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치로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하는 사회적경제기업도 지속가능하려면 '가치' 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경쟁력 있는 '좋은 제품'이다. 빛나는 가치 만큼 좋은 제품을 위해 발로 뛰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통합 판로지원 플랫폼 e-store 36.5+와 이로운넷이 함께 연속으로 조명한다. 

“왜 지역에서는 미디어 관련 일을 할 수 없을까?"

김해 토박이를 자처하는 김도연 스펠크리에이티브(이하 스펠) 대표는 대학에서 영상과 음악을 전공했다. 전공분야로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미디어 환경이 척박한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가야했다. 김 대표는 지역에서 미디어 환경을 직접 만들어 가기로 한다. 이미 지역을 떠난 여느 친구들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일단 나가서, 지역과 함께 만든 웹다큐 ‘김해와 사람들’

“저희가 원래 밴드부를 같이 했어요.”

김도연 대표와 스펠 직원들은 대학 졸업 후 밴드부 활동을 함께 했다. ‘스펠’이라는 이름 역시 밴드부 이름에서 따왔다. 대학에서 음악과 영상을 함께 전공한 이력 덕분에 밴드활동과 영상콘텐츠, 문화기획 등의 활동들을 병행하던 터였다.

스펠은 “김해에서 하기로 했으니, 김해 사람들을 담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영상제작에 나섰다. 사무실과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모임은 집에서, 장비는 일을 하며 하나씩 마련해 갔다.

김도연 대표는 김해와 사람들 촬영당시 적극적으로 호응해 준 지역 주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꽃집, 카센터, 경찰서, 빵집, 어린이집 등 일상 속 사람들을 영상에 담았고, 이들이 촬영한 영상은 7회를 한 시즌으로 하는 ‘김해와 사람들’이라는 웹다큐로 탄생했다.

김 대표는 “당시 구색을 갖춘 상태도 아니었는데, 촬영에 기꺼이 응해준 주민들께 감사하다”며 “‘김해와 사람들’은 가볍게 시작한 콘텐츠였는데, 반겨주는 지역민들을 보며 '더 전문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스펠크레이티브가 지역에서 제작한 웹다큐 김해와 사람들

 

밴드 스펠, 미디어콘텐츠 회사로 거듭나다

스펠은 2018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8기에 참여하고, 같은 해 8월 미디어콘텐츠회사 스펠크리에이티브를 설립했다. 12월에는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이 됐고, 현재 김 대표를 포함해 총 4명이 함께하고 있다.

스펠크레이티브는 밴드, 영상 제작 등 활동을 하다가 지역 미디어콘텐츠회사로 재탄생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나 청년들이 거의 없어요. 미디어 환경이 열악하니 지역 어르신들이 미디어를 이용해 사업 홍보 등을 하려해도 내용을 알아보기 어렵고요. 활동하면서 지역민들에게 미디어 관련 지원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스펠은 영상제작, 광고홍보, 행사기획 등 업무를 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영상촬영 기법 등을 알려주는 ‘영상레시피’, 어르신 대상 ‘찾아가는 상영회’, 경남 의령 ‘쾌재라 가등청정’ 등 지역축제 홍보영상 제작 등이 대표적이다. 영상이나 예술을 하는 청년들에게 공연,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오래된 테잎’, 우리네 부모님 영상 자서전

스펠은 올 하반기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부모님 이야기를 담은 영상 자서전 ‘오래된 테잎’을 제작할 예정이다.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면 당신들 이야기를 아주 잘 하세요. 그런데 기록으로, 영상으로 남기자고 하면 자신 없어 해요. ‘내 이야기를 남겨서 뭐해...’하는 반응이 돌아오죠.” 이 같은 반응은 ‘부모의 존재감, 자존’ 등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오래된 테잎’을 기획하는 바탕이 됐다. 김 대표는 “우리네 부모님 삶이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셨다.”고 말했다.

스펠크레이티브는 '오래된 테잎'을 통해 부모 세대의 삶을 영상으로 담을 계획이다.

“미디어 환경이 발달하면서 누구나 영상을 촬영하고 영상을 만들지만 아직 영상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 세대들도 많아요. 예전에는 사진이 전부였으니 영상으로 남겨놓은 이야기도 없고요... ‘오래된 테잎’은 부모님 삶을 영상으로 남기려는 시도에요.”

‘오래된 테잎’은 스펠이 직접 촬영하는 영상과 해당 시니어가 가지고 있는 사진 등 자료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스펠은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드펀딩에 앞서 사전 제작을 진행해 보았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시니어 반응, 제작 가능성 등을 확신할 수 있었다.

스펠크레이티브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영상자서전 '오래된 테잎'을 제작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오래된 테잎’을 “부모님 보다는 자식의 소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래된 테잎’ 기획 역시 영상을 공부하며 ‘부모님을 영상으로 담겠다’는 김 대표 생각이 녹아있다.

김 대표는 "오래된 테잎에 '부모님 이야기를 영상에 담겠다'는 평소 생각이 녹아있다"고 말했다.

“오래된 테잎은 자식의 소망이 더 강한 듯해요. 더 늦기 전에 부모님 일대기를 담아 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더 나아가 영상을 활용한 기록이 향후에는 새로운 상조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월이 지나서 내 자녀, 지인들에게 ‘너희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엄마 아빠는 이랬어’하고 전해줄 수 있는 기록을 영상으로 남겨 드리고 싶어요.”

 

사진 : 김태영 작가, 스펠크레이티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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