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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위에 그리는 어르신들의 행복 일자리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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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
밥 한 끼 값으로도 모자란 이 돈을
폐지의 무게로 환산하면 100kg입니다. 
75세 어르신들이 하루종일 부지런히 주워야
겨우 채울 수 있는 무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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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교사 기우진 씨는 무거운 수레를 끌고
언덕 위를 아슬아슬하게 오르는 어르신들을
늘 눈여겨보다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일까? 사회 구조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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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을 팔면서, 폐지 줍는 어르신 실태를 알아봤어요.
개인의 문제라면 제 월급을 떼어서라도
도우면 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고령화 사회에서 일자리 소외, 제지 회사의 담합 등이
어르신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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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던 시절 책과 옷가지를 팔아
생활비에 보태 써 본 적이 있던 기우진 교사는
종이나눔운동본부를 만든 뒤
학교 등에서 폐지를 기부받아 판매한 돈으로
어르신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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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을 열심히 해도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
폐지 값이 떨어졌기 때문이죠. 
"폐지값을 제대로 쳐드리고 싶었어요.
비즈니스, 즉 사회적 경제로 눈을 돌렸죠. 
폐지로 뭔가 만들자. 만들어서 비싸게 팔자.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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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페이퍼 캔버스아트 작품을 판매하는 
'러블리페이퍼'입니다.
'Love'와 Recycle의 'Re'가 합쳐진 이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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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도 설비도 자본도 없던 기우진 교사는
고민 끝에 한 만화 작가의 아이디어를 접한 뒤
2016년,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재활용 박스를 이용해 캔버스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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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려줄
재능기부 작가들을 SNS를 통해 모집했습니다.
"40명 정도를 예상했는데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지 4시간 만에 150명이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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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겠다고 나서자
기우진 대표의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됐다. 이제 그림을 팔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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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진 대표는 폐지 줍는 할아버지께 시중가의 20배인
1kg당 1000원에 폐지를 사들였습니다.
이렇게 프로젝트는 1년간 진행되었으며, 수익금은 모두
어르신들을 위해 사용됐습니다.
그리고 2017년, 사회적 기업이 된 러블리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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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210여 명의 재능기부 작가가
한 사람당 연간 24개의 캔버스아트 작품을 만들고
정기구독자 250명이 이 작품들을 받습니다.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도 판매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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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매출의 상당 부분은 교육사업에서 나옵니다.
페이퍼 캔버스 DIY 키트를 이용해
학교나 기업 등과 페이퍼캔버스를 제작하면서
경제 사회 환경 분야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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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페이퍼는 어르신들의 폐지를 사는 것 외에,
고령 어르신들께 각종 물품과 여가활동도 지원합니다.
또한, 이런 활동이 전국에 알려진 탓에 이젠
뜻있는 기업에서 보내오는 각종 물품을 전달하는
어르신 지원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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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진 대표는 아직 한참을 더 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르신들께 일자리를 드리는 게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지자체 노인일자리공모사업에 선정됐는데,
6월에 폐지 줍는 어르신 10명을 생산직에 고용하고
폐지 매입 어르신의 숫자도 늘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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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로 학교를 그만뒀다는 기우진 대표.
그간, 자신은 대안학교 교사 월급으로 생활하면서도
두 가지 일을 병행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제가 가진 건 없지만 무언가를 가진 사람들은 많아요.
찾아다니고, 엮어주는 것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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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진 대표는
'관점을 바꿔, 관심 가는 이웃을 찾고,
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나눔이라고 말합니다.
이 '3관왕'이 러블리페이퍼의 여정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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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안전하고 당당하게
폐지를 줍고 그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하는 행복'을 누리는 그날까지
러블리페이퍼의 오늘은 여전히 바쁠 것입니다.

 

러블리페이퍼 홈페이지 loverepaper.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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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http://www.skhappiness.org/webzine/SVT/vol09/normal/tsi.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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