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19 사회적경제 국제포럼'이 열렸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적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아에서 전반적으로 사회적경제 부문은 초기 단계 수준입니다. 각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경제에 관한 정책적인 실험을 지속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 사회적 사고방식(social mindset)을 갖고 사회적가치를 가진 제품을 구매한다면, 기업 행태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아시아, 사회적경제 임팩트를 넓히다’를 주제로 열린 '2019 사회적경제 국제포럼(SELF)'의 첫 세션 현장. '아시아, 사회적경제 도전과제와 정책방향'이라는 세부 주제로 진행된 1부에서 UN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기술혁신부문장 조나단 웡은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임팩트 투자, 포용적 비즈니스 같은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며 개개인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행동을 시작해달라고 촉구했다. 첫 세션에서는 아시아 제3섹터 대표 주자들이 각국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펼치는 노력과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공유했다. 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고용노동부 임서정 차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김인선 원장 등 주요 내빈과 NGO·정부기관 관계자, 사회적기업가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기조 연설을 맡은 케빈 테오 아시아 벤처필란트로피 네트워크(AVPN, Asia Venture Philanthropy Network) 최고운영책임자는 "의료, 빈곤불평등, 기후변화 등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과제들이 점점 더 서로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은 각자의 분야를 넘나들며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교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AVPN은 다양한 국가의 사회투자자, 자선가, 기부자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벤처 자선 네트워크 모임이다.

뒤이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조직들의 사례 공유가 이어졌다. 홍콩 최초의 벤처 필란트로피 투자 기관 '소셜벤처스홍콩(SVhk, Social Ventures Hong Kong)'의 프란시스 응아이 대표는 SVhk를 통해 성장한 소셜벤처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SVhk는 응아이 대표가 2007년 설립한 기관으로, '내 자신이 아니라 임팩트를 위해 일한다'라는 모토를 두고 활동한다. 공공주택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트비(LightBe) 프로젝트, 일주일에 한 번씩 비건 음식을 먹는 운동을 펼쳐 채식 위주 식단을 장려하는 '그린 먼데이(Green Monday),' 배리어프리 인증 택시 서비스 다이아몬드캡(Diamond Cab) 등 40개 이상의 사회 혁신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사업을 실행했다. 라이트비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사회 주택 서비스는 홍콩시 차원의 공식 정책으로까지 발전했다. 응아이 대표는 "작은 사회적기업의 프로젝트 한 개를 통해 사회 변화를 이루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사회적기업이든 정부든 동료 의식을 갖고 함께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일해야 다음 세대가 변화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변형석 상임대표는 한국의 사회적기업 정책 현황과 문제점 등을 설명했다. 그는 "10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와 고용노동부가 인증, 지정한 (예비)사회적기업은 3000개에 육박한다며 이는 4만 명 이상 고용하는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3~4년 동안 인증 사회적기업 수는 늘었지만 인증을 신청하는 기업 수는 적어졌다"며 인증제가 가진 한계에 대해서도 논했다. 또한, 사회적기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법인격 신설과 단계적 성장 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민관 협치 확립과 지역 민간 중심의 정책에 대해 제언했다.

세션 1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사회적경제 대표 주자들이 자국에서 사회적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해 실행에 옮기는 노력을 공유했다.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각 정부 차원의 노력도 공유됐다. 야스민 레이드 '말레이시아 글로벌 혁신창조센터(MaGIC, Malaysian Global Innovation & Creativity Centre)' 부서장이 말레이시아가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기업 창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개발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MaGIC은 2014년 4월 혁신과 창의성을 통해 훌륭한 기업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출범시켰다. 사회적기업가 정신 일일 강좌인 사회적기업 마스터 클래스, 사회적기업 인증 프로그램,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사회적기업가 출신인 레이드 부서장은 "어떤 사회적기업은 스스로가 사회적기업인지 인지하지 못한다"며 "말레이시아는 국가적인 노력을 통해 이들이 스스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게 하고, 엔젤 투자자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 정부 출연 회사인 사회적기업센터 'raiSE'의 캐스퍼 잉 부서장이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한 싱가포르의 노력을 언급했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역사가 1990년대 후반 경제 위기기 때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작했듯, 싱가포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이유로 실업자를 고용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이 등장했다. 잉 부서장에 의하면 경제가 회복되면서 전과자 등 사회 소외계층이나 은퇴자의 일자리 창출이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목적이 됐다. 싱가포르에는 사회적기업의 정의가 법에 근거하지 않는다. 잉 부서장은 "법은 촉진보다는 억누르는 역할이 더 강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며 "사회적기업이 개방성을 갖고 성장하게 하기 위한 의식적인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적기업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한 열정밖에 없다면 자선단체와 다를 바가 없다"며 "이익을 창출하고 성장해야 임팩트의 규모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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