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접근성 정보수집 활동으로 휠체어 사용 아동의 이동권 문제를 해결해요”
휠체어로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엘리베이터나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지, 휠체어가 이동하기 적합한 길인지, 문턱은 없는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장애인들이 이런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동 시간이 줄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겠죠.
행복얼라이언스는 이동권 증진 콘텐츠 제작 협동조합인 무의와 함께 ‘장애 접근성 정보수집 활동’을 진행합니다. 서울시 주요 체험학습장소 이용에 불편함을 겪는 교통약자를 위해 아동체험학습 장소 주변의 지하철역 접근성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이죠. 행복얼라이언스의 <휠체어를 타고도 쉽게 갈 수 있는 지도 만들기> 사회변화 프로젝트! 그 훈훈한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바라본 세상 “제약이 많아요”
태풍 다나스가 전국에 비를 뿌리던 지난 7월 20일. 이른 아침부터 도심권50플러스센터 2층 이룸터2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 찼습니다. 행복얼라이언스가 진행하는 장애 접근성 정보 수집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모두 기대와 즐거움이 뒤섞인 얼굴이었습니다.
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은 3~5명씩 팀을 이뤄 직접 휠체어를 타고 장애 접근성 정보를 수집합니다. 각각 △지도 위 경로 표시 △경로 기록 △휠체어 이용자 △휠체어 보조 △위험-어려운 구간 사진 촬영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실제 장애인의 시선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죠. 비장애인 봉사자들은 직접 휠체어를 타고 밀고 이동하며 장애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봅니다.
지난 20일에는 종로3가 인근의 세운상가·종묘·탑골공원·인사동 등 4개 장소의 장애 접근성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중 인사동의 장애 접근성 정보를 수집하는 봉사자들을 따라나섰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종로3가역 12번 출구부터 인사동까지 함께 이동했습니다. 인사동 팀에게는 다른 팀과는 달리 접근이 가능한 갤러리의 정보까지 수집하라는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길을 나서기 전, 봉사자들은 수동휠체어 사용법에 대해 간단하게 교육을 받고 출발했습니다.
인사동은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니는 관광객들이 많죠. 여행객들을 배려해서인지 휠체어 이동도 다른 장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하지만 비장애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은 여전히 불편함이 따랐습니다.
“어떻게 하지? 저 혼자서는 못 올라가겠어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던 김진 봉사자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습니다. 횡단보도와 인도 사이 턱이 높아 혼자 힘만으로는 올라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휠체어 보조 역할을 맡은 이현우 봉사자가 휠체어를 힘껏 밀어준 뒤에야 어렵게 인도에 올라섰습니다.
“휠체어를 타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정말 낮은 턱도 너무 높게 느껴져요. 교통신호 시간도 너무 짧아 불안하고…. 신호가 바뀌니까 빨리 가야 하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급해지더라고요.” (김진 봉사자)
휠체어를 타고서는 화장실 이용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화장실은 입구와 내부가 좁아 휠체어가 들어가거나 어렵고, 들어간다 해도 내부에서 휠체어를 돌릴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봉사자들은 “화장실 입구가 너무 좁아서 들어갈 수 없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인사동은 ‘차 없는 거리’입니다. 보행자가 우선이다 보니 거리에서 방지턱이나 계단 등의 장애물이 거의 없어 휠체어 이동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길가에 있는 상점에 들어갈 때였는데, 좁고 작은 상점이 붙어있어 입구가 좁거나 계단이 있었고,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기 어려웠습니다.
“길은 평지라서 좋은데 입구에 턱이나 계단이 많아서 들어갈 수 있는 매장이 거의 없네요.” (신나라 봉사자)
“언젠가 저도 장애인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제가 장애인이 됐다고 가정했을 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어디도 갈 수 없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미래의 내가 될지도 모르는 현재의 장애인들을 위해 참여했어요.” (이영지 봉사자)
이영지 봉사자는 “팀원들과 함께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길은 어딘지, 개선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동하니,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희망이 보이는 부분도 있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봉사에 참여하기 위해 대구에서 왔다는 박진우 봉사자는 “지도 위에 경로를 표시하면서 휠체어를 밀지도, 타지도 않았지만, 바로 옆에서 휠체어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니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들의 경우 화장실을 갈 때 어려웠고, 골목이 좁고, 턱도 많아 다니기 힘들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주변에 휠체어를 타는 친구가 있어서 그 어려움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느꼈던 것과 달랐습니다. 비장애인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장애인들에게는 진입이 어려워요.” (이현우 봉사자)
신나라 봉사자는 “장애인들이 제약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어려운지 몰랐다. 이런 모습을 보며 시설을 만들 때 장애인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다른 봉사자들 역시 아무리 장애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해도 비장애인으로써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
이날 만난 봉사자들은 공통으로 “직접 휠체어와 동행해보니 그동안 몰랐던 불편함이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비장애인들에게 익숙한 것들이 장애인에게는 불편함의 원인이었던 거죠. 휠체어 장애인들은 가까운 거리를 멀리 돌아가고, 문턱이 높은 매장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안전 장치가 미흡한 장애인 리프트, 횡단보도와 인도 사이의 턱은 생존과 이어집니다. 모두를 위해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는 커다란 여행 가방을 끌거나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이동할 때 계단 대신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나 턱이 없는 경사로를 찾습니다. 이동이 쉽기 때문이죠. 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휠체어 접근성을 고려해 설계가 이뤄졌다면 어땠을까요. 비장애인들도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멀리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되겠죠.
행복얼라이언스는 기업, 기관, 개인이 함께 만드는 즐거운 사회변화 네트워크입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 아동의 이동권 증진을 위해 멤버사와 자원봉사자 함께 참여하며 공유와 협력을 기반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뜻깊은 하루였습니다. 앞으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편안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행복얼라이언스의 노력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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