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길노래 / 이미지제공 : 벼리커뮤니케이션

“걷는다는 행위만으로 풀려나가는 것이 있다. 그렇게 걸으며 사람들의 맺힌 기운이 풀리고 가벼워져 사라지는 것처럼, 그 길과 땅의 아픔도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저자 안석희는 책 ‘산티아고 길노래’에 산티아고 순례길 40일의 사람과 순간을 노래와 글로 엮었다. 저자는 여행을 떠나기 전 길을 걸으며 매일 노래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은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내려놓았다. 찬찬히 자신을 돌아보려던 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노랫말이 떠오르면 메모를 했고, 길에서 만난 풍경과 기념물 앞에서는 익숙한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냥’ 걸어서일까. 책에는 본의 아니게 지역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순례자가 된 이야기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이 품은 스페인 역사와 문화, 아프리카 노예 이야기를 담은 쿰바야, 길 위에서 기적처럼 다시 만난 뉴질랜드 여행객 등 문화와 일상이 촘촘히 이어진다. 새로 생겨난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들도 자세히 안내한다. 산티아고 순례를 준비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팁도 여럿 담았다.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듣고 보며 느낀 견문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민주화운동, 제주 4.3, 세월호와 남북평화 등 몸소 겪은 한국현대사의 주제들을 개인 이력과 함께 성찰하며 돌이켜본다. 저자는 "‘길을 걷는 일’은 개인의 아픔을 만남과 동시에 사회의 아픔을 치유한다"고 말한다. DMZ에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평화와 화해, 치유의 길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이유기도 하다.

저자 안석희는 작곡가, 음반디렉터기도 하다. 필명 유인혁으로 <바위처럼>, <우산>, <나의 낡은 캐주얼화> 등 노래를 발표했다. 이력에 걸맞게 책에는 직접 지은 노래부터 해외에서 보고 들은 노래들까지 노랫말이 그득하다.

책 사이사이 자리한 노랫말이 익숙한 사람들은 이를 곱씹으며,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야기와 노랫말을 함께 상상하며 읽도록 해준다. 저자는 “순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노랫말은 순례길과 사람들이 만드는 이야기를 더 풍요롭게 해준다.

작가는 음악가 외에도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노리단’을 운영했다. 지금은 문화예술과 사회적경제에 바탕을 둔 프로젝트, 멘토링, 컨설팅을 한다. 지난 날 자신을 돌아보며 “그때 원 없이 하고픈 걸 다 해줘서, 그런 선물 같은 시간과 기억을 만들어줘서, 두려움을 잘 딛고, 어떤 일이 닥쳐도 편안하고 용감하게 걸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이어 산티아고 길처럼 “바로 여기에서, 내 몫의 짐을 지고 반듯하게 걸어가겠다”고 강조한다.

“하고 싶으면 하렴, 어차피 안 되면 못하는 걸. 걷는 일이 그랬잖아. 여기서 사는 일도 그렇겠지. 잘 안 되면 어쩌랴, 그 또한 그런 거겠지. 무얼 하든 그렇게 충분히, 충분히 해보렴. 바로 여기서 말이야. 이곳이 산티아고 길 아니겠니. 그러니 지금, 여기가 또 새로운 여행의 시작일 거야."

이어 길 위의 청년 루치아노가 자신에게 해주었듯, 독자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빠란떼(Pa’lante), 신념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자!

 

◇ 산티아고 길노래=안석희 지음, (주)벼리커뮤니케이션 펴냄. 222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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