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전문미디어인 이로운넷은 창사 11주년을 맞아 '사회적경제, 미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특별인터뷰를 연속 진행합니다. 지금의 사회적경제에 던지는 화두들을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을 통해 들어보았습니다. 

 

강원도 원주의 38개 사회적경제 조직이 모여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이사장 우순자) 구성원 16명은 오는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일본 치바현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을 방문한다. 2016년 첫 방문을 시작해 이번이 다섯번째다. 이에 앞선 지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치바그룹 구성원 15명이 원주를 방문했다.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상호 간 협동조합 운동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특히 원주 입장에서는 급속하게 진행되는 한국의 고령화 대책을 위해 일본의 경험을 공유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이러한 교류 활동이 바탕이 돼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에서는 올해 4월부터 지역 돌봄사업 담당 전문인력을 채용했다. 오는 31일에는 ‘원주지역 협동조합 돌봄사업 관련 현황조사 발표회’를 개최한다. 지금까지 학습해 온 ‘협동조합과 돌봄’을 근거로 본격적인 돌봄사업 추진을 위한 터다지기에 나서는 것이다.

원주 협동조직 돌봄사업 추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은 1976년도에 설립된 ‘생활클럽 생활협동조합’을 모태로 2004년 설립됐다. 지금은 ‘VAIC 커뮤니티케어 연구소’, ‘워커즈 콜렉티브 치바현 연합회’, ‘유니버셜 취업 네트워크 치바’ 등 9개 단체가 ‘생활클럽 치바 그룹’으로 불린다. 먹을거리에서부터 시작해 환경, 육아, 지역복지로 분화되고 최근에는 사회적 돌봄과 빈곤 대책, 근로지원, 재생가능한 에너지 추진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들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사람답게 지역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커뮤니티를 재생시켜 나가겠다”고 공헌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시작해 어떻게 삶의 다양한 분야로 분화·발전하게 됐을까? 사회복지법인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에서 실무총괄을 담당하는 미요시(三好 規·Miyoshi Tadasu) 전무를 만나봤다.

일본 치바현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 미요시(三好 規·Miyoshi Tadasu) 전무

-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어떤 이유로 고령자 케어 등 복지사업을 시작하게 됐나요.

▶ 원래 생협이라는 것은 무엇을 먹고 싶고, 갖고 싶고 하는 것을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기본입니다. 따라서 복지사업도 관 중심의 시혜적인 서비스 이용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서비스를 내가 만들자는 인식에서 출발하게 됐습니다. 5년 동안 특별노인요양홈(2000년 4월 1일 오픈, 단기 STAY와 DAY-CARE 센터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모토는 “나라면 어떻게 있고 싶은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사업을 시작할 때 복지사업 서비스 이용자의 인권, 존엄, 선택권은 일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복지사업을 해오면서 전략적 구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재생산을 생각해 본적도 없습니다. 눈앞에서의 만남, 사람의 요청과 부탁 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생협 조합원, 지역주민, 직원)이 복지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비전을 함께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를 위한 사업이 있다면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하는지요.

▶ 2018년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는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것을 방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지역주민에게 운영이나 설계에 관련한 설문을 실시, 설문 결과를 가지고 지역주민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4~5회 진행하고, 이를 설계와 운영에 적용합니다. 지역주민이 이 프로세스에 참가함으로써 흥미를 가지고 사업 개시 후에도 주체적으로 관여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야치마타 시의 소규모 다기능 시설 건설에 이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신규 사업(소)에 근무할 예정인 직원은 모두 커뮤니티 디자인에 참가합니다. 또한 법인 전체 직원에게도 매년 사업계획 작성단계에서 프로세스를 공개하고 의견을 구합니다. 의견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공개와 의견 표명의 기회는 항상 만들고 있습니다. 생협에 조합원들에게는, 신규 사업이 결정되면 이를 이용하는 것과 사업소에서 일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관련 홍보를 진행합니다. 또 가까이 사는 조합원에게는 커뮤니티 디자인 사업에 참가해 줄 것을 계속 호소하고 있습니다.  

-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에서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 그룹 내 타 조직과 조직 구성원과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나요.

▶ 바람의 마을에서 새로운 시설이 만들어지면 생활클럽(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전체 조합원에게 홍보합니다. 직원 모집이 필요하면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합원에게 배포되는 홍보물에 정기적으로 전단지를 넣어서 채용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나가래야마(특별양호노인홈 등의 시설이 있는 지역)에서는 워커즈 콜렉티브에서 주방 업무를 전면 위탁하고 있으며, 레스토랑 운영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활클럽 치바 그룹 연락 협의회라고 하는 회의를 3개월에 한 번씩 개최하는데, 치바 그룹 소속 각 단체 대표자가 다 모입니다. 그 회의에서 각 단체 활동보고와 공통으로 전개하고 있는 사업을 토의·결정해서 실행으로 연결해 갑니다. 현재는 2020년 각 단체 중기 계획 작성을 위해서 공동학습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이 지향은 ‘사회 모델을 만든다’입니다. 이는 바람의 마을 내적 지향을 넘어 새로운 가치와 지향과 삶의 방법을 지닌 새로운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나요.

▶ 10년 동안 실천해 온 유니버셜 취로지원(장애가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일하고 싶어도 일하는 것이 힘든 사람도, 제도에 묶지 않고 지원해 가는 시스템) 사업이 국가가 만든 생활곤궁자 지원제도의 뿌리가 된 게 하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19년도 사업계획에서는 사회연대경제 섹터의 하나로서 ‘이어지는 경제 포럼’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빈곤문제나 지구 온난화 문제 등 사회 문제에 대해 비영리, 영리단체가 협력해 함께 해결해 가자는 취지의 제안입니다.

더욱이 바람의 마을에서는 다른 사회복지법인이나 기업이 하려고 하지 않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 행동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별입양 알선 사업을 8월에 시작합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부모의 학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어린 아이들의 문제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자는 것이고, 또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아이를, 아이를 원하는 양부모에게 연결해 줌으로써 아이의 생명을 구하자는 것입니다.

국가 제도 사업은 물론 지속적인 경영의 축입니다. 우리는 그 축을 유지·발전시켜 수익을 내면서 잉여금의 일부를(2019년 한화 3억 원) 지역 복지 지원금으로, 지역 활동에 쓰고 있습니다.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조합원 단체를 방문한 일본 치바현 '생활클럽 치바 그룹' 구성원들.

-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협동조합과 복지는 어떤 관계인지, 어떤 관계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 일본에서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협동조합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출발점은 지역주민이 서로 협력하여 서로의 생활을 지탱해 주는 것입니다. 물론 안전한 먹을거리가 중요하지만,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는 거의 확실하게 케어가 필요하게 되는데, 일본에서는 현재 케어사업에 있어서 대규모 영리기업의 지분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시설환경이나 직원교육이 방치돼 위험성도 높아집니다. 이런 가운데 서로 돕는 정신이 바탕이 된 비영리이면서 지역사람들의 연대를 중시하는 협동조합의 존재는 중요합니다. 협동조합의 서비스 질이 높으면 영리기업도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질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영리 자본에 지배되는 게 아니라, 협동조합에 의한 복지사업이 지역에서 일정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으로 사회의 건전성이 유지됩니다. 따라서 모든 협동조합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복지에 관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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