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생활을 같이 꾸린다는 ‘같이살림’의 의미를 살려, 주민들이 함께 모이는 걸 넘어 우리가 사는 곳의 문제를 사회적경제와 함께 해결해보아요.”
공동주택 단지 내 생활문제를 주민들이 사회적경제와 협력해 풀어가는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가 올해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18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1층 다목적홀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서로 간의 공대를 만들기 위한 자리가 열렸다. 이름하여, ‘2019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 주간 <같이살림 피크닉>‘. 이번 행사를 준비한 나혜린 티팟 기획자는 “주민들이 소풍 나오듯이 편하게 이야기 나누자는 의미에서 ’피크닉‘이라 행사명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광역지원단인 사회적기업 티팟이 준비한 이날 행사에는 서울시 11개 자치구의 지역지원기관, 코디네이터와 22개 아파트 단지 주민들 10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업에 참여하는 11개 자치구는 관악구, 구로구, 마포구, 영등포구, 동대문구, 송파구, 강동구, 강북구, 양천구, 노원구, 성북구다.
공동주택 생활문제, 사회적경제와 협력해 주민이 3년간 직접 풀어간다
이날 ‘같이살림 피크닉’ 행사는 조현준 티팟 담당기획자의 사업 소개로 시작됐다.
현재 서울은 4100여개 아파트 단지에 약 143만 세대(2017년 기준)가 거주하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조 기획자는 “편리성 때문에 아파트가 많아졌지만 개별 가구 중심에다 기능과 편리가 앞선 경제적 공간이라는 특성으로 소통이 원활하지는 않는 게 사실”이라며 “쓰레기 처리, 보육 등 공동주택이기에 풀어야 할 과제는 많지만 함께 풀어가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서울의 아파트 문제를 분석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2.0’의 대표적인 사업이자, 서울시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도시만들기를 위해 사회적경제와 손잡고 진행하는 첫 사업이다. 주민들의 생활문제를 주민 주도의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하고, 더 나아가 주민 스스로 사회적경제조직을 설립해 지역 주민을 고용하는 지역에서의 선순환 경제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총 3년차 사업으로, △공동체 형성 및 가치 공유 △경제공동체 형성 △선순환 경제 구축 순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사업 첫 해인 올해는 지속가능한 모델로의 발판을 만드는 시기로, 각 지역별로 같이살림주간→문제 발굴 워크숍→문제 해결 워크숍→사업 실행 등을 통해 사업을 함께할 주민 주체와 조직을 만드는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과정에는 전문역량을 갖춘 단지별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주민모임 구성부터 실행, 사업화까지 지원해 운영을 돕는다.
조 기획자는 “작년 시범사업에 참여한 많은 주민들이 기존에 없던 서비스에 만족하다고 답했고,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통해 소통이 늘어났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해줬다”며 “서울의 4100여개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이 직접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비즈니스모델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직접 해보니...” 작년 시범사업 주민들에게 듣는 노하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단지 내 주민들과 소통이 이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참여 단지 입주민들이 대체적으로 기존에 없던 서비스라 유익하다는 얘기들을 하세요. 이웃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좋아요.”
“전농등 전체 주민 중 85%가 아파트에 살아요. 우리 아파트뿐 아니라 근처의 다른 단지를 비롯해 다세대주택까지 동, 구로 사업이 확대돼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되면 좋겠어요.”
작년 같이살림 시범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의 반응이다.
서울시는 올해 본 사업에 앞서 작년 8월부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2018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시범사업에는 총 9개 공동주택 단지가 참여하여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이날 같이살림 피크닉에서는 앞서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아파트단지 중 동대문구 래미안아름숲아파트와 양천구 목동현대아파트 2개 아파트 주민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경험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동대문구 래미안아름숲아파트는 주민 워크숍을 통해 ‘청소년 안심 먹거리 제공’을 주제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김종석 입주자대표회장은 “단지 근처에 아이들이 먹을 만한 건강한 간식을 파는 상점이 적은데다 단지 거주주민들 상당수가 맞벌이 부부라 하교 후 학원에 가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챙겨줄 여력이 없었다”며 “주민 워크숍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안심 먹거리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시범사업을 했다”고 밝혔다. 먹거리 제공은 경력단절 여성이 참여하는 푸드 플랫폼 ‘김이백’과 청정 재료로 한식을 만드는 ‘소녀방앗간’이 결합해 도움을 줬다.
김 입주자대표회장은 “사전 쿠폰을 판매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고, 나중에는 음식도 부족해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다시 음식을 가져올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며 “사전 쿠폰제 판매를 시도해 이 사업이 가지는 시장성을 실험해보는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양천구 목동현대아파트도 작년 시범사업을 통해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배성용 임차인대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 2회씩 유아, 초등학생 돌봄서비스와 친환경 간식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소통이 단절된 아파트 단지에서 같이 아이들을 돌보며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도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진행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배 임차인대표는 “아무래도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대화가 단절된 공간이다 보니 참여하는 분들은 적극적이지만,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에게 어떻게 참여를 독려할지가 고민이다”고 말했다.
올해 사업을 시작하는 주민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입주자대표회장은 “사회적경제를 먼저 앞세우면 주민들이 어려워하기에 ‘밥 필요 없는 아파트 만들자’는 식으로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먼저 접근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내 입주자대표들과 먼저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 임차인대표는 “사업을 주도하는 주체가 먼저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과 지난해 양주시 사회적경제를 탐방하는 등 주민들이 더 사회적경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두 대표 모두 인근의 다른 아파트 단지나 다세대 주택 등과 연대해 규모화하고 확장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라운드 테이블] 주민들 모이니 어떤 얘기들 나왔을까? 두 대표의 사례 발표 후에는 참여자들이 집, 동네, 주거생활, 공동주택, 생활문제 등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과 경험, 아이디어를 이야기 나누는 라운드 테이블이 이어졌다. 라운드 테이블에서 나온 주민들의 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점 등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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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시민체감형 지역순환경제 구축하겠다”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이 체감하는 지역순환경제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인성환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주택지원단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사회적경제로 주민들을 만났을 때 생각보다 호의적이고, 기존 공동체 활동 이상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이러한 사업이 주민 참여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사회적경제기업 또한 새로운 사업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 단장은 “올해를 시작으로 3년 간 주민들의 아이디어와 생활속의 문제를 코디네이터들이 잘 모아내어 사업 아이템화 시키고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협력해 사업을 돕고, 주민들이 이를 구매하고 참여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며 “3년 후 지원이 끝날 무렵에는 일부라도 수익이 발생해 그 수수료로 코디네이터들의 인건비가 확보되어 이 사업이 지속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진. 전석병(사진가), 티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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