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남북미 3자 회동이 모두 성사되면서 남북 관계에 실질적·긍정적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통일을 위한 준비가 미리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레이너 도멜스(Rainer Dormels)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교의 한국학과 교수로, 북한 경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통일 후 경제력 차이로 인해 인구가 남한으로 몰리는 현상을 막으려면 북한 도시들을 살기좋은 곳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독일의 통일 사례를 들여다보고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자신의 논문이 한국에도 공유되길 원한다는 바람과 함께 글을 보내왔다. 북한 산업 분포와 도시 현황,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담은 도멜스 교수의 기고문을 번역 게재한다.  <편집자>

1987년 처음으로 한반도를 여행했을 때, 대부분 한반도가 독일보다 더 빨리 통일될 것이라 여겼다. 독일인들은 자국의 분단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한국인들은 통일을 위한 욕구가 컸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날 상황은 다르다. 독일의 예기치 못하고 급속했던 통일 이후, 많은 이들은 앞으로의 정치적 발전을 섣불리 예측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많은 이들이 북한의 발전이나 남북한의 통일 가능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단정 짓지 않는다. 그러나 독일의 사례는 우리가 다가올 미래와 북한에 생길 수 있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구동독 지역은 인구가 줄어 빠르게 탈산업화가 이루어졌으며, 여러 도시가 작아졌다. 그러나 라이프치히(Leipzig) 같은 도시는 회복에 성공했고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도시가 됐다. 남북한이 통일되는 큰 변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북한 도시들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도시화는 산업 경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북한의 산업 지역을 살펴보자.

1. 북한의 공업지구

북한의 공업지구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북한의 공업지구는 평양·남포·신의주·함흥·청진·강계 등 대공업지구 5곳과 해주·안주·원산·김책 등 소공업지구 4곳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생산지(공장)의 수를 기반으로 한 경험적 연구를 통해 나는 조금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 북한에는 4개의 대공업지구(평양-남포·평남·함흥·청진) 그리고 4개의 소공업지구(원산·단천-김책·강계/자강도·신의주)가 있다.

공장 수를 중심으로 한 북한 산업 지역 분포

대공업지구를 살펴봤을 때, 북한의 주요 공장 중 약 1/4은 평양·남포 지역에 위치한다. 지난 몇 년간 평양의 산업 공장은 분명히 증가했다. 특히 북한 경공업 공장은 주로 합작 사업을 운영되며, 이는 북한 언론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남포에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주요 중공업 공장 외에 경공업 공장도 있다.

함흥은 산업 도시, 특히 화학 산업 도시로 유명하다. ‘흥남비료련합기업’과 ‘2.8비날론연합기업소’는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화학 회사에 포함된다. 또한, 용성 기계 단지에 자리 잡은 기계 공학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중요한 산업 분야로 금속, 건축 자재 및 섬유 산업 등이 있지만 이는 80년대 후반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요 공급 국가였던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원자재 및 기타 재료공급이 사실상 취소됐다. 경제상호원조회의(Comecon, 소련 주도의 공산권 경제협력기구)의 해체 이후, 함흥이 “실업자의 수도”라고 불릴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청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청진의 주요 산업은 제련으로, ‘김책제철련합기업소’가 전국적으로 인정받는다. 다른 중요 산업에는 조선 산업, 화학 및 전기 기술 산업이 있다. 벽돌, 시멘트, 판유리 등의 건축 자재도 생산된다. 방직 공장, 필수품 공장과 더불어 각 구역에는 식품 공장이 하나씩 있어 경공업을 대표한다. 청진시 라남 구역에는 광산도 몇 개 있다. 주요 광산 제품은 니켈과 석회석이다.

평남/안주 대공업지구는 내 연구에서만 나타난다. 이 지역은 그동안 과소평가 된 것으로 보인다. 평남공업지구에는 순천시, 덕천시, 안주시 및 개천시가 있다. 이 도시들은 비교적 어리다. 순천 1983년, 덕천 1986년, 안주 1987년, 개천 1990년 순으로 군에서 도시로 승격했다. 이 4개 도시의 인구를 합하면 총 백만 명이 넘는다.

평남 공업지구의 도심 주거 지역

공업지구의 북동부 지역은 북한에서 가장 큰 석탄 광산 지역 평남 북부 탄광 지대가 차지한다. 이 지대에는 순천지구탄광련합기업소(순천시, 은산군) 구장지구탄광련합기업소(구장군) 평남지구탄광련합기업소·개천지구탄광련합기업소(개천시), 덕천지구탄광련합기업소(덕천시) 등이 속한다. 북부 평남 석탄 매장량의 30% 이상이 개천에 있다.

평남 공업지구의 주요 산업 기업

북한 주민의 약 6%가 거주하는 평남공업지구 5개 도시에 북한 전체 공장 중 약 12.5%가 자리 잡는다. 아래 표는 평남 공업지구의 산업·인구 비중이다.

