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협 사업 설명 차 일산으로 가는 길, 오늘 사업 설명을 신청하신 분들은 독립출판을 하시는 분들인데, 청년신협이 만들어 지면 어떤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청년신협추진위원회 조금득 위원장이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조 위원장은 요즘 청년신협 홍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설명 요청이 들어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청년신협 설립을 추진하게 된 이유 등을 설명하고 설립동의자 참여를 독려한다.

쳥년신협추진위원회는 지난해 6월 결성했다. 3월 청년연대은행 토닥 멤버 등을 주축으로 ‘청년신협 간보기 모임’을 시작해 추진위원회로 전환하고, 올해 1월 발기인 모집을 통해 25명이 모였다. 설립준비 팀과 홍보·브랜딩 팀, 제도개선 팀으로 조직을 정비한 후 5월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설립동의자 모집에 들어갔다.

청년신협 설립동의자 모집 홍보자료

청년의 금융소외, 청년신협으로 극복

청년신협추진위원회는 내년 2월까지 설립동의자 500명과 3억 원의 설립 자본금을 모아 설립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예금자보호, 수시입출금, 지급결제시스템이 갖춰진 제도권 금융을 만드는 것이다. 예금과 지급결제시스템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되, 대출과 투자는 청년과 청년을 위한 활동에만 제한할 예정이다.

조 위원장은 “제도권 금융에서 청년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다보니, 대부업을 이용했다가 채무 악순환에 빠지거나 금융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청년의 금융소외를 극복하고 청년의 다양한 활동에 필요한 자본을 지원하고자 청년신협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이 지난 6월 법원행정처 신청한 ‘법원을 통한 개인채무조정 현황’ 정보공개 청구 결과에 따라면 지난해 20대에서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한 건수는 1만1931건이다. 2013년 9971건을 기록한 이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30대 역시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비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해 3만6356건을 기록했다. 금융소외가 청년층을 나락으로 몰고 있는 주된 원인이라는 것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7월 14일 현재, 설립동의자 72명, 출자 약정 액 5천만 원 달성

지난 5월 22일 온라인 홍보를 시작한 이후 7월 14일 현재 72명이 설립을 동의하고, 5000만 원의 출자금 납부를 약정했다. 사회적 경제 등 다양한 영역 활동하는 청년들의 설립동의가 이어지고 있다. 39세 이하 청년은 아니지만 청년신협 설립에 동의하는 사회 각계각층 인사의 설립동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과 유영우 논골신협 이사장,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 한석호 전태일재단 기획국장 등도 설립동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유영우 이사장은 “청년들이 연대해서 금융을 만들고 삶을 개척해 나가겠다는데, 이보다 멋지고 훌륭한 일이 어디 있을까? 신협중앙회도 그걸 알아야 할 텐데, 우리 같이 연대해 보자”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온라인을 통한 설립동의자들의 응원 메시지도 쇄도하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12월까지 찾아가는 사업 설명회를 통해 설립동의자 모집을 지속할 예정이며, ‘청년신협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도 계획하고 있다. ‘설립동의자의 날’ 행사도 진행해 진행상황과 계획 등을 공유하고 사업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후 2020년 3월 설립신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동유대 범위를 지역에서 전체로”

청년신협 설립에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법에서 정한 설립조건을 맞추는 것이다. 추진위원회는 청년신협을 지역신협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동유대의 범위를 지역으로 하는 신협을 말하는데, 법에서는 공동유대의 범위를 원칙적으로 같은 시·군·구에 속하는 읍·면·동으로 한정하고 있다. 생활권과 경제권이 밀접하고 행정구역이 인접한 경우 같은 지역이 아니라도 공동유대의 범위 안에 있다고 인정하기도 하는데, 청년신협에는 적용하기 쉽지 않다.

조 위원장은 “청년들의 노동과 주거는 유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어 경제권과 생활권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설립인가 신청 시 공동 유대 범위를 지역에서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개선을 요청하고 법적 판단을 받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그래도 어려울 경우에는 단체신협으로 인가받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밖에도 추진위원회는 설립 초기 비용 절감을 위해 온라인 신협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현재 신협 인터넷뱅킹과 연결되는 채널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또한, 수익구조 확보와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제주 사회적 경제 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청년신협 설명회/사진제공 =청년신협추진위원회

“청년의 목소리를 내어달라”

청년신협은 ‘나의 예금이 청년의 오늘과 내일의 든든한 자본으로’를 모토로 윤리적 원칙을 정했다. ▶자조와 협동의 원리로 청년의 지속가능한 삶의 기반 창출 ▶공동체 전체 이익의 관점에서 금융서비스 제공 ▶신용이 아닌 관계를 기반으로 조합원의 생활경제에 도움이 되는 현명한 의사결정 기준 마련 ▶연대를 기반으로 외적 위기에도 자생할 수 있는 회복력 마련 ▶투명한 경영과 열린 의사결정 보장 등이다.

조 위원장은 “무엇보다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금융환경을 둘러싼 청년들의 절실한 필요가 부각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많은 청년들의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신협 1차 발기인 모임/사진제공=청년신협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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