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훈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대표를 만나 국내외 공정무역의 현황과 특징, 앞으로의 과제 등을 들어봤다.

공정무역 제품을 공식 인증하고 생산자를 지원하는 ‘국제공정무역기구(Fairtrade International?이하 FI)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 세계 공정무역 제품 판매액은 약 11조 원, 이 중 한국은 388억 원을 기록했다. 1950년대 공정무역을 시작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보다 늦은 2000년대 본격화했지만, 한국은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FI에 따르면 전 세계 75개국 1664개 생산자 조합에서 160만명 농부가 공정무역 생산에 참여한다. FI는 생산자들이 공정한 대가를 받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최저 가격을 매기고, 개발도상국 농민들에게 추가 장려금을 지급해 지역사회 의료?교육?사회서비스 등 개선을 이끈다. 또한 스타벅스, 네스프레소, 버거킹, 던킨도너츠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정무역 인증 원료를 사용해 윤리적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일 본에 본부를 둔 FI는 전 세계 32개국에 공정무역 사무소가 있는데, 한국은 지난 2011년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2번째로 문을 열었다. FI 한국사무소는 ‘공정무역 주류화’를 목표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공정무역을 홍보해 윤리적 구매의 기반을 넓히고, 기업들이 공정무역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동훈 FI 한국사무소 대표를 만나 한국 공정무역의 성장세와 인지도, 활성화 과제와 발전방향 등에 관한 이야기들 들어봤다. 지 대표는 “2018년 국내 공정무역 제품 판매액은 480억을 기록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으며, 올해는 600억 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국내 공정무역만의 특징, 이에 따른 한국사무소의 주요 전략을 말해달라.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는 국내 공정무역 제품이 유통 및 판매될 수 있도록 기업을 지원한다. 최근 롯데GRS와 MOU를 맺어 커피 브랜드 '엔젤리너스' 전국 500개 매장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도록 했다.

▶한국은 공정무역 원료 생산지가 아닌, 가공과 반가공을 통해 내수와 수출을 하는 산업 구조를 가졌다. 한국사무소는 FI를 통해 생산자?수입자?제조자 모두가 투명하게 인증?추적?감사를 받는 시스템을 통해 안전성?신뢰성?윤리성이 담보된 공정무역 원료를 기업에 연계하는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커피 브랜드 ‘엔젤리너스’와 MOU를 맺어 공정무역 인증 커피를 소비자들이 마실 수 있도록 지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사회적경제 활성화 흐름에 따라 한국사무소에서는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기관 및 단체 지원에도 힘쓰려고 한다. 사회적기업, 장애인기업, 여성기업 등이 정부에서 인증하는 수식어에만 머무르지 말고, FI 인증 시스템을 통해 사회?환경?경제적 국제기준을 만족한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거라고 생각한다. 국제사회에서 90% 이상 통용되는 FI 인증마크 원료를 사용한다면, 국내 대형 유통사뿐만 아니라 세계시장 수출에도 더 당당히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시장에서 공정무역이 성장세다. 그 이유를 뭐라 보는가?

국제공정무역기구는 생산자와 노동자에게 국제 시세에 상회하는 정당한 금액과 추가 장려금을 지급해 지속가능한 삶을 지원한다. 2017년 공정무역 생산자에게 지급한 추가 장려금만 2300억원에 달하는데, 해당 지원금으로 저개발국 농부들은 지역사회 교육, 보건 등에 투자해 삶의 질 개선을 이끈다.

▶최근 유럽의 밀레니얼?Z세대(10~20대)에서 친환경, 지속가능한 소비가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요즘 젊은이들이 물건을 고를 때 단순히 가격과 디자인만을 보는 것이 아닌,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따져본다는 내용이다. 한국 소비자들도 미세먼지, 기상이변 등을 비롯해 생리대 안전성 파동 등을 겪으며 소비 방식을 달리하게 됐다. 내가 쓰는 제품이 누가 어떻게 재배했고, 어떻게 제조돼 수입됐으며, 나와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정무역은 아동 노동과 여성 차별을 금지하고, 유해 농약이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배제하는 등 기본 원칙으로 운영된다. 윤리소비, 가치소비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시민단체나 정부, 지자체, 일반 기업 등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추려 하는 추세다.

- 그럼에도 일반 시민들의 공정무역 인지도는 아직 낮다.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 소비자들의 공정무역 인지도 역시 상승하는 중이다. 그 예로 한국사무소에서 진행하는 행사의 자원봉사자 모집 결과 지난해 100명이 지원했다면, 올해는 500명이 신청하는 등 젊은 세대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현 단계 공정무역이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정무역 인증 제품의 ‘투명성’을 강조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생산?수입?제조라는 전 과정에서 공정무역이 가진 투명성?윤리성?지속가능성을 한국 소비자들 알게 된다면, 선진국처럼 공정무역 제품을 우리 일상 속에서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다. 

