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랏말싸미'는 한글창제 여러 가설 중 세종대왕과 신미스님의 협업을 조명했다./사진제공=영화사 두둥

‘한국에서 태어나길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몇 이유 중 하나는 ‘한글’ 때문이다. 어쩌면 이렇게 쉽고 편리하고 간결하면서 아름답기까지 한지. 내가 국문학 전공자라서가 아니라, 한글은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완벽한 문자’다. 특히 휴대폰 자판을 빠르게 쳐내려갈 때, 복잡한 발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 때 ‘한글 사랑’은 터져 나온다.

최근 한글 창제를 소재로 한 영화 ‘나랏말싸미’를 보고 난 뒤, 세종의 업적이 새삼 더 놀랍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작품은 백성을 위한 글자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진 세종대왕이 ‘언어 인재’ 신미스님을 만나 함께 뜻을 이뤄가는 과정을 조명했다. 

스크린을 통해 세종을 다시 보면서 그가 오늘날 ‘사회혁신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품고 있음을 발견했다. 사회혁신가란 특정 사회문제에 깊이 공감해 혁신적 방법으로 해결에 나선 행동가를 뜻한다. 세종에 적용해보면 “우리말이 중국과 다른데 문자가 없어서 어리석은 백성들이 제 뜻을 펼치지 못하는 현실”을 조선의 큰 문제라 여겼다. 

의사소통은 우리말로 했지만 문자는 한자를 사용했던 조선 초기, 양반 계층은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써 문자와 지식을 독점했다. 그러나 어진 임금 세종은 “조선의 모든 백성이 문자를 읽고 쓰며 성현의 가르침을 실현한다면, 중국을 능가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세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새 글’자를 떠올린다. 먹고살기 바쁜 백성이 깨우치기 어려운 한자 대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물론 신하들로부터 ‘쓸데없는 일, 불가능한 일’이라는 온갖 반대와 의심에 시달린다. 요즘 사회혁신가들이 ‘돈 안 되는 일, 이상만 좇는 일’이란 비판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나 세종은 두 눈이 실명에 이르는 헌신적 태도로, 백성을 위한 28글자라는 ‘소셜 미션’을 끝내 실현해낸다. 만약 한글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수혜자를 세어본다면 얼마쯤이나 될까? 어림잡아도 천문학적 단위일 것이다.

더욱이 한글이 우리에게 ‘감동’까지 주는 이유는 세종이 어떤 이익이나 명성을 바라지 않고, 오직 ‘사람’을 향한 애정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누군가 ‘사회혁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한글을 모범 답안으로 내놓으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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