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에서 농사를 짓던 이금숙씨는 요즘 자신을 소개할 때 팜파티(farm party)셰프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주 세종시에서 20여명의 직장인들을 모아 놓고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고향의 맛을 전하는 농가 요리 수업을 진행했다.

 

?팜파티 셰프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금숙씨가 세종시에서 재배된 로컬푸드를 활용해 농가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락셰프

?그날의 메뉴는 토마토부추물김치와 얼가리매운물김치로 모두 세종시 안에서 재배한 작물이다. 요리 강습이 끝나자 수강생들을 위한 소박한 상차림이 차려졌다. 순두부 들깨탕이랑 장아찌 3가지 그리고 샐러드로 역시 지역에서 재배한 작물들이다.

?“순두부들깨탕이 모두 맛있다며 다음번 강습때 가르쳐 달래요. 전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데 그 동안은 시골집에 엎드려 혼자 즐겼다면 지금은 제가 연구한 요리를  전수할 수 있어 좋아요.”        ------ 이금숙 팜파티 셰프

 
전국에 걸쳐 팜파티 셰프 24인 배출.. 로컬푸드 활성화로 농가 소득 증대

 

?요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낙네였던 이씨를 팜파티 셰프라는 전문가로 변모시킨 이는 예비사회적기업 '락셰프'의 김락훈 대표다. 그는 금산의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를 지내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농부들을 대상으로 팜파티 셰프 전문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팜파티 셰프란 지역에서 생산된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작물로 농가 요리를 발굴하고 식문화를 보다 가치있게 표현하는 기술을 연마해 소득증대로 이어지게 하는 농민주도형 사업이다. 이들은 1차산업인 농·임산물을 기반으로 가공 기술과 테이블세팅, 스타일링, 일상의 밥상을 파티메뉴로 표현하는 법을 덧댄다. 여기에 외식,유통,관광,레저등을 접목시켜 6차 산업으로 부가가치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1년 동안 농부 24명이 교육을 통해 팜파티셰프 민간 자격을 취득했다. 이들이 재배한 농산물은 아로니아, 마, 표고버섯, 쌀, 녹차, 한우, 시래기,마늘, 당근 등 다양하다.

 

김희경 팜파티 셰프가 김 대표의 코칭을 받아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다양한 표고버섯 관련 제품들

?경남 의령에서 표고버섯 농장을 하는 김희경씨는 그동안 표고버섯과 배지(버섯균 증식을 위해 사용하는 틀)를 생산해 인근 농장에 판매해왔다.

“표고버섯을 크게 키우려면 작은 버섯들을 솎아줘야 합니다. 그렇게 버려지는 아기버섯을 보고 교수님이 아깝다면서 로스팅을 하면 어떠냐고 조언해주셨어요.  덕분에 못난이 농산물로 헐값에 넘겨지거나 버려졌던 아기버섯을 베이비표고란 상품으로 레스토랑에 팔거나 이를 로스팅해 버섯차를 만들었습니다. 한달 전에는 표고버섯 키트도 개발했어요. 요즘 농부들은 흙만 파서는 살 수 없어요. 표고버섯은 귀농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도전하는 농산품 1순위 입니다. 남들과 차별화하려면 브랜딩을 잘 해야 해요. ”  ---- 김희경 팜파티 셰프

 
로컬푸드 전도사가 된 파티김밥 셰프

 

?김락훈 락셰프 대표는 실상 국내 보다는 세계에서 더 유명한 인사다. 그는 한식 중에도 김밥에 각종 캐릭터와 놀이문화를 접목한 파티김밥을 만들어 주목 받았다. 요리월드컵에 파티김밥으로 출전해 입상하기도 했다.

 

락셰프가 선보인 파티김밥. 김 대표가 다양한 식재료를 넣어 만든 김밥 레시피만도 100여개가 넘는다./사진제공=락셰프

?그는 다양한 김밥 체험 수업을 만들었고 미국에서는 해마다 한국학을 가르치는 공립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김밥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 김밥이 일식이 아니라 한국의 개성있는 요리임을 전세계에 알렸다.

?“2015년 1월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관광박람회 때 한식 대표로  참가하면서 김밥도 가능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김밥을 일본 스시와 차별화 하기 위해 향토음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했고 팜파티, 향토 김밥 등으로 넓혀갔죠. ” --- 김락훈 락셰프 대표

락셰프는 지난해 11월 세종시 로컬푸드 '싱싱 밥상 레시피 뽐내기'에 초청 받아 복숭아꽃 김밥만들기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행사에는 150여명의 어린이와 부모들이 100팀으로 나뉘어 세종시를 대표하는 삼광쌀과 조치원 복숭아를 활용한 소스로 복숭아 꽃 김밥을 만들었다. 또 10m 길이의 대형 김밥 만들기도 진행했다. 그 결과 세종시에선 큰 프로젝트 2건을 수주하는 성과를 얻었다.

