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쉬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은 곳, 인생을 다시 설계하고 싶은 다 큰 청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작은 사회' 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목표 '괜찮아마을'은 이런 상상에서 출발했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자살률이 가장 높다. 특히 높은 실업률 등으로 꿈마저 포기한 청년들이 많다. 반면 지역에는 일할 청년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런 사회 비대칭성 속에서 지역은 청년에게 빈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은 지역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생활경제 공동체를 꿈꾸는 곳이 바로 '괜찮아마을'이다.   

박명호 ㈜공장공장 대표

박명호 ㈜공장공장 대표는 ‘가장 글로벌한 곳 로컬, 함께 혹은 따로’를 주제로 진행된 이로운넷 주최 사회혁신 컨퍼런스에서 괜찮아마을의 사례를 소개했다. 

괜찮아마을을 처음 기획한 박명호 ㈜공장공장 대표는 "먼저 청년들이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며 "당위성 보다는 재미가 중요한 청년들의 특성상 마음을 주고 함께 재밌게 보내면 자연스럽게 지역에서 살게 되고 창업도 할거라 생각했다"고 시작 이유를 밝혔다. 

괜찮아마을은 청년들과 목포 원도심에 있는 빈집을 활용해 공간을 만들고, 저렴한 가격에 그곳에 머물면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는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됐다. 괜찮은 학교(공동체를 고민하고 누구든 가르치며 함께 배우는 장소), 괜찮은 공장(하고 싶은 일을 실험하고 따로 또 같이 몰입하는 장소), 괜찮은 집(거실은 함께 방은 따로 쓰며 지속할 수 있게 생활하는 장소) 3개 모델로 운영된다. 6주간 참가자들은 함께 밥도 해먹고, 축제도 벌이며 함께 마을에서 살아간다. 또한 빈집을 활용해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고 창업 아이디어도 실험해본다. 박 대표는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잃어버린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따로 또 같이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6주를 1기수로 30명씩 두 차례 운영된 괜찮아마을 활동으로, 현재 29명의 청년이 목포에 장기 체류하고 있다. 또한 7명이 창업에 나서 3개의 점포가 문을 열었으며, 19명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박 대표는 "괜찮아마을은 지역에서 청년들의 일자리와 머물자리를 고민하며,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함께 살아가는 혁신공동체를 꿈꾼다"고 말했다.   

수도권-지역 함께 공존하는 방안 찾아가는 다양한 시도들 

세션에서는 괜찮아마을 외에도 지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의 가치를 찾아가는 이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병호 마을기업 정들포에 핀 울릉국화 이사는 울릉도에서 외부인들과 울릉도를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1979년 당시만 해도 울릉도 인구는 3만 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9800명으로 줄어들었다. 2대째 독도운동을 벌여온 이 이사는 선언적인 운동이 아닌 자연스럽게 인식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바로 국내, 해외 청년들이 울릉도에 모일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이사는 서울 청년 스타트업인 ‘로모’와 함께 청년들의 울릉도 한달살이를 시작했다. 울릉살이를 통해 현재 4명의 청년이 이곳에 정착했다. 

이 이사는 “을룽도는 독도살리기 등으로 국가적 관심이나 정책지원도 많은 지역이지만, 일할 청년들이 없는 현실이다”며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청년들이 지역에 와서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바다 위 산이라는 울릉도의 지형을 고려해 청년뿐 아니라 퇴직한 시니어들이 임업 관련 일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병호 마을기업 정들포에 핀 울릉국화 이사

괴산에서 활동하는 홍남화 문화학교숲 활동가는 청년예술가. 문화예술교육 강사로 만화, 미술, 디자인 등을 청소년들에게 교육하고 지역문화예술 행사 등을 기획한다. 홍 활동가는 서울에서 영상회사에 다니다 우연히 쉬러 온 괴산에 눌러 앉은 케이스다. 홍 활동가는 “서울에 비해 삶의 질이 높아져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다”며 “다만 또래 청년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문화학교숲에서는 괴산에 청년들을 불러모으는 방안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쓰는 공간 예술작업실을 만들고자 한다.  
 
옥천에 근거지를 두고 지역사회를 다루는 월간지 ‘월간옥이네’ 김예림 기자 또한 서울에서 생활하다 지역으로 내려온 케이스다. 김 기자는 “지역의 잊혀져 가는 문화,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서로 존재 존중하며 가야 

지역으로 가면 기존 주민들과 소통하고 그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일이 쉽지 않다. 지역 안에서도 섬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기자는 “처음 옥천에 왔을때 지역민들과 괴리감도 컸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오랜 기간 지역에 머물며 지역사회를 일궈온 분들의 삶도 소중하기에 그걸 부정하기 보다는 다름을 인정하고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일단 스스로의 경제적 기반 등 지속가능성 확보가 당장 시급한 과제기에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하지만 구성원들 간에 신뢰가 쌓이고 지역생활을 하다보면 지역분들도 우리의 진정성을 믿어줄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한 경계도 분명 존재한다”며 “외부에서 오더라도 지역에 기반이 있는 주체와 함께한다면 그러한 우려나 부정적 시선을 일정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최범준 이로운넷 인턴기자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