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떠난 낯선 여행지로의 일탈. 그러나 아무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머문 여행의 끝은 그리 인상적이거나 낭만적이지 않다. 대개는 허무하고, 적잖은 아쉬움과 씁쓸한 실망감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무심코 머문 여행지에서, 무턱대고 들어간 카페에서 일상의 심심한 위로를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되려 남들이 잘 모르는, 숨어 있는 가치를 찾아 떠나는 로컬 여행으로 일상의 무료함을 해소하는 건 어떨까.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한국공항공사제주지역본부가 함께 주관하는 ‘소셜스탬프제주’는 제주 곳곳을 제주스런 테마로 제주답게 경험하는 이색 캠페인이다.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번 캠페인은 △먹거리형 △체험형 △상품판매형 등 테마별로 지정된 제주사회적경제기업을 직접 방문해 스탬프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먹는다는 것, 느낀다는 것, 소비한다는 것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먹거리형] 먹는다는 것 = 함께 살아간다는 것

# 요리로 세상과 소통하는 ‘무조리실 협동조합’

무조리실 대표 메뉴 멘치까스와 계절 음식 제주푸른콩국수. 식당 한켠에는 핸드메이드 제품 전시 공간도 마련돼 있다./사진=무조리실 협동조합

관덕정 근처 맛집으로 소문난 무조리실. 무조리실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곳은 요리를 통해 같이 잘 먹고, 같이 잘 알고, 같이 잘 사는 사회를 꿈꾼다. '무조리실'은 無정형·無공간·無경계의 부엌을 뜻하는 말로,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음식으로 가족을 먹여 살린 주방의 일상 요리를 보다 가치 있는 식생활 문화로 전환하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시작은 자격증이 없는 여성들의 요리경력을 여성 스스로 인정하기 위한 작은 실험이었다. 주변의 관심과 지지 속에 2016년 5인의 여성들이 뜻을 모아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2019년 4월에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건강한 육식 맛있는 채식’을 지향하며, 신선한 제주 제철 식재료로 조미료 없이 정갈하고 깔끔한 건강 밥상을 선보인다.

무조리실의 대표 메뉴는 등심까스, 짬뽕까스, 생선까스, 멘치까스, 등신커미, 구운채소커리. 시즌 메뉴인 에이드와 차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는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한 달에 한번 낯선 이들과 음식으로 소통하는 소셜다이닝 ‘모서리 없는 식탁’, 핸드메이드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소셜메이킹 ‘요리조리’ 등을 운영하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따스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제주시 관덕로 6길 14 무조리실 협동조합/11:00~21:00(월요일 휴무)/ 064. 904-1999

 

# 꽃 사고 커피 마시는 제주청년장애인 바리스타들의 카페 ‘플로베’

꽃도 사고 커피도 즐기는 플로베 카페의 무가당 곡물수제요거트와 수제 샌드위치/ 사진=일배움터

'플로베(Flove)'는 청년 장애인들의 평범한 삶을 디자인하는 사회적기업 일배움터가 운영하는 카페다. Flower(꽃)와 love(사랑)를 합쳐서 만든 말로 ‘세상의 모든 사람은 꽃처럼 귀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착한 카페’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아름다운 제주청년장애인이 직접 바리스타로 일하며 건강한 재료로 만든 음료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회복지법인 제주황새왓카리타스 소속 일배움터는 2005년 중증장애인들의 직업 및 사회 적응을 돕는 직업재활시설로 설립됐다. 2008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후 지난 11년 간 도자기, 원예, 농산물, 카페 사업 등을 운영하며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기본 소득 보장을 위해 앞장서왔다.

2012년 문을 연 플로베는 꽃을 사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플라워 카페다. 무농약 제주 무화과가 들어있는 플로베 베스트 무화요거트스무디, 유산균과 우유만으로 직접 만든 무가당 곡물수제요거트, 생자몽을 직접 착츱한 리얼 자몽차 등이 주 메뉴다. 매일 아침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수제 샌드위치와 쿠키까지 착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제주시 도령로 113 SKT 제주사옥 1F 플로베/ 7:30~17:30(토요일·일요일 휴무)/ 064. 900-9150

 

[체험형] 진짜 제주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클래스

# 현직 해녀와 함께하는 미니 태왁만들기 '(주)해녀의 태왁'

구좌읍 김녕 마을 현직 해녀와 함께 하는 미니 태왁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사진=해녀의 태왁

제주공항에서 동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에메랄드 바다 물빛이 한 눈에 들어오는 구좌읍 김녕 마을에 다다른다. 예부터 해녀들의 마을로 유명한 김녕리는 단위 마을 가운데 가장 많은 해녀가 활동하고 있다. 이 마을은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으로 정식 등재된 제주 해녀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는 태왁 만들기 체험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모은다.

태왁은 해녀가 자맥질을 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을 뜨게 하거나 채취한 해물을 담는 뒤웅박으로 해녀들에게는 생명줄과 같다. 제주도에서는 태왁바새기라고 불렀으며, 제주 사람들은 태왁에 해산물 껍데기를 넣어 부엌에 걸면 풍요가 오고 고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주)해녀의 태왁에서는 현직 해녀가 전해주는 생생한 물질 이야기를 직접 듣고, 태왁의 의미를 되새기며 직접 작품을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완성된 미니 태왁은 직접 가져갈 수 있다. 전통 해녀복인 물소중이를 입어보는 기회도 제공되며 사전 예약은 필수. 총 소요 시간은 1시간 내외다.

