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필스너’는 광주에서만 마실 수 있어요. 맛보려면 광주로 꼭 오세요!”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이 창사 11주년을 맞아 개최한 사회혁신 컨퍼런스 ‘2030 세이가담-로컬, 가치를 담은 미래’에서 윤현석 '무등산브루어리' 대표가 한 말이다. '무등산 필스너'는 광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수제 맥주다. 무등산브루어리는 광주지역의 밀과 보리를 활용해 지역 수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다. ‘로컬에서 다르게 살아보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첫 세션에서 윤 대표는 예향(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마을)의 도시 광주에서 직접 지역 자원을 활용한 사례를 공유했다.

지역 이야기 꺼내 야시장·맥주·펀딩 플랫폼 만드는 로컬 크리에이터

윤현석 대표는 지역만의 유일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사업화해서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광주는 전국에서 우리 밀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윤 대표는 광주를 담은 맥주 6종류를 만들어 지역에서만 유통한다. 맥주 이름에는 ‘무등산 필스너,’ ‘광산 바이젠’ 등 고유 지명을 썼다. 양조장과 가게는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공폐가를 개조했다. 양조장은 공장 형태가 아니라 직접 제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다. 그는 사업 모델로 맥주를 택한 이유로 “보통 지역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카페나 레스토랑을 만들어서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을 이끌어 사업이 짧게 끝나는 사례가 많다”며 “지역의 이야기와 장소를 활용해 생산이 중심이 되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무등산브루어리는 광주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 다양한 지역에서 고객이 찾아온다.

윤 대표는 ‘컬쳐네트워크’라는 회사도 운영 중이다. 대학에서 문화기획과 도시계획을 전공했던 경력으로 지역에서 공간적·문화적 자원을 모아 도시재생에 관한 방향성을 고민한다. 그는 지역 기반으로는 최초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MYMEME’를 운영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윤 대표는 “광주는 문화예술에 관한 시민 의식 수준이 높아서 관련 단체들이 많았지만, 청년 예술가들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경제적, 현실적 한계가 많았다”고 플랫폼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 펀딩 플랫폼을 통해 개인전을 여는 청년 예술가도 있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이어 ‘1914송정역시장’ 프로젝트도 설명했다. 과거 ‘송정역전 매일시장’이라 불리던 곳을 2015년부터 재활성화했다. 오랫동안 방치돼있던 시장은 비어있는 점포가 많았고, 쓰러질 것 같은 전신주, 위생상태 등 손님의 발길을 끌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윤 대표는 “전통시장은 도시 활성화에 중점적인 역할을 하는데, 송정역전 매일시장은 1970~1980년대 모습 그대로라서 쇠락해갔다”고 말했다. 컬쳐네트워크는 11개월 동안 전문가, 지역 상인 등과 다자간 파트너십을 맺어 시장 살리기를 기획했다. 특히 평일 오전에는 사람들이 바쁘다는 점에 착안해 야간에 방문할 수 있는 마케팅 프로젝트를 접목했다. 또한, 각 점포가 음식을 포장해주면 손님들이 시장 옆으로 나와 먹을 수 있도록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했다.

윤 대표는 “최근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며 “이들은 지역 내에서 자원과 지속 가능한 운영 방식을 찾고, 해당 지역만의 유일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외 지역이 ‘정주’할 수 있는 곳이 되려면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양동수 더함 대표, 김영준 행복한여행 나눔 대표, 정주형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여운태 어웨이크 대표, 윤현석 무등산브루어리 대표.

발제 이후 토론 세션에서는 윤 대표와 함께 △정주형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여운태 '어웨이크' 대표 △김영준 '행복한여행 나눔' 대표가 다양한 공간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 이사장은 강원도 원주, 여 대표는 경기도 김포, 김 대표는 충청남도 홍성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청년들을 지역으로 불러모으는 노력들을 공유했다.

지역 여행사 '행복한여행 나눔'을 운영하는 김 대표는 “취업 준비를 위해 이력서를 채우려고 시작했던 일이 창업으로 이어졌다”며 지역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창업 후 젊은 인력들을 홍성으로 유치하고 싶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접근 방법을 바꿔 어떤 사람들이 홍성을 찾는지 조사해보니 귀농, 귀촌으로 유명했다”며 “지금은 ‘지역의 이정표가 되어드린다’는 주제 아래 청년 대상으로 캠프, 교육 등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어웨이크의 여 대표는 “김포에는 김포공항이 없다”는 여는 말로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지역에 노인, 청년, 아이 등 다양한 연령층이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가장 큰 이슈는 ‘정주’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청년들에게 일거리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 언어재활치료기관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에는 지역 대학을 졸업한 청년 재활치료 전문가들이 일한다. 2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이 중 15명이 정규직이다. 정 이사장은 “수도권에서도 자리잡을 수 있는 직원들이 원주에서 계속 일을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며 “많은 재활 치료 전문가들이 수도권에서도 계약직으로 일하는 반면, 우리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꾸준히 정규 월급을 받고, 수도권보다 생활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좋은 직장이면 청년들도 지역에 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30세이가담 첫 세션은 ‘로컬에서 다르게 살아보기’라는 주제로 진행돼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다양한 공간과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론자들은 지역에 인력이 남게 하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민-관 거버넌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지역이 관의 신뢰를 얻으려면 ‘존버(성공할 때까지 버틴다는 은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역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네이버후드(neighborhood. 이웃 관계)’를 실제로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대표도 “지역에 있는 공공기관과 거버넌스를 정립하기 위해 실력을 키워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김포 청년들을 모아 요리를 하고 밥을 함께 먹는 파티인 ‘김동파(김포 동네 파티)’를 들었다. 여 대표는 “김동파의 성장은 김포시에 청년과를 만드는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사진. 최범준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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