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예금, 펀드상품을 이용하는 개인, 보험계약자, 신용카드 이용자 등을 금융소비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금융거래에 있어 금융회사보다 정보와 교섭력에 있어 열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하다. 금융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금융소비자에게 반복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정부는 금융회사의 영업행위를 규제하거나 피해를 보상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의무가 있다. 작년 말 한국갤럽에서 발표한‘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금융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62.6%, 정부가 기대한 수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3.9%이다 보니 금융소비자 보호는 시급하게 다뤄져야 한다.

사실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자 2010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동안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이를 발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자 위주로 금융시장에서 금융소비자들의 권리는 희생되어 왔다. 약관과 상품설명서 분량이 너무 많고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금융회사는 상품을 판매한 이후에 고객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신속하고 합당한 피해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나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금융회사에 귀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 소송을 통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보상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손해보상을 하는 것이 피해 예방 비용이나 얻는 이득이 훨씬 크게 때문에 사전에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비용을 지출하려는 동인이 적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을 마련하여 아쉬운 대로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보다 강화해 나가고자 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정보제공 서비스를 강화하고 불편을 초래했던 불합리한 관행을 일부 개선하고자 한다.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여 지점을 방문해야 했던 수고를 줄이고, 고객의 서류제출 부담도 많이 완화하도록 개선하고자 한다. 소비자 보호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핵심성과지표(KPI)에도 반영해 나가고자 하며, 판매 체크리스트, 해피콜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가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작년 12월 ‘금리인하요구권’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안내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은행법, 보험업법, 상호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되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을 거쳐 지난 6월 12일부터 시행되었다. 사실 이 제도는 2002년부터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해왔지만 금융소비자에게 적극 고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채무자는 신용상태가 개선되더라도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융회사는 신뢰도가 높은 고객에겐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고객에게는 높은 금리를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출을 받아가던 당시 재정상태가 안 좋아 부득이하게 높은 금리를 적용받았지만 대출기간 동안 신용상태가 개선되는 경우엔 낮은 이자를 내는 것은 금융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은행이 시장금리가 변동하면 예금 및 대출상품(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를 변경시키듯이 고객의 신용등급이 상승하며 자동으로 이자율을 조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나 수익을 줄이는 일에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움직일리는 없다. 그나마 고객이 요구해서 금리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으니 이것이 금리인하요구권이다.

이제 금융회사는 대출계약 등을 체결하려는 자에게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금융회사 또는 임직원에게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요구 요건 및 금융회사의 수용여부 판단 시 고려사항을 명확하게 정의했으며, 금융회사는 신청 접수일부터 10영업일 내에 수용여부 및 사유를 신청자에게 안내해야 한다.

직장변동, 신용등급 상승, 전문 자격증 취득, 소득 및 자산 증가, 부채감소 등 신용상태가 호전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심사를 거쳐 0.5%~2% 범위 내에서 대출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 가령, 직업이 없다가 새롭게 직장인이 된 청년, 비영리법인이나 스타트업에 있다가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이직하게 된 직장인, 또는 직장 내에서 직위가 상승한 경우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대출신청 시점 대비 현재 연소득이 근로 소득자 평균 임금 인상률의 2배 이상 증가한 경우에도 신청 가능하니 연봉상승률이 높은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라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카드론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 중 최근 6개월간 연체 이력이 없고 대출 후 6개월 이상 경과한 건에 한해 신청 가능하다. 대출을 받은 직전월 대비 신용등급이 2개 등급 시상 개선됐다면 금리인하 요구가 가능하다. 다만 마케팅 행사 등으로 인해 할인된 금리를 적용받은 고객에게는 상황에 따라 금리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금융사는 은행,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이며, 대부업체는 제외되어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신용상태 개선이나 기업의 매출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과거에는 창구를 방문해야 했지만, 지금은 모바일뱅킹, 인터넷 뱅킹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금융회사별로 적용조건이 상이할 수 있으니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다만, 금리인하 신청사유가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금리인하는 연 2회까지만 신청이 가능하며 같은 사유로 6개월 내에 재신청이 불가하다고 한다. 최근에 신규 대출이나 기간 연장, 재약정을 받았다면 3개월이 지난 이후에나 금리인하요구권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만기일시 변동금리 신용대출에만 적용되고 담보대출, 고정금리 신용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계대출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 또는 전세자금대출임을 감안할 때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은행에 관련 문의가 많았지만 금리인하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의외로 적었다고 한다.

이번에 시행되는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하여 이자부담을 덜 수 있는 개인 및 기업들이 많기를 바란다. 아울러 금융정보를 획득하고 금융 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금융소비자로서 지위를 향상시켜 나가려는 노력을 통해 건전한 금융거래질서를 만들어나가는데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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