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에서 온 난민 출신 미야가 이주 여성을 돕는 사회적기업 '에코팜므'의 신임 대표가 됐다.

제주 예멘인 논란이 일어난 지 1년. 한국 사회에는 수많은 ‘난민’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외면받고 있다. 2018년 유엔난민기구(UNHCR)의 발표에 따르면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자연재해,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다른 나라를 떠도는 전 세계 난민은 무려 70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리비아, 베네수엘라, 미얀마 등을 떠난 난민들의 참상이 각종 외신을 통해 쏟아지는 중이다. 국제연합(UN)에서는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세계 난민의 날’을 6월 20일로 정해 매년 기념한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한국에서 난민 당사자로 살다가 난민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에코팜므’의 활동가, 그리고 신임 대표로 오른 미야(Miyah?41)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5월 에코팜므 10주년 기념식에서 2대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그 과정과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에코팜므는 이주여성의 문화적 재능을 키우고 사회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단체다.

▶저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살다가 지난 2004년 한국에 왔습니다. 2006년 ‘피난처’라는 난민 지원 NGO에서 자원 활동가로 일하던 박진숙(나비?Navi, 1대 대표)을 만나 한국어 선생님과 제자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2008년 나비가 난민 여성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제안했고, 그 프로젝트가 에코팜므의 토대가 됐습니다. 저는 2014년부터 에코팜므 활동가로 참여하며 그림을 그려 여러 제품들을 만들고, 난민 여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제가 에코팜므의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건 여러 사람들이 신뢰해준 덕분이에요. 외국인, 특히 난민 중에서 대표가 된 건 제가 처음이니까 그건 ‘미야를 믿어요’라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다른 난민들도 저처럼 어떤 단체의 대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웃음)

-한국에서 지난 15년간 어떻게 살아왔나요. 난민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불편하지 않았나요?

아프리카 난민 출신 여성들은 '에코팜므'를 통해 각국의 문화와 자신의 감정을 담은 그림을 그려 여러 상품에 활용한다.

▶지금 14살, 12살이 된 아들 둘이 있는데, 초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었어요. 언어도 서툴고 음식도 맞지 않는 데다 아프리카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 때문에 힘든 일들이 많았죠. 이제는 한국어를 많이 배워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아이들도 성장해  차근히 정착해가고 있어요. 2011년에는 7년 동안의 긴 시도 끝에 난민 지위도 인정받았고요.

2004년 한국에 왔을 때는 사람들이 ‘난민’이라는 존재 자체를 잘 몰랐어요. 지금은 난민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지만, 주로 부정적인 측면만 알려진 것 같아요. 소셜미디어(SNS)나 온라인에서 오가는 난민 이야기를 보면, ‘범죄자’ ‘테러리스트’ ‘일자리를 뺏는’ 위험하고 나쁜 사람으로만 보시더라고요. 오해와 걱정이 많다는 걸 알지만 난민은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지 말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주었으면 해요.

-한국에 사는 이주여성을 돕는 에코팜므의 여러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에코팜므는 이주 여성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그려 상품을 만들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경제적 수익도 얻으며 정착 기회를 넓힌다.

▶난민 중에서도 여성, 특히 아이를 둔 엄마들은 제약이 많아요. 집에서 아이만 돌봐야 하고 아무런 사회 활동을 할 수 없거든요. 더욱이 저 같은 아프리카 흑인 여성의 경우에는 이중, 삼중 차별을 받게 돼요. 에코팜므는 난민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사회 활동에 참여해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저 역시 콩코에서는 마케팅을 전공했지만 한국에 와서 처음 그림을 배우고 재능도 발견했어요.

난민 여성들은 그림에 아프리카 특유의 문화나 자신의 느낌을 담아내며 특별한 작품을 완성합니다. 같은 아프리카여도 콩고,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국가마다 문화가 달라서 각자 표현해내는 그림의 특징이나 색깔이 전부 달라요. 난민 여성들은 자신들이 그림을 바탕으로 에코백, 텀블러, 티셔츠, 카드 같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에서 자신감도 회복하고, 경제적 수익도 얻게 되죠.

-지난 15일 ‘제5회 난민영화제’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에코팜므는 '난민영화제'에 참여해 부스를 꾸려 난민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미야 대표는 관객과의 대화에 직접 참여해 당사자로서 이야기를 전했다.

▶‘웰컴 투 저머니’라는 영화를 보고 관객과 대화했습니다. 작품은 독일의 어느 평범한 가정에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 ‘디알로’가 오면서 생기는 일을 다뤄요. 극 중 사람들은 처음에 디알로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고 생각을 묻지도 않아요. 단지 ‘여기는 독일이니까 그냥 이렇게 해’라고 명령할 뿐이죠. 근데 12살 아이가 유일하게 디알로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줘요. 그런 과정에서 오해가 풀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한국 사회가 난민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영화처럼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난민들은 다 똑같아’라면서 무시하고 거절하기만 하지 말고, 한명 한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도와준다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난민은 새로운 나라에 와서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거든요. ‘사랑’과 ‘인내’를 가지고 하나씩 차근히 알려준다면,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 

- 에코팜므 대표로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은 어떤가요?

미야 대표는 "난민 여성들을 위한 '아트센터'를 세워 지속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에코팜므에 난민 여성들을 위한 ‘아트센터’를 세우고 싶어요. 난민여성들이 센터에 와서 공부를 하고, 교육받은 사람들이 다시 다른 난민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제가 맨 처음 나비의 도움 덕분에 한국에 정착했듯이, 저 역시 다른 난민 여성들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웃음) 

사진제공. 에코팜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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