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가 국정과제로 선정된 후 전 정부 부처가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앞다퉈 나섰다. 정책 방향의 핵심은 ‘민간 주도, 지역 중심, 중앙 뒷받침’이다. 부처의 특성을 살리되 민간과 중앙 중심으로 풀뿌리 사회적경제의 힘을 키우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다. 올해는 이러한 정책 방향이 현장에서 본격화되는 첫 해다. 본지에서는 부처별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는지 연속으로 살펴본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사회적경제 자체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만들기 위해 기술기반 성장지원과 지역 거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마을기업, 보건복지부는 자활기업,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기획재정부는 협동조합 등 부처별로 담당하는 사회적경제기업 종류가 따로 있지만, 산업부는 4대 유형 전체를 지원한다.

박덕열 산업부 지역경제진흥과장은 “산업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간사 부처로서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역 균형발전의 주체라 보고 있다”며 “산업 육성 노하우를 축적한 산업부가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일반 기업 방식의 육성정책을 접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별 사회적경제기업뿐 아니라 ‘산업군’ 육성에 주력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기업은 양적 성장을 이뤘으나 대부분 창업 초기 단계에 필요한 요소를 지원받는다. 산업부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기업의 자생·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지역별 특화 산업군을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업종 유형별 기술개발, 디자인·판로개척과 같은 사업화 지원을 통해 기업이 질적으로 성장하고 지역 거점을 형성하는 게 산업부의 핵심 역할이다. 산업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는 구체적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사업 ▲혁신타운 조성 ▲국내외 판로 개척 지원 등이 있다.

산업부는 제조·유통·에너지·IT·문화 등 지역별 사회적경제 주요 분야의 제품 서비스에 대한 R&BD를 지원한다. 

산업부에서 작년부터 총괄기획하는 대표사업 중 하나가 ‘커뮤니티 비즈니스(이하 CB사업)’다. CB사업은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행정이나 자원봉사만이 아닌 지역 내에서 주민들이 공동체를 형성해 비즈니스 방식으로 풀어가는 게 핵심이다. 산업부는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공동체로 사회적경제기업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R&BD(Research&Business Development, 연구 및 기술개발 지원을 넘어서 한 단계 심화하여 사업화까지 연계하는 지원)를 지원한다. 산업부는 마케팅, 사업화 전략, 디자인 등 비R&D 지원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이 사업은 산업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하 KIAT)이 담당한다. KIAT은 R&D 전담기관으로, 산업부가 CB사업의 큰 그림을 구상하면, 이를 집행하고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과제 관리를 수행한다.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5인 내외 사회적 약자로 구성된 사업장이 많아 시장 내에서 역량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낮은 수준의 공통기술을 다수의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설계했다. KIAT 곽용원 지역산업육성팀장은 “기존의 기술 개발은 원래 없던 기술을 새로 만드는 작업이 주가 되는데, CB 사업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이 활용하기 쉽게 수정·보완하는 일이 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R&D는 지역에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주관이 돼 수행 중이다. 그러나 사회적경제기업 중 대부분이 R&D 경력이 없어 둘 사이에 인식 격차가 생긴다. 이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지역의 중간지원조직이 맡는다. 박 과장은 “사회적경제가 사람·조직 간 연대를 중시하고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만큼, 산업부와 전담기관은 중간지원조직과의 소통을 통해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해결점을 찾아나간다”고 말했다.

대구 식품 사회적경제기업 6곳이 모여 만든 공동브랜드 '베리쿱(VERY COOP).' 중간지원조직 '커뮤니티와경제'와의 협력이 돋보인 사례다. 

현재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46개 사업이 진행 중으로, 성공 사례로는 대구 식품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공동브랜드 ‘베리쿱(VERY COOP)’이 대표적이다. 베리쿱은 HACCP 인증 공동생산시설 ‘안심팩토리’를 구축해 큰 업체들만 진입할 수 있었던 단체 급식시장에 도전했다. 최근 대구 EXCO 리틀소시움과 급식계약을 체결했으며, 신규 고용 18명, 매출 2억 2700만 원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 사회적경제 지원기관인 ‘커뮤니티와경제’가 단순 사업화 지원 컨설팅 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성장을 뒷받침하는 노력을 보여 모범 사례로 꼽힌다.

권역별 통합거점 구축...혁신타운 조성

혁신타운 조감도. 산업부는 시범지역 전북과 경남을 시작으로 수요가 큰 지역 중심으로 전국 확대를 추진한다.

