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말 기준 우리나라 장애인은 258만 명, 전체 인구의 약 5%에 이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7%, 고용률은 34.%로,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63.9%), 고용률(61.3%)의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다.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 수준(181만원)은 노동자 평균 임금(255만원)의 70% 수준이며, 장애인 노동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124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비장애인과의 격차 해소가 절실한 가운데,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소공동 포스트타워에서 ‘장애인 사회통합과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정책포럼이 열렸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로 앞서 지역발전 전략, 사회적가치 평가, 환경 등 다양한 주제로 논의를 했다. ‘사회적경제기업 장애인의 일터와 친구가 되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포럼은 장애인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논의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겸 전국사회적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장애인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다”며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더욱 크고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장애인 사회참여, 시민의 인식 개선과 지역사회 역할 중요
첫 번째 발제에서는 윤종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지속성장본부장이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현황과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2017 사회적기업 성과분석’에 따르면, 인증 사회적기업 1825개 중 장애인을 고용한 사회적기업은 593개로 32.5%에 달한다. 사회적기업의 유급 근로자 4만 1917명 중 취약계층이 2만 5529명인데, 이 중 장애인이 5729명으로 22.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본부장은 “사회적경제는 기존의 제도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와 상생의 방법을 시도해왔다”며 “특히 장애인의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고 노동을 통한 자립과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해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김정열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이 ‘사회적경제 방식의 장애인 사회통합 사례와 방안’을 소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리드릭’ 대표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취업한 장애인은 자립이 시작되고 새 지위가 확보되며 직장생활로 안정감을 얻게 된다”며 “장애인의 사회통합은 사회적 역할과 존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는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가 ‘장애인의 사회통합과 지역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임 교수는 장애인에 대한 지역주민의 부정적 인식을 꼬집으며 “장애인들이 격리된 대형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이주하려면 시민들의 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경제의 성장은 사회적 약자의 참여를 늘려 사회통합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부 ‘의무고용제도’, 복지부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활성화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에서는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고용 정책에 대해 안내했다.
먼저 박희준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장이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및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에서는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하는 ‘의무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공공기관 3.4%, 민간기업 3.1% 고용이 필수적으로 명시됐지만, 충분히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박 과장은 “의무고용률을 초과해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초과 인원 1인당 장려금 월 30~60만 원을 제공한다”며 “특히 중증장애인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직무지도원과 함께 3~7주간 기업에 배치하는 현장훈련을 지원하는데, 이를 위해 문을 열어줄 사회적경제 기업이 절실하다.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기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여러 정책을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성재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장은 ‘사회적경제를 활용한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활성화 지원 정책’을 안내했다. 지난해 8월 정부에서는 영유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생애주기별로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에 나섰다. 자조모임이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전환되도록 유도하거나, 사회적경제 기업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원한다.
파파스윌?두리함께,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우러지는 사회
실제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장애인을 고용하거나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발표도 이어졌다.
경기도 김포 지역의 발달장애인 자조모임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발전한 ‘파파스윌’은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엄선덕 이사장은 “장애인을 위한 직업도 좋고 지원금도 좋지만, 이들이 지역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게끔 하는 일이 필요했다”며 “장애인을 통해 마을 공동체가 새로워진다는 것을 비전으로 지역사회 통합을 실천 중이다”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장애인 전문여행사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두리함께’의 사례도 소개됐다. 두리함께는 모두가 평등한 ‘무장애여행’을 통해 관광 약자에게 특화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보교 대표는 “정부가 나서 무장애여행 정보 제공의 표준화를 이끌고, 무장애 전문여행사 및 상품 인증제 및 전문 인력 육성에 관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정책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를 좌장으로 한 전체토론이 진행됐다. 변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는 더 이상 ‘특수’가 아닌 ‘보편’이라는 인식으로 확장되는 단계를 요구받고 있다”며 “장애에 대한 인식 자체가 전환되는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장애인의 일터와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드러냈다. △장애인은 지역사회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며, 사회적경제기업이 장애인 인식 면에서 감수성이 높기 때문(박희준 과장) △사회적경제는 공공이 채울 수 없는 빈틈을 찾아 메워주는데, 장애인과 지역사회의 통합 면에서 앞장서고 있다(성재경 과장)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편견을 바꿔주는 역할을 사회적경제 기업이 해낸다(임종한 교수) 등 여러 의견이 오갔다.
송홍석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7월 1일 사회적기업의 날과 장애인 등급제가 폐지되는 첫날, 의미 있는 주제로 토론을 하게 됐다”며 “사회적경제기업이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물론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책으로 발전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사무국(마켓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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