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통계의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사회적경제 통계 결과는 공공과 민간 행위자들에게 의사결정 도구가 된다는 의미에서 그 의미가 크고, 사회적경제 부문이 더 선명하게 눈에 보이도록 하려면 통계를 통해 이 영역을 더 나타낼 필요가 있다.”

이상윤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연구소장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통계가 중요함을 시사했다. 지난 6일 대전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는 ‘사회적경제 통계의 힘: 측정 방법과 국제 사례들’을 주제로 한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국제컨퍼런스에 참가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통계가 중요하며, 그 측정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경제 통계, 세계는 어떻게 측정할까?  

<사회적경제의 힘>의 공동저자인 다미앙 루슬리에 교수./사진=이로운넷

통계 방법론과 해외 사례들을 소개하는 책 <사회적경제의 힘>의 공동저자인 다미앙 루슬리에(Damien Rousseliere) 프랑스 아그로캉퓌스웨스트대학 교수는 책 내용을 기반으로 사회적경제 통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경제는 거의 모든 경제 부문과 사회경제적 상황에 존재하며 중요한 경제행위자임에도 여전히 잘 측정되지 않고 어둠 속에 남아있다”며 “사회적경제가 고용, GDP 등의 경제적 기여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기여하고 있어 이를 복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계를 내는데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다미앙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나라마다 사회적경제 명칭부터 법률적 정의 등 국제 비교가 가능한 제도화된 정의가 부재한 상황이다”며 “또한 모집단이 너무 커서 사회적경제가 아닌 것을 포함시키거나 시대에 따라 모집단이 바뀌어서 제대로 통계내기가 어려움을 겪는 등의 쟁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쟁점들 속에서 다미앙 교수는 하나의 유효한 방법론이 있기 보다는 목표에 따라 방법론의 비용-편익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기구들의 사회적경제 측정 사례도 소개됐다. 

유엔의 사회적경제 측정에 대해 발표하는 이일청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연구조정관/사진=이로운넷

이일청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연구조정관은 유엔(UN)의 사회적경제 측정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연구조정관은 “아직 유엔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통계를 어떻게 낼 지 기준은 없다”며 “유엔기구 간 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UNTFSSE)를 만들어 올해와 내년에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계량화할 것인지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영향 측정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기계적이고 양적인 측정 △우리가 무엇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무엇에 가치를 부여하고 행동을 취할지 결정되는 행동의 지렛대를 소개했다. 이 연구조정권은 “유엔에서는 기계적인 측정보다는 통계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사회적경제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측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제협동조합연합회(ICA)는 제20차 국제노동통계회의에서 협동조합 통계에 대한 첫 번째 국제표준안을 채택했다. 표준안은 협동조합 진흥및발전위원회(COPAC)의 주도와 국제노동기구(ILO)의 적극적 참여 아래 4년 이상의 밀도 높은 협력의 결과물로 만들어졌다. 

ICA의 표준안에서 통계적 개념들은 법적 개념 및 규범적 개념과 구별되어 이해되어야 하고, 합의에 바탕을 두고 경험적 실체를 측정하기 위한 분석적 도구로서 가능하다면 현재 이용되고 있는 법적 및 규범적 개념들과 충돌되지 않아야 한다.  엄형식 ICA 국제통계담당자는 “가이드라인은 출발점이며 향후 통계 메뉴얼, 결의안 및 위성 계정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며 "협동조합과 유사하면서도 협동조합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경제적 단위들에 대한 방법론적 작업도 향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엄형식 ICA 국제통계담당자/사진=이로운넷

사회적경제 측정 방법, 국내 정부-민간의 고민은?  

그렇다면 국내는 어떻게 사회적경제를 측정하면 좋을까.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정부, 민간의 고민들을 각각  들어봤다.

박진우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통계청에서는 기본 통계 작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며 “기본이 잘 돼야 그 다음 특수성을 보여주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기본부터 잘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서는 △통계 개발을 위한 사전 준비로 통계 개발 요구 수렴, 일자리DB 연계 가능성 검토, 통계 작성 가능 지표 검토를 검토하고, 소관 부처별 사회적경제기업 자료 입수와 기본통계 시험 작성 등 사회적경제 기본통계 시험을 작성했으며, △포괄 범위 확정 및 통계 기준 결정을 위한 관계 부처 회의 등을 개최했다. 

박 과장은 “사회적경제가 국정과제로 발전하고 있기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 측정을 위해서는 각 부처별로 추진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일관된 정책추진을 위해 통합적으로 하는 게 좋다”며 이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되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에 비해 국가 단위의 기초 통계가 수집되지 못한 한계를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임 부연구위원은 국가 통계 측면에서 사회적경제 통계 구축의 체계화를 위해 보완되어야 할 점에 대해 △사회적경제 통계 구축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사회적경제 유형별 통계지표의 단계적 마련 △중장기 관점의 사회적경제조직 성과 측정을 위한 지표 개발 3가지를 제언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정이 중요하나, 제정이 어렵더라도 현재의 개별 실태조사, 사업체 조사, 경제 총조사 등에 대표적인 공통 조사문항을 포함해 통합 지표화를 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사회적경제의 원칙, 가치, 특성이 반영되는 분야로 구분해 그에 부합하는 영역별 지표를 구성할 수 있는 큰 틀을 우선 구축하여 단계별로 세분화되는 지표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고는 이어 “장기적으로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 및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전체의 가치 수준을 측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정책적으로 지원해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지표의 개발이 요구 된다”고 제언했다.  

6일 대전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는 ‘사회적경제 통계의 힘: 측정 방법과 국제 사례들’을 주제로 한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사진=이로운넷

조합원이 30만 명에 육박하는 아이쿱생협은 2014-2015년 통계자료를 발행한 경험을 공유했다. 지민진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원은 “사회적경제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하려면 신뢰할 수 있고 장기적이며 재현 가능한 자료가 필요하고 그런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이론적 논쟁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 과정을 계기로 세이프넷으로의 전환을 고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 연구원은 “이해관계자들 간 협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데이터가 모아진 다음에도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큰 도전 과제였다”고 말했다. 아이쿱 통계의 주요 과제로 △합의된 정의 부재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측정 등을 제시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 오준환 센터장은 SK 사회 치성과 측정에 함께한 경험을 토대로 사회성과측정의 프로세스와 측정 원칙 등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성과측정 프로세스는 △사회성과 정의 △사회가치 여부(헌법, 사회적가치기본법, 핵심 국정과제, SDGs) △지표 및 측정 방법 설정 △총 사회성과 계산 △기여분 계산 △최종 사회성과 계산 등 6단계를 거친다. 오 센터장은 “전체 프로세스 중 사회성과를 정의하고 사회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전체 프로세스 진행에서 80%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사회적경제 측정에 대한 고민에 엄형식 ICA 국제통계 담당자는 “사회적경제는 존재 자체가 임팩트다. 잘 작동하고 건강하게 사회적 임팩트가 실현되는 것을 통계적으로 잘 잡아낸다면 건강한 사회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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