다만 ‘공정무역 제품은 비싸다’는 편견이 있는데, 생산자 조합을 통해 직접 구매하고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어떤 ‘브랜드’에서 판매되느냐에 따라 동일 생산지, 같은 품질의 원료라도 제품 가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유기농 바나나가 일반 친환경 식품 매장에서 1kg당 7000원에 판매되는데, 전국 오프라인 매장 및 온라인몰이 있는 ‘올가’나 ‘자연드림’ 매장에서는 4000~5000원에 팔린다. 찾는 소비자들이 많을수록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 FI에서 인증한 공정무역 제품은 총 몇 가지인가. 더불어 주목받는 제품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서울 을지로4가에 위치한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에는 한국에 유통 중인 다양한 공정무역 제품을 전시해뒀다. 최근에는 특히 공정무역 '면화'로 생산한 패션, 잡화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흔히 커피(원두)나 차 종류, 코코아, 설탕을 비롯해 바나나, 망고, 체리 등 과일이 공정무역 원료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금이나 술, 꽃, 축구공까지 무궁무진한 제품이 공정무역 방식으로 생산된다. FI에서 인증한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3만 5000종에 이르고, 국내에서는 330여개 제품이 유통 중이다. 국내 기업 중 FI의 인증을 받은 제품 수도 90여개에 달한다. ‘복음자리’의 딸기잼처럼 공정무역 인증 설탕을 활용해 제품을 출시한 경우도 20개 정도다.

최근 한국사무소에서는 특히 ‘목화(면)’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옷의 원단을 확인할 때 순면 100%인지 아닌지는 확인해도 어떻게 생산됐는지는 잘 모른다. 공정무역 목화는 NON-GMO 씨앗을 사용하고, 유기 퇴비?농약을 사용해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최소화한다. 여러 패션업계에서 공정무역 방식으로 키운 면화를 사용한다면, 지구를 보호할 수 있다.

- 향후 공정무역 운동의 흐름과 한국사무소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공정무역 인식이 확대되면서 서울, 경기, 인천, 부천 등 여러 자치단체에서 시도 차원의 공정무역 마을운동을 진행하는데,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사무소 역시 마을운동 캠페인에 동참해 시민단체와 협업해 공정무역을 다방면으로 홍보 중이다. 지방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공정무역 관련 기업을 육성할 때도 적극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사무소에 직접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 청년 창업가들을 위해 원료 구매, 인증 안내, 홍보 및 유통망 발굴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올해 FI의 슬로건은 ‘사람과 지구를 위한 공정무역(Fairtrade, for the people, for the planet)’이다. 공정무역은 원조가 아닌 무역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사람과 지구를 위한다는 철학을 공유해 더 빠른 속도로 공정무역 소비가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

청년벤처 3호 기업 ‘나마오’ 안광호?김종현 대표 미니 인터뷰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청년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차카다 코코넛 오일'을 개발한 '나마오'의 안광호(왼쪽), 김종현(오른쪽) 대표의 모습.

FI 한국사무소에서는 2017년부터 공정무역 청년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청년벤처들이 공정무역 농가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UN의 지속가능개발 목표 달성에 동참하고 참신한 스토리텔링과 우수한 제품으로 국내 유통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공정무역 인지도 및 제품 확산에도 기여한다.

제1호 공정무역 청년벤처 ‘페어제너레이션’의 면화를 시작으로 제2호 ‘웜플’의 타올에 이어 제3호 ‘나마오’의 차카다 공정무역 유기농 코코넛 오일이 이달 출시됐다. 나마오 두 대표에게 새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번에 출시한 ‘공정무역 유기농 코코넛 오일’ 개발 과정은?

▶안광호: 예전부터 하나를 구매하면 하나는 기부되는 ‘탐스’ 신발이나 기부 팔찌 등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많았다. 우연히 ‘공정무역’을 알게 됐는데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경제적 자립의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 단순 기부보다 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 관련 사업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여러 제품 중 코코넛 오일을 택한 이유는 태국, 필리핀 등에서 원숭이를 동원해 코코넛을 수확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공정무역에 동물보호라는 의미를 더하면 더 큰 가치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차카다 코코넛 오일은 법적으로 원숭이 동원이 금지된 스리랑카 공정무역 농장에서 원료를 수입해 생산한다.

Q. FI 한국사무소에서 어떤 도움을 받았으며, 차카다에 담긴 스토리는?

▶김종현: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수입 절차라든지 현지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면에서 지원을 받았다. 원료 소싱 담당자 지원을 통해 코코넛 농가에서 샘플을 받고, 공정무역 제품 인증과 디자인, 포장 등 면에서도 여러 조언을 얻었다.

‘차카다’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착한 제품이라는 의미로, 스리랑카 감파하 지역의 농부 74명이 재배한 코코넛을 사용한다. 생산자들은 공정무역 생산에 참여하면서 관련 교육도 받고, 추가 장려금으로 유치원이나 컴퓨터 센터 등을 짓게 됐다. 우리 제품에 스리랑카 농부들의 꿈까지 담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려고 한다.   

나마오의 차카다 공정무역 유기농 코코넛 오일은 1회용 스틱형으로 제작해 편리성을 높였다. '올가' 등 유기농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Q. 제품 자체의 차별점이나 경쟁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

▶김종현: 기존 코코넛 오일은 큰 용기에 담겨서 이물질이 들어가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성분이 기름이라서 빛이나 공기 등을 차단하는 게 중요한데, 이번 ‘차카다’오일은 스틱 형태의 소포장 제품으로 만들어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휴대성을 함께 높여 차별화를 꾀했다. 아이나 임산부처럼 제품의 안정성이 중요하거나 편리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차카다를 어떻게 홍보하고 판매할 계획인지?

▶안광호: 유기농 매장 ‘올가’ 입점이 확정됐는데, 이를 계기로 다양한 매장에 입점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회용 스틱형으로 편리성이 높다는 장점을 살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볼 수 있도록 호텔이나 온천, 피트니스 센터 등에 비치하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이때 공정무역 홍보물도 함께 마련해두어 가치를 더 확산하고 싶다. 코코넛 오일 외에도 품질 면에서 뒤지지 않는 훌륭하고 신선한 공정무역 제품을 기획해 나가겠다.

사진제공.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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