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A는 2017년 7월경 황당한 일을 당했다. 2017년 3월경 A회사는 한 발주기관이 주최한 아이디어공모전에 참여했다가 떨어졌다. A회사는 해당 공모절차에서 사업계획서와 PPT 자료 등을 발주기관에 제출했다. 공모전에서 탈락한 것은 아쉽지만 공모전의 취지와 맞지 않아 그렇게 된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7년 7월경에 A회사가 공모전에 제출했던 아이디어를 그 발주기관이 사용하여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다른 사회적기업 B는 2018년 4월경 공공기관 급식을 위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방법을 개발하였는데 단독으로 하기 어려워서 C회사와 업무를 제휴하기로 하였다. 계약조건과 제휴방법을 놓고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서비스 출시를 하지 못한 채 수 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C회사가 똑같은 서비스 방법으로 다른 곳에서 2018년 6월부터 이미 급식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듣게 됐다. 

두 사례 모두 과거에는 피해자 입장에서 법적으로 문제삼기가 쉽지 않았다. 첫 번째 사례와 관련하여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저작권법 제2조 제1호)이다. 즉, 기획 단계에 있는 아이디어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이 아니다. 사례에서 발주기관이 A회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아이디어와 정보를 이용하였을 뿐 사업계획서 자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어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B회사가 C회사와 업무 제휴를 위한 협상을 하면서 사전에 비밀유지의무, 경업금지의무 등을 담은 MOU를 체결해 놓았다면 해당 의무 위반으로 소송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전에 어떠한 계약이나 양해각서를 체결하지 않은 채 교섭을 하다가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사건이 빈번히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다른 지식재산 관련 법령에 비해 다소 폭넓게 무형적 권리를 보호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서도 관련 규정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8년 4월 개정법에서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2018. 7. 17. 시행)를 부정경쟁행위로 추가했다. 

이러한 개정법에 따라 입찰이나 공모 절차 또는 거래과정에서 상대방의 아이디어나 정보를 탈취하는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법은 여전히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즉, 아이디어 탈취행위가 발생한 경우 특허청장,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반행위를 한 자에게 시정권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나(부정경쟁방지법 제8조), 시정권고에 따르지 않는 경우의 제재수단이나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문제된다. 

한편, 영업비밀과 관련하여 2019년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업과 관련해서 비밀로서의 가치가 있는 모든 정보가 영업비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해당 정보가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 있는 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경제적 유용성, 비밀로 관리되고 유지되어야 하는 비밀관리성이 그것이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2019. 7. 8. 시행).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경영상ㆍ기술상 정보로서 경제적 가치를 가졌음에도 사업자가 비밀로 관리하지 않아서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직원이 회사의 정보를 외부에 유출시킨 경우에도 회사가 해당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 직원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웠다. 

이와 관련하여 2015년 개정 이전의 부정경쟁방지법은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정보를 영업비밀로 정의했고, 2015년 개정시 “합리적 노력”으로 비밀관리 노력의 정도를 완화했으며, 2019년 개정에서는 “합리적 노력”도 삭제하여 “비밀로 관리”되기만 하면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비밀관리성 요건은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2015년 개정 이후 하급심 판례 이외에 대법원 판례는 없고, 2019년 개정법은 이제 막 시행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정보를 관리해야 영업비밀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알 수 없다. 

개정법에서도 비밀관리성 요건 자체는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밀로 유지하고자 하는 정보에 대해 비밀 표시를 하고, 접근대상과 방법을 제한하며, 정보 접근자에게 비밀준수의무 부담시키는 등의 비밀관리 노력을 하는 경우에 보다 용이하게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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