제주시 구좌읍 김송로94 (주)해녀의 태왁/ 9:00~17:00/ 064. 782-6347

 

# 제주 전통빵도 먹고 마을 이야기도 듣는 ‘하례점빵’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하례점빵에서는 제주 전통빵과 지역 감귤을 활용한 한라봉상웨빵만들기 체험을 즐길 수 있다./사진=하례점빵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해 감귤 꽃이 가장 빨리 피어난다는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는 제주도 생태관광마을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발원해 바다로 이어지는 효돈천이 흐르는 마을로 하천 가까이에 있는 감귤 밭의 기온차로 인해 새콤달콤한 감귤 맛을 자랑한다.

하례리 마을에 위치한 하례점빵은 마을 부녀회가 설립한 마을기업 ‘하례감귤점빵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곳으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개발한 특산품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오직 하례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감귤상웨빵’이 단연 인기다.

상웨빵은 옛 제주 사람들이 즐겨먹던 상웨떡(보리떡)을 변형한 발효빵. 하례점빵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한라봉을 첨가한 한라봉상웨빵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예약제로 진행한다. 총 체험 시간은 2시간이며, 희망자에 한해 해설사가 동행하는 효돈천 탐방과 트래킹, 고살리 숲길 탐방 등 마을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로 272 하례점빵/ 10:00~18:00(일요일 휴무)/ 064. 767-4545

 

[상품판매형] 소비에 가치를 더하니 지역이 산다!

# 오직 제주에만 있는 독립편의점 '콘쿱 남녕고점'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독립편의점 콘쿱은 노동의 가치 존중과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상품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사진=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제주 브랜드 독립편의점 콘쿱은 취향존중, 지역밀착, 노동존중 이라는 브랜드 비전과 지향하며 대기업 중심의 프렌차이즈 편의점과는 다른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콘쿱(concoop)은 사회적기업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 만든 편의점 브랜드로, 편의점(convenience store)과 협동조합(coop)의 합성어다.

콘쿱의 운영 미션은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선해 합리적이고 투명한 계약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철저히 지키고 있으며, 가맹점의 경우 월 회비 30만원이면 운영이 가능하다. 2017년 7월 하귀리에 직영 1호점이 문을 연 뒤 2018년 6월 제주시 남녕고 근처에 가맹 1호점을 정식 오픈했다.

상품 전략도 남다르다. 획일화된 제품 구성과 진열에서 벗어나 매장의 입지조건, 주요고객층의 필요에 따라 각각 다른 개성의 점포가 운영된다. 콘쿱 남녕고점의 경우 매장에서 직접 끓여 먹는 라면의 매출이 가장 높다. 제주에서 만든 다양한 기념품과 상품도 구매 가능하며, 사진 인화기 이용 및 파우더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수익의 일부는 인근 학교의 장학금으로 후원 예정이다.

제주시 도령로 52 독립편의점 콘쿱 남녕고점/ 8:00~24:00(토·일요일은 22:00)/ 064. 711-3190

 

# 마을 창작자, 여행객을 잇는 감성 아트샵 ‘베리제주'· ' 파란공장’

파란공장은 제주의 이슈와 일상 예술가의 연결공간으로, 수익의 일부는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후원금으로 쓰인다./사진=파란공장

애월읍 고내리. 검은색 돌담과 하얀 벽, 파란 지붕이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선물가게에 들어서는 여행객들의 카메라 셔터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제주 서쪽 여행자들에게 ‘애월 감성 소품샵’으로 불리는 베리제주와, 베리제주의 컨셉 매장이자 마을 안내소로 운영되는 ‘파란공장’이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들의 SNS 인증샷 필수 코스로 떠오르게 된 것.

(주)파란공장이 운영하는 베리제주와 파란공장은 ‘제주를 위한 착한 소비’를 내세우며 마을과 창작자, 여행객을 잇는 지역문화공간이다. 제주 지역사회의 이슈를 담은 자체 제작 디자인 제품과 지역 창작자들의 문화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연결하며, 마을자원개발은 물론 지역예술가들의 창작활동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길냥이, 해양생물 보호를 위한 청년작가와 함께하는 파란공장 자체 상품 마스킹 테이프, 감각적이고 젊은 이미지의 소용량 패키지로 재탄생한 추자도 멸치젓갈, 여성작가 3인과 함께 만든 자체 제작 티셔츠와 소라등불 등이 인기템으로 꼽힌다. 수익의 일부는 제주 미혼모가정과 남방큰돌고래·길고양이 보호, 제주 방언·제주올레길 보전, 제주4.3을 기억하는 사업 등의 후원금으로 환원된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로 7길 45-14 베리제주· 파란공장/ 10:00~19:00( 파란공장: 일~월요일 휴무)/ 064. 746-7520
소셜스탬프제주 캠페인 이미지/사진=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한편 '소셜스탬프제주' 캠페인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참여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제주국제공항 또는 제주 전역에 자리한 캠페인 참여 기업 25개소 중 한 매장을 골라 스템프 북을 수령한다. 참여 매장에서 체험 또는 상품을 구매한다. 스템프 3개를 받아 온· 오프라인 응모에 참여하면 된다.

선착순 100여명에게는 제주사회경제기업 상품랜던박스가 주어지며, 온라인 인증 시 추첨을 통해 제주사회적경기업 제품 및 에어팟, 호텔 숙박 등이 제공된다. 이벤트 1차 마감일은 7월 19일이며, 2차 이벤트는 오는 8월 1일부터 10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홈페이지와 사회적경제허브 소식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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