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은 ILO, ICA 등 유엔의 국제기구들이 사회적경제에 주목하는 건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기보다 일자리의 미래로서 사회적경제의 가능성을 크게 보기 때문이다.”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에서 유엔기구 간 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UNTFSSE)를 이끌고 있는 이일청 UNRISD 연구 조정관은 세계적으로 그 가능성이 주목받는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UNRISD는 주류 담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적 발전 전략을 제시하겠다는 고민에서 1963년 만들어졌으며, 사회적경제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그는 특히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주목하는 세계적 흐름에 대해 강조했다. 이 연구 조정관은 “스페인, 캐나다 등 이미 사회적경제기업이 발전한 나라들도 한국의 빠른 성장 속도와 주체들의 헌신, 결단력, 추진력에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조정관은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사회적가치위원회TF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 2016년에는 서울의 사회적경제 사례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바라본 한국의 사회적경제에 대해 “사회적경제 분야로 관심이 집중되고 양적 확대 등 이 영역이 혼란스러워 지는 것을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발 과정은 다양한 세력이 모여서 그 속에서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주도권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정부 차원의 통일된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했다. 

지난 6월 24일부터 25일 양일간에 걸쳐 열린 UNTFSSE 국제컨퍼런스를 총괄코디네이터한 이 연구 조정관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이일청 UNRISD 연구 조정관.

- 6월 24일부터 25일까지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어떤 의미의 행사였나. 

▶ 사회연대경제가 2030년 의제 및 SDGs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에 열린 컨퍼런스는 ILO 100주년을 맞아 좋은 일자리 및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성취의 중요 전략인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SSE)의 가치와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컨퍼런스의 결과물은 책으로 발간해 공유하는 등 사회적경제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 제고의 촉발점으로 삼고자 마련되었다. 
   
- 행사를 주최한 UNTFSSE에 대한 소개를 바란다.  

▶ 2013년 ILO와의 논의를 바탕으로 그해 9월 30일 UNTFSSE 창립 회의를 개최하며 유엔 내 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UNTFSS)를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세계 위기 및 자본주의 방식이 초래하는 사회·환경적 결과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연대경제의 생산, 금융 및 소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지속적인 애드포커시(Advocacy)와 연구가 없으면 내부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UNTFSSE는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제도·정책적 환경조성 등 국제적 노력을 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SDGs를 위한 지식허브를 설립해 유엔사회발전연구소(UNRISD)가 운영한다. 지식허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아젠다 및 SDGs를 위한 이행 수단으로 사회연대경제 지식기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작년에는 씨앗자금을 받아 3가지 국제 컨퍼런스(△연세대학교 원주 2019. 2. 23-24: SDG의 지역화 및 이행 수단의 공동 구축에 관한 UNTFSSE 특별세션 △스위스 제네바 ILO 2019. 6. 24-25 :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이행: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서울 2019. 12. : 한국-아프리카 포럼 UNTFSSE 특별세션)를 진행하며 약 70개의 논문을 발표한다. 이번에 제네바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41개가 발표됐다. 컨퍼런스에서 발표되지 않은 논문은 웹사이트 내 SDGs를 위한 사회연대경제 지식허브에 저장되고, 회원조직 및 옵서버의 포털을 통해서도 배포된다. 

UNTFSSE에는 현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발전계획(UNDP), 유엔여성기구 및 유엔무역발전회의(UNCTAD) 등 총 17개 기구가 회원단체로 활동 중이며, 시티즈(CITIES), 지세프(GSEF) 등 18개 단체가 옵서버로 참여 중이다. 

6월 24일부터 25일 양일간에 걸쳐 열린 UNTFSSE 국제컨퍼런스. 

- 세계적으로 사회연대경제가 SDGs 실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 사회연대경제 자체가 이윤 추구보다는 환경, 경제, 사회 영역에서 SDGs의 목표에 부합하는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도 그러한 단면을 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학자, 실천가들이 지역에서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경험적 사례로 연구 결과물을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통일된 성과 지표 체계가 없기에 정확히 어떻게 사회연대경제가 기여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이때까지의 통계를 살펴보면 고용, 친환경 측면에서는 확실히 일반 기업보다 사회연대경제가 많은 기여를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는?
지속가능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새로 시행되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 목표다. 2030년까지 17가지 주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해결하고자 이행하는 것으로, △빈곤, 질병, 교육, 성 평등, 난민, 분쟁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지구 환경 문제 △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 등 경제·사회 문제를 다룬다. 

<2030 UN 지속가능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Goal 1. 모든 국가에서 빈곤을 근절한다.
Goal 2. 기아를 근절하고, 영양상태를 개선하며, 지속가능농업을 증진한다.
Goal 3.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누린다.
Goal 4. 모든 사람을 위한 양질의 교육과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Goal 5. 모든 지역에서 양성평등을 달성하고 여성?여아의 역량을 강화한다.
Goal 6. 모든 사람이 이용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식수와 위생을 보장한다.
Goal 7. 모든 사람에게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보장한다.
Goal 8. 지속적, 포괄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생산적 완전 고용과 양질의 일자리를 증진한다.
Goal 9. 지속가능한 사회기반시설 및 산업화를 증진시키고 혁신을 장려한다.
Goal 10. 국가 내, 국가 간 불평등을 완화한다.
Goal 11. 포용적이며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도시와 인간 정주지를 조성한다.
Goal 12. 지속가능한 소비 및 생산 패턴을 증진시킨다. 
Goal 13.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을 제거한다.
Goal 14. 해양, 바다, 해양자원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의 사용을 독려한다. 
Goal 15. 육지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의 사용을 증진시키며 사막화, 토지 황폐화, 생물 다양성 손실을 중단시킨다.
Goal 16.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사회,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사법제도, 효과적이고 역량을 갖춘 정부를 확립한다.
Goal 17. 이행수단 및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 사회연대경제의 역할과 가능성을 보는 데 여전히 사회적가치 성과 측정 지표가 중요하다. 

