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공익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시도되는 아이디어나 진행 방식 또는 계획인 ‘(사회변화) 솔루션 모델(Social Solution Model)’ 중 주목받고 있는 몇 가지 모델의 실제 사례들을 알아본다. 개념과 현황, 필요성 등은 앞 선 칼럼을 참조하길 바란다.

위안부, 강제징용 등의 역사적 문제에 대해 일본이 사과나 보상 등의 정치적 해법이 아닌 경제적 보복이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반도체 관련 소재들의 수출 규제’라는 국내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에 국내 정부와 기업의 해결 노력에 발맞추어 민간에서는 일본 제품 안 쓰기, 일본 여행 안가기 등의 불매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Shopping is much more important than voting”
(쇼핑이 투표보다 더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불)소비 운동’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문구이다. 그저 평범한 삶의 한 행위인 ‘소비’가 민주사회의 가장 큰 의사표현 제도인 투표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가능성. 이 안에 사회변화 솔루션으로의 ‘생활운동’이 존재한다.  

그동안 사회변화와 변혁의 주체는 전문가들이었다. 훈련된 시민단체 실무자들과 관료 집단, 학위를 몇 개씩 가지고 있는 지식인 그룹과 변호사?의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 그리고 정치가들이 고도로 체계화된 프로세스와 전문성을 가지고 ‘일반인들’은 엄두를 낼 수 없는 투쟁과 희생, 노력을 하여 사회변화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교육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지고,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정보 전달도 수월해진 현대사회로 오면서 전문가 영역이던 사회변화 활동에 ‘일반인들’의 참여가 가능해졌다. 급기야 일상생활 속에서 평범한 행위만으로도 사회변화에 일조할 수 있는 길들이 열렸다. 이 솔루션의 매력은 복잡하거나,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집에서, 직장에서, 생활 현장에서 가볍고,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본인이 사회변화에 참여하는 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비록 개별 단위 참여의 순도는 낮을 지라도 시민들의 작은 참여가 충분히 모인다면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특성을 가진 운동적 형태이다. 

다만, 이 방식이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개별적이고 미약한 참여들의 집합이 어느 정도 임계점을 넘기는 수준의 크기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불매 운동이 있었지만 대부분 큰 성과가 없었던 이유는 그 참여의 크기가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할 만큼 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유명한 (재)아름다운가게가 지향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아름다운가게의 궁극적 미션은 ‘재사용을 통한 친환경적 변화’인데, 그것을 달성하는 전략으로 선택한 것이 ‘전국에 접근성이 좋은 장소에 재사용 가게를 세워서, 시민들이 편하고 쉽게 중고품의 기증과 사용을 경험케 한다.’는 것이었다. 환경단체 운동가들만큼의 강력한 환경 인식과 친환경 투쟁은 못하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버리느니 기증하고’, ‘새 것 두 개 살 때 헌 물건 하나 사는’ 행위만으로도 시민들이 지구환경에 일조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짠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환경적 또는 윤리적 고려를 하는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 환경·정치·경영적 측면에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 보이콧(boycott)운동, 바람직한 경영 활동을 한 기업을 응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여 주는 바이콧(buycott)운동 등도 큰 틀에서 보면 모두 ‘생활 운동’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잔혹함이 없는 비건 패션을 선보이는 소셜벤처 '비건타이거' 제품./사진제공=비건타이거

한 사람의 경제생활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 활동은 그 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지향을 나타내고, 다른 사람과 구분 짓는 정체성의 발로로도 활용된다. 특정제품의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 역시 생활운동의 한 형태이자 새로운 방식의 소비자 운동이다. 최근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많이 출연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 ‘이슈 디자인’이나 ‘슬로건 패션(slogan fashion)도 그런 흐름의 일종일 것이다.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단체나 활동가 측면에서 눈여겨볼 것은 ‘사람들이 점점 더 자신의 일상 활동에서 쉽고 간단한 참여를 통해 자신의 정치·사회적 의사를 표현하고자 한다는 점’과 ‘이러한 의사 표현을 잘 유도하고 특정 수준 이상 모아낸다면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다. 지금은 주로 시민들의 소비 생활에 초점을 맞춘 솔루션이 많지만 다른 일상생활에 대해서도 주목해 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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