올해 처음 추진하는 사회적경제 혁신타운 사업은 인적·물적 거점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7000평 정도의 땅에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의 전 주기적 성장을 지원하는 플랫폼 구축이 목적이다. 사회적경제 지원조직을 물리적으로 모아놓고 협업·네트워킹을 돕고자 한다. 박 과장은 “그간 지방자치단체나 사회적경제기업의 요구가 있었고, 정부도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입주 수요, 향후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로 운용가능한 열린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올해 4월 심의위원회에서 전북 군산과 경남 창원을 선정했고, 지금은 설계 준비 단계로 향후 3년간 각각 28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두 곳 모두 제조업 등 산업군이 발달한 곳이며,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컸다는 점이 선정 이유다.

국내외 판로 지원...111개 사회적경제기업 수출 길 열어줘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판로개척 사업은 산업부뿐 아니라 산하 공공기관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산업부에 의하면, 과거에는 사회적경제기업 중 수출이 가능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았다. 작년부터 산하 공공기관인 코트라가 ‘사회적가치실’을 신설해 국내 사회적경제기업의 수출을 돕기 시작했다. 박 과장에 의하면 코트라는 무역상사 퇴직자들을 수출 전문 컨설팅 위원으로 채용해 각 기업에 연결해준다. 이 컨설팅을 희망하는 기업이 많아 경쟁률이 높은데, 작년에 사회적경제기업에는 가점을 줬다. 그 결과 111개 사회적경제기업이 수출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지난해에는 산업부 유통물류과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특별판매전을 열어 사회적경제기업만의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인터뷰] 산업통상자원부 박덕열 지역경제진흥과장, KIAT 곽용원 지역산업육성팀장

산업통상자원부 박덕열 과장(왼쪽), KIAT 곽용원 팀장

-R&D라는 개념을 생소하게 여기는 사회적경제기업도 있다. CB사업 과제 관리를 진행하며 겪는 애로사항은 없었는가.

▶ 곽용원 팀장 : CB사업은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최초로 시도되는 본격적인 R&D사업이다. 정부 R&D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적경제기업이 많다 보니 1차 사업공고에서 탈락하는 곳도 있었고, 선정된 이후에도 규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더라. 사업계획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수행 기관을 위해 협약 전 사업계획서 수정 컨설팅을 2차례 진행했고, 시도별로 지역사업평가단이라는 과제 관리기관을 통해 지역 현장에서 밀착 관리를 진행 중이다.

-CB사업의 성과 제고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있다면?

▶ 곽용원 팀장 : 지역별로 과제를 선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행기관들을 지원할 수 있는 별도의 플랫폼 과제를 운영한다. ‘성장플랫폼’은 시·도별로 전담 매니저를 연계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성공사례를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현장컨설팅 68회, 지역별 워크숍 45회, 시·도 간 간담회 4회 등을 진행했다. ‘사업화플랫폼’은 유통마케팅 전문교육(4회, 94개 기업) 및 시장조사, MD상담회(74개 기업), 홈쇼핑 방송 홍보(30개 기업) 등을 통해 판로개척을 통합 지원하는 내용이다. ‘홍보플랫폼’은 SNS에 공식 채널을 만들고, 대학생 기자단을 운영하며, 아이디어 공모전을 여는 등 CB사업에 대한 관심을 끄는 역할을 한다. 작년은 사업을 시작한 첫 해였는데 461개 사회적경제기업에 기술 개발 및 사업화 프로그램을 지원했고, 지역 내 146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사업화 매출액 34억을 달성했다.

-성장지원 사업을 통해 산업부가 기대하는 비전이 궁금하다.

▶ 박덕열 과장 : 사회적경제는 정부와 시장을 보완해 주는 제3섹터로, 현재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 중이고,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민간 주도로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아직 일반 국민의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고 수도권 집중, 지역 간 격차와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산업부의 최종 목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이며, 이를 통해 주민 일자리 창출, 사회 문제 해결 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예상한다. 지역이 주도하고 민간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혁신 생태계 조성’은 산업부만이 아닌 부처 공통의 미션이다. 기업 발전의 몫이 사회 환원으로 연결되면 주민 삶의 질을 높여 줄 것이며 나아가 지역이 겪는 산업 고용 위기 극복과도 연결되리라 기대한다.

 

사진제공. 산업통상자원부, KI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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