도시 기업 수(%) 인구 (%)
순천시 3.2 1.3
개천시 3.2 1.4
안주 2.4 1
덕천시 1.9 1
평성시 1.8 1.2

평남에서 광업·중공업처럼 오래된 산업은 미래 발전에서 밀려날 위험이 있다. 평남지역 시민을 고용하기 위한 대안을 개발하지 못하면 주민 다수가 지역을 떠날 수 있다.

2. 매력적인 북한 도시를 발전시켜야 한다.

남한 인구의 약 90%는 도시에 살고 있다. 전 국민의 반 정도가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에 주거지를 두고 있다. 북한은 2008년 기준 전체 인구의 46,4%가 27개의 도시에 거주하는데, 이는 현저히 낮은 수치다.

북한에서는 거주지 이전 자유에 많은 제한이 따르며, 이는 도시화 증가를 제지하는 역할을 한다. 김일성 전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일찍이 자본주의와 식민지적 잔재가 뿌리 깊은 북한 사회를 사회주의국가로 만들려면 도시와 농촌의 대립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사회주의적 국가발전에 대한 그의 이상은 도시와 지방이 조화를 이루고 균형 잡힌 발전을 지향하는데 그 근원을 두고 있었다. 소득이 낮은 지방과 달리 도시는 부유하며, 도시에는 근로자들이, 지방에는 농부들이 나뉘어 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회주의에서 도시계획의 임무는 이렇게 상반되는 현상을 극복하는 일이라고 했다. 도시와 지방의 질적 차이를 없애야 하며 북한의 각 도는 지리적 상황을 고려해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야 한다.

북한의 경제, 정치 그리고 사회와 관련된 변화는 도시화 비율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의 통일 후 주민들이 거주지 선택의 자유를 누리게 될 경우, 다수의 주민이 남쪽으로 이주할 뿐만 아니라 도시민 수가 급격히 증가할 수도 있다. 통일 후 북한에서 외부로 나가는 인구가 많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 도시들을 매력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정치 목적이 될 것이다.

3. 통일 후 동독의 탈공업화와 재도시화

한반도 통일 후 북한의 도시들은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 일대일 비교는 어렵지만, 독일 통일 후 구동독의 도시발전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1990~2000년의 축소단계다. 이 시기에는 탈공업화(deindustrialization), 주민 이전, 교외화(suburbanization)를 주요한 특징으로 했다. 2단계는 2000년부터 시작된 대립단계다. 도시의 축소와 성장, 교외화, 재도시화(reurbanization)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단계를 거치면서 통일 후 구동독에서는 축소·침체된 도시가 있는가 하면 성장하는 도시들도 있었다.

성장했던 지역은 크게 4곳이다. ①수도 베를린을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 ②발트해 안에 자리한 로스토크(Rostock)시와 그라이프스발트(Greifswald)시. ③튀링겐주의 에어푸르트-예나(Erfurt-Jena) 지역 ④작센주의 라이프치히(Leipzig)시와 드레스덴(Dresden)시다.

이 같은 도시 간 격차와 발전 속도의 차이, 대립 현상의 이유는 첫째, 구 공업 도시와 구 공업지역은 계속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 지역이 재공업화(reindustrialization)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세계화로 인하여 많은 문제가 생겼다. 둘째, 대학도시에서 재도시화 현상이 일어나는 모습이 나타났다. 체제 전환 이후 대학교육을 위해 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발생하기 때문이며, 탈공업화(postindustry)적 지식기반경제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주력했기 때문이었다. 셋째, 구동독 도시들은 새로운 변화를 맞아 인력양성과 교육을 통해 도시 회생의 열쇠를 찾았다. 학교, 대학, 연구기관, 첨단기술(high-tech) 분야 등에서 새로운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독일통일 후 구동독 도시들의 변화를 보면, 미래의 북한 공업 도시들이 침체도시가 될 것인지 혹은 성장도시로 될 것인지의 전망은 지식 경제 분야와 첨단기술 분야로의 이전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4. 우리 앞에 놓여있는 과업은 무엇인가? 한국학의 임무

우리는 한반도 통일을 얼마나 잘 준비하고 있는가? 어려운 점들이 많다. 북한의 산업 공장들은 이미 낙후될 대로 낙후돼있다. 인위적으로 막아 낸 이농(離農)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 도시들은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뿐 아니라 농촌에서 유입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북한 도시를 연구하고 북한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정책을 개발할 때가 왔다.

북한의 많은 기능과 활동이 한국 회사나 글로벌 기업에 넘어가 이익 추구에 이용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유망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치적 체제를 구축해둬야 한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한국 학자로서 나는 북한의 도시를 연구하는 일이 특히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구동독의 발전을 조사했던 전문가들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일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비교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며, 통일 이후의 도시 개발에 관한 구체적 문제를 다뤄야 한다.

글/사진. 레이너 도멜스 (Rainer Dormels, 비엔나 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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