▶ 정책의 초점이 어디에 가있냐에 따라 지표가 달라진다. 고용을 중요시 한다면 취약계층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하느냐로 맞춰질 것이다. 사회적경제 자체가 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고, 조직 내 민주주의라면 질적인 측면의 통계가 필요하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얼마나 1인1표주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노동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얼마나 참여하느냐를 기준으로 볼 수도 있다. 성불평등 해소에서 주요 역할을 한다면 여성이 사회적경제에 참여하는지, 얼마나 지도적 위치에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사회적경제를 전통적 방식으로만 측정하면 한계가 있다. 앞서 얘기한 특수성을 고려한 지표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더불어 복합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일명 '사회적경제 관측소' 같은 게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국가 수준의 조사로는 정보의 한계가 있기에 천문대에서 다양한 별자리를 관측하듯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해야 한다. 

- UNRISD가 진행한 서울의 사회적경제 관련 연구 보고서가 2018년 발간됐다. 시사점은?

▶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의 주요 실행 방안으로 사회적경제에 주목하고, ‘서울’의 사례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진행했다. 사회연대경제 관련 자료는 대부분 선진국 위주다. 보통의 나라들은 사회적경제 연구 자료가 부실하거나 체계도 기준도 없다. 다행히 서울은 그런 통계자료들이 축적되어 있어 6년 비교가 가능해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서울시가 적절한 툴로 민간과 결합해 중간지원기관을 활성화시킨 게 신의 한수다. 아쉬운 건 이것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경제는 모든 사람의 것이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일까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사명감, 결단력, 추진력을 가지고 참여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지만 사회적경제 분야가 가진 특성-법적인 제약, 정치적인 이미지, 폐쇄적인 문화 등-으로 그들을 잡아놓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뚜렷한 미션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멀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그런 곳들을 어떤식으로 정책적 해결을 해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언젠가 아는 교수님이 ‘사회적기업이 만드는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 사회를 지향하고 희망해야 한다.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 어떤 조합, 정책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불가능한건 아니다. 

UNRISD가 연구한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for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보고서(2018. 7월 발간) 

- 국내에서도 ODA 방식의 원조에서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개도국을 돕는 역할로 변화되고 있다. 개도국에서 국내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 한국 모델 자체가 성공적으로 발전한 사례다. 외국에서 그런 사례를 공부해 자기들이 어떻게 할지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배움의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개별협력 사업이든 지역활동가들의 역량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서 발전한 사회적경제기업, 영리기업이더라도 사회적 미션을 가진사례가 있다면 많이 발굴해서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 

또한 전문적으로 훈련된 개발협력 전문가들에게 사회적경제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개발의 툴이라는게 과거 경제 성장 중심의 모델이다.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성취하는데 간격이 클 수 있기에 사회적경제 교육을 통해 여러 옵션들을 생각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사회적경제 방식의 자발적인 실험들이 많이 이루어진다. 그런 지원은 국가가 하기는 어렵기에 협력이 바람직하다. 

장기적으로는 한 나라 내에서의 연대보다는 국제적인 연대도 중요하다. 사회적경제는 취약계층의 생활터전, 그들을 화합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어 세계 모든 나라의 개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 간 사회적경제 기업 간 교류·투자가 필요하다. 

- 세계적으로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주목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 스페인, 캐나다 등 이미 사회적경제업가 발전한 나라들도 한국의 빠른 성장 속도와 주체들의 헌신, 결단력, 추진력에 놀라워한다. 작년에 유엔결의안 논의할 때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역할론이 제기됐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회연대경제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다. GSEF 빌바오 총회 때 주요 역할을 했다. 1990년대까지는 한국의 개발 전략이 최고의 수출품이었는데, 향후 10년 후 사회연대경제가 최고의 수출품이 될 것이다.

한국의 리딩 그룹이 가지는 영향력과 국가적 정책의 영향, 서울시의 선진적인 사례  등이 결합된 결과다. 국제적으로 한국인들의 활발한 활약도 한 몫 했다. 사회적경제운동이 민주화운동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그 유전자가 세계로 나가서 활약하는 거다.  

앞으로 국내에서 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한국 정부도 더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 

이 연구원은 2017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정책대화 2017’에 참석해 사회연대경제 방식으로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에 기조연설을 했다./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정부보다 시민들과 지방정부가 주역할 해야 하고, 시민의 생활문제에 사회적경제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 차원의 통일된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이 영역이 혼란스러워 지는 것을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발 과정은 다양한 세력이 모여서 그 속에서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주도권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다. 

또 하나, 사회적경제는 단순한 경제 단위가 아니라 사회적 운동이다. 한국에서도 사회적경제를 색안경 끼고 보는 이들이 많다고 안다.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배척하기 보다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자생력 정말 중요하다. 정권 바뀌는 거 상관없이 얼마나 강력한 적을 적게 만드는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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