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스토리] 4. 폐종이에 움튼 새싹처럼…새 출발하는 ‘협동조합 온리’
[소셜스토리] 4. 폐종이에 움튼 새싹처럼…새 출발하는 ‘협동조합 온리’
  • 이로운넷=양승희 기자
  • 승인 2019.06.24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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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지역 가치 창출하고, 환경 보호하는 수제카드 ‘종이정원’ 
2016년 경영난 사회적경제 당사자 도움으로 ‘재기’ 발판 마련
크라우드펀딩 통해 온라인‧해외판로 개척…액자‧도자기 판매도
좋은 가치로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하는 사회적경제기업도 지속가능하려면 '가치' 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경쟁력 있는 '좋은 제품'이다. 빛나는 가치 만큼 좋은 제품을 위해 발로 뛰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통합 판로지원 플랫폼 e-store 36.5+와 이로운넷이 함께 연속으로 조명한다. 
협동조합 온리는 버려진 폐종이를 모아 전통 한지 방식을 활용해 카드로 새활용한다. 여기에 씨앗을 심어 물에 적시면 새싹이 돋아나는 아이디어를 더했다.
협동조합 온리는 버려진 파쇄 종이를 모아 전통 한지 방식을 활용해 카드로 새활용한다. 여기에 씨앗을 심어 물에 적시면 새싹이 돋아나는 아이디어를 더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소비하는 종이는 170kg, 한 해 동안 버려지는 폐지만 해도 무려 12톤에 달한다. 쉽게 쓰고 버리는 종이 1톤을 재활용하면 나무 20그루를 살리고, 물 28톤, 이산화탄소 500톤을 줄여 지구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한때 생명이었던 종이를 재활용해 생명을 품은 새싹으로 재탄생시키면 어떨까? 폐지로 만든 수제 씨앗카드 ‘종이정원’을 개발해 친환경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협동조합 ‘온리(ONRE)’의 이야기다. 

‘온고을’ 전통 살리면서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상품

김명진 협동조합 온리 이사장은 "종이정원을 통해 한 번 쓰고 쉽게 버려지는 종이에 담긴 환경적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진 협동조합 온리 이사장은 "종이정원을 통해 한 번 쓰고 쉽게 버려지는 종이에 담긴 환경적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12월 전북 전주 지역을 기반으로 설립된 온리는 어디에서나 나오는 파쇄종이를 재활용해 환경을 지키고, 전통 한지 기술을 응용한 작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기업명에는 전주의 옛 지명인 ‘온고을’을 ‘되살린다(RE)’는 의미를 담았다.

김명진 온리 이사장은 “전주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가 됐지만, 지역의 전통을 살리면서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상품을 찾기 어려웠다”며 “지역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을 고민하다가 새싹이 자라는 수제카드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온리는 박스, 신문지 등 한 번 사용하면 버려지는 파쇄 종이를 모아 전통 한지 제작 방식으로 되살림한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작품을 입히고, 수경재배 기술로 키운 씨앗을 심어 완성한다. 김 이사장은 “기증받은 폐지를 불려 종이를 뜨고 씨앗을 심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돼 카드 한 장을 만드는데 3주 이상 걸리지만, 대량생산으로 흉내낼 수 없는 단 하나의 제품이 완성된다”라고 말했다.

나무 베서 화학물질로 만든 종이, 버리지 말고 ‘새활용’

'종이정원'은 버려진 종이에 새싹을 심어 다시 나무로 자라게끔 하는 자연의 순환을 담았다.
'종이정원'은 버려진 종이에 새싹을 심어 다시 나무로 자라게끔 하는 자연의 순환을 담았다.

실제 종이정원은 색상‧무늬‧질감이 전부 다르고, 특수 친환경 잉크로 인쇄해 물에 넣어도 지워지지 않으면서 독성이 적다. 가족이나 친구, 가까운 사람에게 카드 속 메시지로 마음을 전한 뒤, 카드를 접시나 화분에 놓고 물을 흠뻑 적시면 2~7일 후 싹이 돋아난다. 겨자씨, 적콜라비, 청경채, 적양배추, 자운영 등 풀의 3~4cm 자라나면 종이 그대로 흙에 옮겨 심을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종이정원을 통해 무엇보다 환경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 제지 기업에서 나무를 베서 접착제, 표백제 등 화학물질을 사용해 종이를 만들고, 인쇄 과정에서 잉크까지 더해지고 나면 폐지는 거의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면서 “파쇄 종이에 담긴 환경적 중요성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상기시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온리는 상품을 생산 및 소비하게 하는 방식이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공동체 복원 등 사회적가치도 인정받아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으로 공식 인증받기도 했다. 종이정원을 만드는 직원들은 전주 지역의 결혼이주여성 등 취약계층으로, 현재 직원 5명이 생산 및 판매에 참여하고 있다.

카드의 디자인에는 지역 작가의 그림이나 경력단절 여성들이 참여한 ‘글꼴유랑단’의 캘리그라피를 사용하는 등 특색을 담아냈다. 올해는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작가 협동조합인 ‘한국보태니컬아트’와 한국의 야생화를 디자인해 출시하고, 지역 작가들과 함께 멸종위기 동물 시리즈도 선보일 예정이다, 카드 외에도 실내 인테리어로 활용 가능한 대형 액자나 새싹을 키울 수 있는 수제도자기 등을 만들어 함께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경영난으로 오프라인 매장 철수→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기대’

'종이정원'은 한지 제작방식과 씨앗 수경재배 기술을 더해 폐종이를 새활용한다.
'종이정원'은 한지 제작방식과 씨앗 수경재배 기술을 더해 폐종이를 새활용한다.

최근 경영난으로 서울, 전주 등에서 운영하던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한 온리는 온라인을 통해 판로를 개척할 기회를 찾고 있다. 최 이사장은 “매장이 없는 지역의 기업으로서 크라우드펀딩에 특히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고 다양한 연령의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온리는 앞서 크라우드펀딩의 힘을 경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비플러스’를 통해 모은 인내자본 투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온리는 2016년 서울 북촌에 매장을 운영했지만 중국 사드 사태로 인해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에 타격을 입으며 큰 위기를 겪었다. 당시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이 힘을 더해 펀딩 리워드 패키지를 꾸린 결과, 목표 금액 5000만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은 “폐업 이상으로 삶의 의지를 잃을 만큼 힘든 상황이었는데, 많은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의 도움 덕분에 의욕을 되찾고 새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아직 경영난이 완전히 해소되거나 매출이 회복된 단계는 아니지만, 다시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기회와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향후 온리는 재정적으로 안정을 되찾고, 판로와 마케팅 등 비즈니스 모델 등을 구체화해 해외시장 진출에도 도전한다는 목표다. 업사이클 제품이자 윤리적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관련 산업이 발달한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 소개할 계획이다.

캘리그라피, 세밀화, 풍경화 등 지역 작가들이 그린 다양한 작품이 담긴 '종이정원'의 디자인.
캘리그라피, 세밀화, 풍경화 등 지역 작가들이 그린 다양한 작품이 담긴 '종이정원'의 디자인.

사진제공. 협동조합 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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