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볕 아래 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던 지난 4월 말, 다문화 가정 학생과 친구들이 함께 어우러져 서울 덕수궁 일대로 역사탐방을 떠났습니다. 탐방 코스를 지날 때마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한 학교에 다니면서도 평소 서먹서먹해 하던 친구들이 한 팀, 한 마음으로 해설을 듣고, 미션을 수행하고, 퀴즈를 맞히며 스스럼없이 친해진 이곳은 ‘행복얼라이언스’가 마련한 ‘문화역사 체험학습’ 현장입니다.

 

 

‘행복얼라이언스’는 미래 세대 주역인 아이들이 차별과 편견 없이 교육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답니다. S는 오늘 ‘행복얼라이언스’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아이들의 탐방을 도왔습니다. 기업.기관.개인의 참여와 자원을 모아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사회변화 네트워크로 지난 2016년 출범했습니다. 2019년에는 40여개 멤버사가 참여해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권 증진 ▲다문화 아동의 교육 기회 확대 등 3개의 사회변화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이 중 ‘다문화 아동의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서는 ‘다문화 아동의 방과후 활동 및 진로·체험 교육 기회 확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청 : 당신과 함께, 변화를 위한 한걸음 - ‘행얼’ 자원봉사’

 

오늘은 경기 안산시 다문화 지구에 사는 초등학생들을 만나 고궁과 전통시장, 역사전시관 등을 함께 체험하는 날입니다. 저는 2호선 시청역에 내려 저와 같은 자원봉사자 15명이 기다리고 있는 ‘서울 시민청’으로 서둘러 들어갔답니다. 이날 행사에는 자원봉사자뿐만 아니라 교육전문 사회적협동조합 ‘씨드콥’이 역사해설을, 행복얼라이언스 멤버사인 노랑풍선이 서울시티투어버스를 지원했어요. 자원봉사자들이 다 모이자 오늘 역사문화 해설사로 활동할 김진형 선생님이 프로그램 취지와 내용,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알려주십니다.

 

오늘의 역삼문화 해설사 김진형 선생님

 

사전점검이 마무리되자, 오늘의 주인공인 62명의 초등학생들이 아이들이 건물 모퉁이를 돌아, 와글와글 밝은 얼굴로 수다를 떨며 걸어옵니다. 우리는 1조부터 15조까지 깃발을 들고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는데요. 아이들의 체험을 돕고 안전을 책임지려면 우선 친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아이들 곁을 밀착 마크(?)하며 곧바로 함께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덕수궁,환구단 : 다문화-비(非)다문화아동 협업 미션으로 금세 친해지는 아이들

 

역사문화탐방 주제는 ‘조선왕실 문화유산 탐방’입니다. 덕수궁과 광화문광장의 세종이야기, 충무공이야기 전시관, 대한제국의 얼이 서린 환구단, 엽전으로 시장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통인시장 등이 아이들과 함께 탐방할 곳입니다. 저도 평소 가보지 못한 곳이라 조금 설레는 마음인데요.  첫 번째 코스인 덕수궁 대한문을 들어서자 오래된 건물과 아기자기한 정원이 아이들을 맞이합니다. 중화문, 정광헌, 함녕전 등 덕수궁 곳곳을 둘러보고 인솔 강사님께 조선 후기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요. 역사책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장소를 실제로 보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하기가 훨씬 쉬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해설사님이 중화문 앞 공터에서 첫 번째 미션을 부여합니다. 역사 퀴즈를 맞추는 조에게 점심 때 통인시장에서 먹을 것으로 교환할 수 있는 ‘엽전’을 상으로 주겠다고 하시네요. 웅성거리며 논의를 시작한 아이들 중 순발력과 협동심이 빛난 5조가 엽전 2냥을 ‘득템’합니다. 또 다른 퀴즈에서는 필기를 열심히 하던 3조 학생이 정관헌까지 부리나케 뛰어갔다 와서 정답을 친구들에게 알려줍니다.

