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의 미션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일자리, 빈곤, 환경 등 사회연대경제는 다방면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의 로베르토 디 메글리오(Roberto Di Meglio) 지역개발 및 사회연대경제 선임 전문관은 사회연대경제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SSE)는 협동과 연대, 그리고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하는 기업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들을 포괄하는 의미다.  

ILO는 최근 열린 연례총회 선언문에 정부, 노동자조직, 기업 3주체가 합의 하에 고용의 긍정적인 미래를 위해서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을 강조했다. ILO 총회에서 구성원 전체가 합의 하에 사회연대경제의 중요성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에서는 지난 6월 24일 ILO 로베르토 선임 전문관을 스위스 제네바 ILO 사무실에서 만나 100주년을 맞아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에 주목한 이유를 들어봤다. 

로베르토 디 메글리오 ILO 지역개발 및 사회연대경제 선임 전문관./사진=이로운넷

- 최근 ILO 총회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가 선언문에 담겼다.   

▶ 최근 진행된 ILO 연례총회에서 발표된 선언문에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 모두 채택됐다. 정부, 노동자조직, 기업 대표 3주체가 합의 하에 그 중요성을 인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 ILO가 사회연대경제를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ILO는 고용과 실업, 일자리 부족 문제를 고민하는 국제기구다. 좋은 일자리는 우리의 주요 의제기도 한데, 사회연대경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본다. 

사회연대경제를 통해 창출된 일자리의 양과 질, ILO 입장에서는 2가지 모두 중요한 이슈다. 일자리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통계 수치, 정보 부족 등으로 정확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2008년, 2010년, 2014년 유럽의 스페인, 프랑스 등 4개 나라 통계를 살펴보면, 민간 영역에서는 고용이 계속 줄어드는 반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꾸준히 일자리가 늘어났다. 이런 점에서 경제위기 상황 속 사회적경제가 회복력 있는 고용 창출의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질적인 고용 창출에서도 통계가 거의 없지만, 이탈리아의 한 연구기관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창출한 일자리가 더 질 높은 일자리라는 것이 여러 데이터로 증명됐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고려했을 때 사회연대경제가 양·질적으로 좋은 일자리로서의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할 수 있다. 

더불어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은 친환경, 교육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는 세계사회가 겪고 있는 빈곤, 기후변화, 부의 불균형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2017년 서울에서 열린 사회연대경제 아카데미./사진출처=ILO

- ILO가 사회연대경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 ILO는 2008년 ‘공정한 세계화를 위한 사회 정의 선언(2008 Declaration on Social Justice for a Fair Globalization)’을 발표하며 사회연대경제에 주목했다. 회원국들의 요청에 따라 사회연대경제 관련 공공정책에 대한 각국의 상황을 수집해 7개의 사례집을 내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사회연대경제 아카데미를 개최해오고 있다. ‘사회연대경제 아카데미’는 ILO의 주요 의제인 ‘양질 일자리(Decent Work Agenda)’ 창출을 위해서는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전 분야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제안에 따라 세계 도시에서 순회 개최 중이다. 2017년 열린 8회 대회는 서울에서 열렸다. 

ILO가 2010년부터 개최해온 사회연대경제 아카데미

또한 재난이나 내전을 겪은 국가에 대한 기술협력 사업도 진행해 왔다.

- 유엔기구 내 사회연대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ILO의 역할을 설명해달라. 

▶ ILO는 지속가능발전 목표 중에서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연대경제를 통해 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다만  ILO는 한 특정 국가의 개도(開導)를 위해 전폭 지원하는 것 보다는 네트워크를 촉진하고 일부 마중물이 될 초기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또한 사회적경제가 그동안 글로벌한 통계가 없었다. 성과 측정이 일단 어렵고, 측정 기준도 개발된 게 없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 증명이 어려웠다. 역사가 오래된 협동조합도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이 작년에 통과됐지만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다. 그런 측면에서 성과 측정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 사회연대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제언한다면.  

▶ 많은 국가들이 사회적경제법을 만들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해 온다. 법적인 틀도 중요하지만 법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사회연대경제를 지원하는 정책이 지속될 수 있는 도구(중간지원기관, 프로그램 등)가 다양하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사회연대경제의 발전은 요원해진다. 사회연대경제를 맞춤 지원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ILO는 올해 100주년을 맞아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사진=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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