 

김락훈 락셰프 대표는 1년에 한두차례 미국을 방문해 한국학을 가르치는 공립학교 선생님들에게 김밥수업을 5년 째 진행하고 있다. 수업을 하고 나면 선생님들이 SNS에 김밥 사진을 올리고 학교에서 체험활동 수업으로 활용되는 등 김밥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요즘 지자체별로 푸드체인이라고 로컬푸드의 상위 개념이 생겼어요. 각각의 로컬푸드 사업자들이 지역의 학교나 기업,병원 급식등에 진출 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주는 거죠. 저희는 이를 위해 세종시에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요리교실을 개설하고 레스토랑을 리모델링해 로컬푸드로만 차려진 한식 상차림으로 로컬푸드 홍보관 역할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 

그는 요즘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로컬푸드와 팜파티 사업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먼저 교육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그 과실이 농부에게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지자체별로 이 분야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데 어설프게 하면 중간 단계에서 엉뚱한 사람이 득을 보는 구조가 되기 쉽상입니다. 농부들은 단 한 차례 배우고 나서 농장으로 돌아가 봐야 허사입니다. 농사일에 치이다보니 유지할 여력이 못됩니다. 팜파티가 성공하려면 할께 레시피를 개발해주고 시스템을 깔아주는 등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가 이뤄져야 합니다. ”

 
농가와 시민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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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표는 로컬푸드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전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식재료를 연구하고 농가를 직접 방문해 농민들의 숨은 끼와 농가 요리의 가치를 발굴해줬다. 그는 이를 "버려진 농부들의 지적 재산권을 발굴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락셰프가 자연과 어울리는 컨셉으로 디자인한 팜파티 식탁. 김 대표는 농가를 돌며 농민들이 재배하고 있는 식재료와 어울리는 농가요리 레시피를 개발해주고 있다./사진제공=락셰프

?그는 대한농업요리대회와 가공식품 선발대회를 기획해 이들의 끼를 펼칠 수 있는 장을 열어줬다. 지난해 금산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전국에서 72개팀이 모여서 귀농·귀촌 청년편을 주제로 솜씨를 겨뤘다. 올해에는 농민과 일반 시민을 엮어주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농민도 1인 기업입니다. 홍보를 하려고 해도 농번기는 못가요. 시민과 일대일 매칭시켜 팀을 꾸려준다면 일반인들이 홍보 대사가 되고 알바비도 벌 수 있고 농가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50살을 바라보는 사회적기업가..."나는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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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표가 요리와 인연을 맺게 된건 1996년 해외로 무전여행을 떠나면서 부터다. 체재비를 벌기 위해 요리사로 첫발을 내딛었지만 지금 이자리에 서기까지 굴곡도 많았다. 요리에 전념하고 싶었지만 IMF라는 시대상황과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 속에 직장인으로 안주하며 살다가 40살의 늦은 나이에 다시 요리사로 돌아와 피눈물 나는 시간을 감내해야만 했다.

 

서울 도곡동 락셰프 카페 입구에  빼곡히 늘어선 갖은 상장과 상패들은 김 대표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 지를 알려준다.

 

“모두들 저보고 미쳤다고 해요. 하지만 전 50살이 되기까진 모든 걸 걸고 싶어요. 청소년기 소년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있어요. 일에 열중하는라  가정을 소홀히 해 힘든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그냥 앉아 있으면 딱 쪽박차기 쉽상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저 자신을 계속 채찍질 해야 했으니까요.”

락셰프는 도곡동 사무실에서 요리클래스를 진행하면서 동네 꼬마들의 생일파티 수업도 진행하고 한 달에 한 번 전국의 산해진미를 펼쳐넣고 농민들을 대상으로 고가의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벌은 돈을 거의 팜파티 셰프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에 투자한다.

 

락셰프 농민들과 함께 만든 다양한 로컬푸드들. 김 대표는 디자인과 포장을 세련되게 바꾸는 것만으로도 판로 개척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가 올해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취약계층에게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주는 드림스타트업 수업을 진행하면서 장애인과 취약계층의 현실을 접하게 됐고 그가 사회적 기업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밑바탕이 됐다. 그는 또 로컬푸드의 가치는 사회적기업이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라고 말한다.

"상업적인 것에 휩쓸리다보면 순간에 원하지 않았던 옆길로 자꾸 새나가려는 저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내 인생을 바꾼 건데 그렇게 되면 명분을 잃게 되는거죠. 열심히 한다고 꼭 100% 성공하는 건 아니더라구요. 하지만 숨어 있다가 의외로 불쑥 튀어나오는 것 같아요. 락셰프라는 회사명은 그러니 힘들더라도 견뎌내면서 즐겁게 살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의 꿈은 팜파티셰프와 김밥셰프 100만 명을 양성해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건강하고 세련된 한식문화를 널리 알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십자인대가 끊어져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만난 김대표는 오늘도 세종과 서울 두도시를 바쁘게 오가고 있다.


사진. 전석병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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