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나이? 소외당하지 않는 무대”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출산? 나이? 소외당하지 않는 무대”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 이로운넷=남궁수지(가치나눔청년기자단2기),백선기 책임 에디터
  • 승인 2019.08.01 0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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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품고 은퇴는 늦추는 마을기업 ‘아이야’
문화사각지대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맞춤공연’
지역의 예민한 사회문제를 예술로 풀다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안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가치나눔청년기자단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눈으로 바라본 생생한 사회적 경제 현장 속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난 6월 5일 강동구 소셜타운에서 열린 소셜디자인 프로젝트 <안녕?안녕!안녕…>의 공연현장/ 사진출처: 아이야

 

" 배우란 무대에 서야 비로서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사람들입니다. 무대를 떠나면 다른 분야로 재취업이 쉽지 않고요.."

 

정가람 아이야 대표가 밝힌 협동조합의 존재 이유다.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는 예술가들과 마을공동체가 만나 형성된 마을기업이자 공연단체이다.

​현재 어린이 뮤지컬 <똥꼬가 셋>, 어르신들을 위한 뮤지컬 <주크박스 뮤지컬>, 재건축과 관련한 문제를 다룬 소셜디자인 프로젝트 <안녕?안녕!안녕…>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문화소외계층들을 찾아가 공연하고 지역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해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엄마’도 중요하지만 ‘나’도 중요해

아이야는 결혼과 출산으로 무대를 점차 떠나게 된 문화예술인들이 시작했다.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등에서 단원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주축이다.

 

강동구 소셜타운에서 만난 정가람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대표 /사진: 남궁수지 가치나눔기자단 2기
 

 

​“결혼과 출산을 하다 보니 전과는 달리 활동반경이 확 줄어들게 됐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도 보람되지만 원래 하던 공연 일과는 의도치 않게 단절된거죠. 그로 인해 오는 공허함과 복귀사이에서 고민이 깊어갔습니다.”

 

​2013년, 정 대표는 강동구로 이사 오면서 처음으로 마을공동체, 사회적 경제에 대해 알게됐다.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먼저 엄마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맘카페)에 뮤지컬을 만들어보자는 글을 올렸다.

​예상 밖으로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 맘카페는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공부모임’ ‘반찬을 나누는 모임’처럼 ‘나’보다는 ‘엄마’라는 역할을 중심으로 결성된 모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대표는 “엄마로서가 아닌 나의 미래와 꿈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제안한 점이 큰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마을극단에서 올린 첫 공연은 국립극장이나 예술의 전당처럼 큰 공연에 익숙한 단원들에겐 아주 작은 공연이었다. 그러나 울림은 더 컸다.

 

아이야 창작극 어린이 뮤지컬 '똥꼬가 셋' 공연 모습/사진=아이야

 

​“내가 사는 곳에서 내 아이들이 보고 이웃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따뜻했고 전에 갖지 못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단원들 모두 자녀를 둔 엄마들이라 공연연습에 아이들도 참관했다. 정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단원인 엄마 앞에서 공연을 따라하고 생활 속에서 만나는 문화를 통해 감수성이 채워지는 것을 봤다”면서 “삶을 예술로, 마을을 문화로’ 바꿀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맞춤공연’

 

​아이야의 비즈니스 모델은 ‘문화사각지대’에 놓인 대상들을 위한 ‘찾아가는 맞춤공연’이다. 정 대표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면서 “부모가 맞벌이거나 조부모에게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처럼 물리적 거리와 시간, 그리고 정보의 부재로 공연을 접할 기회가 부족한 ‘문화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꽤 많다”고 지적했다.

 

"지역에서 활동 해보니 점점 지역의 더 깊숙한 골목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깟 공연 하나 봐서 뭐 하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공연 한 번이 주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점을 날로 깨닫고 있거든요."

 

아이야는 어린이집을 돌며 어린이 뮤지컬 <똥꼬가 셋>을 공연하면서 진정한 소외계층은 노인분들이다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강동성모노인요양원에서 많은 노인들이 ‘아이야’의 공연을 즐겁게 관람하고 있다. 사진출처: 아이야

 

​“ 천호공원에서 하릴없이 나와 배회하시는 어르신들을 많이 뵙게 됐어요. 문화공연이라하면 맨날 트로트뿐이고요.”

 

​아이야는 <똥꼬가 셋>이라는 작품으로 노인회관, 요양원, 양로원, 복지관 등 10군데로 노인순회공연을 진행했다. 정 대표는 “아이들에게 하는 공연과 또 다른 감동을 느꼈다”면서 “이를 계기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노는 뮤지컬 <주크박스 뮤지컬>을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이야는 <주크박스 뮤지컬>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지역 어르신 투어를 다닐 예정이다.

 

문화예술의 사회적가치에 눈뜨다

정 대표는 2013년부터 강동구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의 아카데미 코스를 밟은데 이어 2년여에 걸친 인큐베이팅 과정을 통해 협동조합 아이야를 창업했다.

 

​“긴 시간이었지만 밑바닥부터 다져가며 올라가고 싶었어요. 마을공동체일 때는 예술가로서 좋은 공연만 만들면 됐지만 협동조합이 되고보니 사회적 책임이 더 따르고 수익을 어떻게 사회에 잘 환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죠.”

 

​현재 아이야는 사회적 협동조합 ‘함께 강동’의 일원으로 월 회비를 내며 지역의 공적인 일에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아이야는 연습실 공간을 지역 청년들에게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고 독립영화제처럼 상영관을 잡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공유공간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갓 졸업한 청년들이 오디션의 기회를 잡기란 참 어렵습니다. 또 실력 좋은 10년차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설 무대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 문화예술 분야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아이야에는 현재 경력단절 여성들, 미혼인 청년들, 40~50대 후반의 여성 등 12명이 함께 하고 있어요. 특히 여성들의 경우 출산과 육아로 1차 경력단절을 맞고 얼마 안돼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습니다. 나이 때문에 직장을 잃게 되는 경우가 타 업종에 비해 훨씬 빠릅니다.”

아이야는 이 같은 척박한 현실에서 청년들을 품어주고 문화예술인들의 은퇴를 늦추는 것이 목표다.

마을그림책 안녕?안녕!안녕…을 입체낭독극으로 꾸민 무대를 아이들이 재밌게 참여하고 있다. 사진출처: 아이야

 

아이야는 올해 소셜디자인 프로젝트 <안녕?안녕!안녕…>을 키워나가고, 내년부터는 노는 뮤지컬 2탄 <수상한 외갓집>을 공연 할 계획이다. <안녕?안녕!안녕…>은 재건축으로 단절되어가는 지역 내 문제를 다룬 프로젝트이다.

​<수상한 외갓집>은 오래된 집에 대한 가치와 세대 간의 소통에 대한 도시재생 뮤지컬로, 40년 된 낡은 할머니 집에 삼남매가 놀러갔다가 갑자기 정전이 되며 집을 지키는 가신들과 조상귀신들이 손자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극이다.

​아이야는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누리는 문화를 지향한다. 공연을 만드는 생산자와 그걸 향유하는 소비자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치를 누리는 것이다.

 

"아이를 낳았다고, 어리다고, 나이가 많다고 소외당하지 않고 누구든지 조화롭게 할 수 있는 공연작품들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가 지닌 사회적가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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