표에 이어 2018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 공사까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일방적인 국책 사업 추진으로 도민사회의 비난 성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29일 발표된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 결과는 도민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강정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정부와 해군, 제주도 등 국가권력기관을 총동원한 불법적인 개입과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주도지사와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가 이어졌다. 강정마을은 국가차원의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정부에 촉구했다.

제주도청 앞 천막촌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은 비자림로 확장공사와 제주 제2공항 건설 등에 반대하며 2018년 12월부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한 제2공항 건설과 관련, 반대 주민들과 시민 사회를 비롯해 제주지역 교수 사회까지 나서 국토부의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며 도민의견수렴 절차를 요구해왔다. 뒤늦게 정책토론회와 TV공개토론회 등 공론화를 앞두고 있지만 오는 10월 국토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할 방침이어서 갈등의 봉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 제2공항 연계도로로 추진되고 있는 비자림로 확장 공사 사업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처참하게 잘려나간 삼나무의 채벌 현장이 공개된 후 반발 여론이 들끓자, 제주도정은 뒤늦게 비자림로 법정보호종 서식여구에 대한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비자림로에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희귀종 서식이 확인되면서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도 가빠지고 있다.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의 공동단장이자 제주평화인권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홍기룡 단장을 만나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고, 제주 사회의 주요 현안과 전망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 저항의 발걸음이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문화운동으로

홍기룡 제주생명평화대행진 공동단장
홍기룡 제주생명평화대행진 공동단장

-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의 막이 올랐따. 2012년에 첫 행사가 개최된 배경은 무엇이었나? 나아가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소회를 밝힌다면?

2011년 제주 강정 앞마다에 해상과 구럼비로 들어가는 입구를 만들면서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반대 측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정치권과 제주도정을 상대로 불법적인 건설 사업에 대한 중단 요청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공사는 강행됐고, 도민 사회에 이러한 현실의 부당함을 알려야 한다는 저항적 관점에서 대행진을 연 것이다.

사실 2012년도에 한번의 행사로 끝내려고 했다. 첫 해 참가자들 대부분이 민주노총과 전국의 평화‧인권‧시민 단체 등 조직된 사람들이었고, 강정 해군기지 건설 추진을 반대하는 연대 차원의 투쟁이었다. 지금은 강정의 문제를 넘어 제주의 생명, 생태,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운동으로 확산됐다. 나아가 활동가 뿐 아니라 청소년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대상이 참여하는 문화의 장으로 정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 최소한의 참가비만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행사 규모가 적지 않은데 진행상 어려운 점은 없나?

하루 기준 적게는 300명에서 많게는 600명의 참가자가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기 위한 걸음을 함께 내딛고 있다. 올해까지 누적된 참가자의 추산 인원은 약 4000명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5박 6일 간의 행사 기간 동안 하루 1~2만원의 참가비만 받고 숙식을 전부 제공한다. 재정이 충분해서가 아니다. 전부 다 후원으로 충당해왔다.

강정마을해군기지 반대주민회,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섬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제2공항반대 범도민행동, 제주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등 주관 단체를 필두로 전국적으로 약 140여 개의 단체가 참여한다. 지역 시민사회 뿐 아니라 농민단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에서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은 어떻게 진행되나? 또 올해 대행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29일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정문에서 출발 기자회견을 갖고 첫째 날 남원까지 도보 대행진을 진행한다. 다음 날 표선을 지나 31일에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성산에 도착,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중간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이어 김녕과 조천을 거쳐 8월 3일 제주시청에서 엿새간의 대행진을 마무리하는 범국민평화문화제가 개최된다.  

올해 대행진은 지금까지 우리 목소리가 정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의미가 크다. 제주 강정해군기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행해진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은 그동안 국가 기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국책 사업을 진행해 왔는지를 드러내는 명백한 증거다. 사건의 처리 과정을 끝까지 주시하면서, 제주 생명을 지키는 평화행동으로서 더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2017 범국민평화문화제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범국민평화문화제/ 사진=강정마을회

# 평화의 섬 제주 실현 위해 ‘인간 존엄’과 ‘도민의 자기결정권’ 보장돼야

- 현재 강정 마을에서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성산 제2공항 건설 추진에 대해 제2의 강정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지역 주민의 의사를 묵살한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집행된 국책 사업이다. 경찰과 해군, 국정원, 제주도정이 모여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여는 등 국가공권력이 조직적으로 비민주적인 행정집행과 탈·불법을 사전 모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지역 주민을 끝까지 보호했어야 할 제주도정이 직접 나서서 공동체를 파괴한 일이다. 제주도정은 해군기지 찬성 측 활동과 보수 단체를 지원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부추기는 후진적 방식을 전개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선행돼야 붕괴된 마을 공동체가 온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강정에 이어 성산 역시 그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 해군기지와 제2공항 뿐 아니라 비자림로 확장 공사와 동물테마파크, 송악산 개발 등 제주 섬 곳곳에 경제 개발과 환경 보전 논리가 충돌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민사회단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사안이 있다. 바로 2006년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제정된 ‘제주특별법’이다. 얼핏 보면 제주도에 자치권을 부여해주는 것 같지만 제주특별법은 사실 개발법이다. 제주도를 홍콩과 싱가폴 수준의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추진 과정이 투자유치사업에 집중되면서 개발 광풍이 불어닥치고 환경 훼손 문제가 터져나왔다.

해군 기지 역시 지금은 평화, 안보 문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건설 당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경제성을 내세워 절대보전 지역이었던 강정 마을 구럼비 해안 일대를 파괴했다. 제주도는 투자유치라는 경제 논리로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자본에 의한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셈이다.

2018 제주생명평화대행진
2018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사진=강정마을회

- 사회적 갈등을 인권적 관점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선결 조건이 있다면. 더불어 평화의 섬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한다고 보는가.

인권의 관점에서 보면 정치철학으로서 인간 존엄에 대한 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경제 개발과 환경 보전 문제는 둘째다. 찬반 논란 이전에 중요한 것은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온평리 주민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이주를 해야 한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은 누가 지켜줘야 하나.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이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 권리다.

하지만 현실은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주민의 존엄을 침해하는 밀어붙이기식 개발로 지역 사회가 분열되고 있는 실정이다.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정책은 어떠한 목적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 과거 관행을 단절하고 친인권적인 방식으로 행정과 정책 추진을 전환해야 한다. 한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 없이 실질적인 민주주의 실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 앞으로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의 지향점을 어디에 두고, 어떤 방식으로 제주 현안을 풀어나갈 계획인가.  

역사적으로 제주는 끊임없이 외세에 의해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제주 4.3 사건도 제주를 초토화시키기 위해 국가가 자행한 무차별적 민간인 학살이었다. 강정 해군기지를 지킬 때에도 상시 주둔했던 경찰만 2000여명 정도가 됐다. 제주 경찰력으로 부족해 약 2만 명가량이나 되는 육지부의 경찰까지 동원해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주민 말살 정책을 펼쳤다.

결국은 정치다. 사실 도민들이 힘이 없는 거다. 제주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도민이 결정하고 지켜내야 진정한 세계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다.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은 마을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제주의 가치를 전하는 문화 행동이다. 우리는 당당한 제주도민이고, 이 땅의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다는 요구를 끊임없이 외쳐야 한다. 함께 소통하고, 연대하고, 지지하며 도민들이 스스로 자존을 지켜내는 날이 올 때까지 평화의 걸음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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