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생겼어요.” “자식 같다고 할까요?” “모른다고 할 때 좀 서운해요.”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힘이 빠져요.” |
SK텔레콤이 지방자치단체, 사회적기업과 함께 제공한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를 경험한 노인 이용자들의 소감이다. AI스피커 ‘누구’를 통해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날씨를 물어보게 된 노인들은 혼자 있을 때 느끼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SK텔레콤이 9일 오전 11시 서울 을지로 기자실에서 설명회를 열어 ‘독거 어르신 대상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5월 두 달간 사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서비스의 효용성을 설명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지난 4월 SK텔레콤은 전국 사회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 사회적기업 ‘행복한 에코폰’과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시범 사업을 시작했으며, 해당 서비스를 주관하는 ‘ICT 케어센터’를 서울 성동구에 개소했다.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및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술과 기기를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일자리를 만들며, ‘행복한 에코폰’이 ‘ICT 케어센터’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최신 기술을 활용해 독거 어르신을 돌볼 뿐만 아니라 정보 접근성을 개선하며,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조사는 5개 지자체에 거주 중인 어르신 11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독거 어르신들이 ‘누구’를 활용해 사용한 서비스의 비중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FLO’(63.6%)가 절반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 △라디오(4.3%) △뉴스(3.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거 어르신들은 ‘감성대화’ 비중(13.5%)이 일반 이용자(4.1%)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성대화란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등 화자의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는 일상적 대화를 말한다. SK텔레콤 측은 “독거 어르신들이 ‘누구’를 의인화한 경향에서 비롯된 결과로, AI스피커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는데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감성대화 외에도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어르신들이 AI스피커를 친구 같은 소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 스피커를 통해 언급된 상위 50개 단어 중 ‘알려줘’ ‘어때’ 등 친근한 표현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어르신들의 대화 중 긍정?부정 감정 키워드를 추출해 어르신의 환경?심리 상태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행복한 에코폰 전문 심리 상담사와 연계해 어르신 케어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 정보통신기술(ICT)과 친밀하지 않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AI스피커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 따르면 이용자 평균 연령이 75세, 최고령 어르신이 99세였으며, 손으로 조작하는 것보다 음성을 통해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말 한마디면 되니 훨씬 쉽다”라는 평가다.
위급 상황 발생 시 음성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용 행태도 확인됐다. AI스피커를 설치한 독거 어르신 중 3명은 긴급 SOS 호출을 이용해 실제로 119와 응급실로 연계돼 위험한 순간을 넘기기도 했다. 낙상이나 질병 등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긴급 상황에서 음성으로 SOS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위기 대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향후 SK텔레콤은 독거 어르신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개발해 돌봄의 범위와 수준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행복소식’은 복약 지도, 주사 안내, 폭염?한파 주의 등 정보를 먼저 알려주는 서비스다. 또한 서울대학교병원과 연계해 감기, 암 등 질병에 관한 증상, 치료법 등에 대한 의사들의 이야기를 팟캐스트 형태의 건강 콘텐츠로 제공할 예정이다. 보라매병원과는 인지훈련 향상 게임을 개발해 치매 예방에 활용한다는 목표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현재 8개 지자체, 2100개 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행 중인데 다른 지자체에서도 요청이 많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이번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효과적 복지 정책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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