 

나머지는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힘을 합쳐야 성공할 수 있는 미션들이었습니다. 특히 3개 국어로 ‘감사합니다’ 이야기 하기 미션에서는 같은 조 다문화 학생들의 활약이 빛났는데요. 이렇게 미션을 함께 수행하면서 함께 머리를 맞대다 보니 평소 서먹서먹했던 다문화 학생들과 친구들이 금세 친해지고, 눈빛만 봐도 웃을 만큼 살가워집니다. 아이들의 모습에 저도 덩달아 즐겁고 뿌듯합니다.

 

통인시장 :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타임머신, 샛노란 이층버스

 

덕수궁과 환구단이 있었던 자리를 둘러보며 해설을 듣고 열정적으로 미션을 수행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의 표정이 환해졌습니다. 이층버스,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타는 시간이 왔기 때문인데요.

 

 

샛노란 이층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함성을 지릅니다. 탁 트인 광화문 전경을 볼 수 있는 ‘지붕 없는 2층 좌석’을 향해 돌진하는 아이들. 우리는 탑승하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한 명 한 명 질서 있게 버스에 올려 보냅니다. 드디어 출발!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는 광화문광장, 광화문과 경복궁을 거쳐 청와대 앞을 지날 때 아이들이 손을 흔들자 경호원 아저씨들, 교통경찰 아저씨들도 답례를 해줍니다.

 

 

이층버스는 마치 조선시대 한양도성으로 가는 타임머신처럼 우리를 통인시장으로 안내했습니다.옛 한양도성의 저잣거리를 연상시키는 경복궁 옆 통인시장에서 아이들은 엽전을 사용해보는 재미있는 체험을 합니다. 처음 나눠준 엽전 14냥과 미션으로 얻은 엽전이 더해져 아이들의 주머니가 두둑한데요. 시장 안에는 마약김밥, 기름떡볶이, 떡갈비, 순대, 주먹밥, 부침개 등 다양한 음식이 가득해 아이들 뿐 아니라 저도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빈 도시락 안에 2냥짜리 음식을 여럿 골라 담은 아이들은 푸짐하고 따뜻한 전통시장 인심도 함께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세종대왕전시관, 국립고궁박물관 : 다문화 이웃들을 꼼꼼하게 살피신 세종대왕을 만나다

 

통인시장을 뒤로 한 채, 아이들과 저는 타임머신인 서울시티투어버스를 다시 타고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님을 찾아갔습니다.광화문 지하에 있는 세종대왕 전시관에서 우리는 세종의 애민정신과 소통의 리더십을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배웠습니다. 특히 세종대왕은 조선으로 온 외국인, ‘귀화인’을 배려하며 꼼꼼히 살폈다고 하는데요. 조선시대에도 다문화 이웃들과 화목하게 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는 해설사님의 설명에 아이들도 저도 귀를 쫑긋 세웁니다.

 

세종대왕전시관, 국립고궁박물관 : 다문화 이웃들을 꼼꼼하게 살피신 세종대왕을 만나다

 

역사 강연이 끝나자,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뒤 모두가 기대하던 ‘역사골든벨’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오늘의 역사 탐방과 강연 내용을 다시 한 번 복습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역사골든벨 퀴즈대회의 문제는 모두 30문제. 수상한 조에게는 숭례문, 충무공 이순신 장군 등을 조립할 수 있는 나노블록이 상품 걸린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는데요. 우리 조 아이들의 우승을 기원하며 저도 열심히 응원했답니다.

 

 

오늘 저와 함께 떠난 조선시대로의 타임머신 여행 어떠셨나요? 종일 이곳저곳 걸어 다니느라 다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한민족’이라 불리는 역사 안에도 다문화 가정은 있어 왔고 소통과 화합 속에 함께 발전해 왔다는 사실이 매우 새로웠습니다. 또한 역사 탐방을 하고 미션을 수행하면서 스스럼없이 어울리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교육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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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http://www.skhappiness.org/webzine/SVT/vol09/normal/s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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