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간의 협동이 화두다. 소규모 협동조합의 경우 개별 활동만으로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나 자금 확보, 판로 개척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개별법에 의해 설립된 8개 협동조합(농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 엽연초생산협동조합법, 산림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신용협동조합법, 새마을금고법,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과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생기며 시작된 기본법 협동조합(일반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간의 연대도 활발해지고 있다. 

협동조합 간 연대, 다양한 형태로 협력 이뤄져  

협동조합 간 연대가 가장 활발한 쪽은 생협과 기본법 협동조합간의 협력이다. 

우리동네 협동가게./사진출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난 2016년 시작된 ‘우리동네 협동가게’가 대표적이다. 우리동네 협동가게는 두레생협, 한살림생협, 행복중심생협 등 서울 소재 생협 매장에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을 입점?판매하는 사업이다. 생협의 소비자 조합원에게는 제품 선택권을 넓히고, 사회적경제 기업에는 판로를 확보하며 1석 2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단순 판로 지원을 넘어 생협과 사회적경제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을 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생협과 사회적경제를 연계하는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측은 “생협 조합원들의 피드백을 받아 사회적경제 기업이 제품을 개선하거나, 신제품 개발 과정부터 참여하는 등 새로운 협력이 일어났다”며 “비즈니스를 넘어 연대와 협력의 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두레생협 한 관계자는 “꾸준히 연대가 가능한 사회적경제기업을 찾아보고, 검토해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쿱생협은 '세이프넷'을 출범하며 기존 생협 안에서 주로 수행해온 활동을 사회적경제 분야 전체로 확대하는 방향과 계획을 세웠다.

생협들 중에서도 아이쿱생협은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연대를 전면에 앞세우고 있다. 아이쿱은 지난해 창립 20주년에 파머스쿱그룹, 협력업체협의회, 사회적경제기업, 비영리조직 등 157개 조직이 모인 네트워크 생태계인 '세이프넷'을 출범하며 기존 생협 안에서 주로 수행해온 활동을 사회적경제 분야 전체로 확대하는 방향과 계획을 세웠다. 2012년부터 시작된 아이쿱과 사회적경제 기업 간 상호거래는 2017년 43억원에서 2018년 50억원으로 17% 증가했으며, 최근 6년간 상호거래액은 176억 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인재 양성, 연구 장려, 창업 지원 등을 시도하고 있다. 김현하 세이프넷 성장지원가치확산팀 매니저는 “아이쿱이 잘하는 분야도 있지만, 사회적경제 기업이 더 잘하는 분야도 있다"며 협업의 시너지를 강조하며 "일회적 거래 관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쿱과 지속가능한 시너지를 만드는 기업을 찾는 일을 앞으로도 고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협은 전주 한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과 협력하고 있다. 사진은 전주한지문화축제 개막식 축사 중인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사진=신협중앙회

신용협동조합도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와 연대에 적극적이다. 

신협은 최근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해 협동조합의 가치를 구현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 사업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사회적금융 지원이다. 업력이 짧고 자금이 부족한 초기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장기·저리의 인내자본을 공급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지원한다. 전국 신협과 중앙회가 공동으로 5년간 200억 원 규모의 ‘신협 사회적경제 지원기금’을 조성 중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대출의 이차보전, 출자, 출연 등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사회적경제 기업의 경영 및 육성을 지원하기 위하여 지난 2015년부터 ‘씨유-비즈쿱(CU-bizcoop)’도 보급해왔다. 지역특화산업의 발굴 및 육성도 지원한다. 전주 한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과 MOU를 체결, 사무 공간, 운영 자금 및 판로개척, 마케팅 등을 돕고 있다.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은 “신협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해 협동조합의 가치를 구현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 사업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작신협도 신협의 정체성에 따라 사회적경제조직의 금융지원에 앞장서는 가운데 지난해 지역에너지전환·자립을 위해 성대골마을에서 세 번째로 설립된 ‘성대골에너지협동조합’ 창립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연대협력을 하고 있다. 
  
“이종간 협동조합 연합회 설립되면 큰 시너지 날 것” 

‘협동조합간의 협동’은 설립을 넘어 규모화 단계에 들어선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러한 협동조합들 간의 연대가 활발해지면서 관련한 제도 개선 등 중간지원기관 및 협동조합협의회 등도 더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4월 창립한 전국협동조합협의회는 ‘기본법 협동조합과 개별법 협동조합과의 연대’를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김동규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은 “지역의 경우 생협과 기본법협동조합이 연대가 원활하지 않다”며 “생협 매장에 사회적경제기업 제품들의 물건을 판매하는 ‘우리동네 협동가게’가 서울을 넘어 지방에서도 확산해 시장을 더 넓히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5일 창립한 전국협동조합협의회도 ‘기본법 협동조합과 개별법 협동조합과의 연대’를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사진제공=전국협동조합협의회

개별법 협동조합과 기본법 협동조합이 연합회를 만들어 협력 사업 가능하도록 하는 ‘이종간 협동조합 연합회 설립 허용’에 대한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에 이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현행 기본법상에는 협동조합 연합회는 기본법 협동조합으로만 구성하게 되어 있다. 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개별법 협동조합과 짧은 역사이지만 다수를 이루고 있는 기본법 협동조합 간의 협력이 법적인 연합조직으로 성장 가능하다면 큰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은 이제 구체적인 협업으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시기라고 규정했다. 강 정책기획위원장은 "당장 서울만 해도 생협, 신협, 농협 3개 협동조합만 합쳐도 160여개 매장에 약 200만명 조합원이다. 이들이 협력하면 사회적으로도 큰 자산이 된다."며 "이제는 구체적인 협업으로 양질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7월 5일부터 7일까지 대전에서 열리는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도 ‘개별법과 기본법협동조합 간 연대’를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된다. 한국협동조합협의회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오는 5일 오후 4시부터 컨벤션센터 3층 컨퍼런스홀에서 국내외 협동조합 간 연대 사례를 소개하고 토론을 진행한다. 

정석헌 신협중앙회 사회적경제팀 주임은 “이날 세미나에서는 신협의 사회적금융 사례, 기본법협동조합 연대 사례로 동작신협과 성대골에너지와의 협업 사례, 아이쿱생협의 연대협력 사례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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