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혼자서는 어려운 장애인들 ‘협동’까지 일구다
[리뷰]혼자서는 어려운 장애인들 ‘협동’까지 일구다
  • 이로운넷=설수진 청년기자(7기), 최범준 인턴 기자
  • 승인 2019.06.28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 캔 두 댓!’…정신과 환자들이 모인 ‘안티카 협동조합 180’ 실화 바탕
협동조합을 통한 장애인 권리 찾기와 자아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다

정신과 환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행사하는 협동조합원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장애인은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라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부정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편견을 깰 수 있는 영화, <위 캔 두 댓!>을 소개한다.

<위 캔 두 댓! (We can do that! / Si puo fare)>은 2008년 개봉한 이탈리아의 코미디 영화다. 기울리오 만프레도니아 감독이 연출했으며 실제 정신과 환자들의 ‘안티카 협동조합 180’의 자활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주)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를 통해 배급됐다.

- 배리어프리 영화(barrier-free film)란, 기존의 영화에 화면을 설명해주는 음성해설과 대사 및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을 넣어, 시청각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이다.

리더 넬로, 협동조합에서 장애인을 만나 함께 성장하다

1983년,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는 새롭게 제정된 정신 건강법(바자리아법)에 의해 정신병원들이 폐쇄된다. 돌아갈 곳 없는 정신과 환자들은 병원 부속의 ‘협동조합 180’에 무기력하게 모여들었다. 유명무실한 협동조합에 장애인들까지. 하지만, 급진적 활동가 넬로가 이 협동조합에 매니저로 들어오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한다.

사람들 눈에 그들은 여전히 장애인일 뿐이다. 매니저 넬로는 달랐다. 그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성실함과 순수함, 겉모습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독창적인 재능을 발견했다. 넬로는 무기력했던 그들에게 협동조합원의 의무와 권리를 가르치며 자활을 돕기로 한다.

매니저 넬로는 정신질환자 협동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던 재능을 살려 ‘아트’를 도입한 마룻바닥 공사를 어렵게 체결한다. 마침 일정이 생겨 매니저인 넬로가 자리를 비우게 된 후 그들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협동조합원들은 오롯이 그들만의 힘으로 마룻바닥 공사를 완성해 의뢰인을 감동시킨다.

안티카 협동조합 180의 인테리어 사업은 갈수록 번창했으며, 그들은 조합원 각자의 재능에 맞는 역할을 분담하고, 수입을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해 그룹 홈을 이룬다. 모든 사안을 조합원들의 민주적인 투표로 결정하며 갈수록 규모가 큰 협동조합으로 성장하게 된다.

<위 캔 두 댓!>에서 조합의 매니저 넬로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이 아무리 무시해도 조합원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관계를 형성한다. 넬로의 노력에 다른 동료들은 하나 둘씩 활동에 참여한다.

이러한 넬로의 리더십은 안티카 협동조합의 성공이라는 결실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는 월급까지 기부한다. 장애인을 더 고용해 협동조합을 키우는 따뜻한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과 자아실현도 가능하게 하는 협동조합의 힘

영화는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조합원들은 인테리어 사업을 통해 자신이 일한 대가를 공평하게 나누어 받는다. 그들은 지분 정도와 관계없이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민주적인 조합 회의를 진행하면서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협동조합의 장점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영화의 미덕은 장애인의 자아실현이 협동조합을 통해 구현되는 과정이다. 안티카 협동조합 180의 조합원들은 정신과 환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애의 정도와 그들이 가진 재능이 모두 다르다. 그들은 병원에서 환자로 지낼 때는 몰랐던 자아실현의 욕구를 느끼게 되고 그것을 실현하는 경험을 한다. 의뢰받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소통하며 교감하는 사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준다.

안티카 협동조합 180은 꾸준히 성장해, 영화가 제작되던 2008년에 3만 명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협동조합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활동하기 때문에 자아실현과 사회적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을 시행했고, 2013년부터는 12월 1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이로부터 훨씬 전인, 2008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누구나 존중받는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장점 안에 당연히 장애인도 포함됨을 새삼 깨닫게 한다. 1인 1표제라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 운영이야말로 평균 속도보다 느리고 비장애인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며 사는 그들에게 가장 걸 맞는 옷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 출처 : https://movieplayer.it/fil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