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도시에 활기가 도네요. 이런 페스티벌이 철원에서 열리다니, 획기적입니다.”

철원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한 지역주민은 지난 6월 7~9일 열린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을 ‘획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남북이 대치하며 ‘최전방, 군사시설, 민간인 통제구역’ 등 군사용어와 어울렸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그가 건넨 ‘획기적’이라는 표현은 적확하다.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은 남북평화를 기원하며 지난해 시작해 올해 2회를 맞았다. 무료로 운영되는 페스티벌은 노쇼(No-Show) 방지차원에서 예약을 받는다. 예약금은 현장에서 지역상품권으로 교환해준다. 철원군은 올해 지역상품권 교환액수를 1억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페스티벌이 열린 고석정 인근 지역상권 연매출 중 상당부분 역시 페스티벌 기간 동안 발생했다. 고석정 내 한 편의점 주인은 “보통날과 비교해 체감상 3배 이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디어를 통해 메가 이벤트를 유치했던 몇몇 지자체가 시설물 사후활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보도를 접하곤 한다. 지역에서 열린 행사지만 지역성은 없고, 연속성을 잃은 채 시설물만 덩그러니 남은 경우들이다. 일부 지역은 심각한 지역사회 갈등으로 법정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들과 비교하면 철원 DMZ 페스티벌을 대하는 지역주민 만족도는 주목할 만하다.

고석정 관광지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어울림협동조합 임영희 대표는 “그간 철원이 금단의 땅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아름다운 도시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무대 옆에는 철원지역 고등학교에서 운영하는 부스가 열려 지역 학생들이 지역문화와 콘텐츠를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외부요소를 인위적으로 가져오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자산과 역사, 특성 등을 활용한 DMZ페스티벌은 지역재생을 고민하는 지자체들이 참고할만하다.

‘평화기원 페스티벌’이라는 거대담론이 지역성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철원이 남북분단을 상징하는 대표지역이기 때문이다. 철원군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철원군과 마주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전 세계 마지막 분단지라는 상징성은 페스티벌이 전 세계 각지의 평화를 기원하는 장(場)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축제에 앞서 서울 창동플랫폼61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레바논의 평화를 논했다. 철원에서는 대만 출신 밴드가 공연할 때 관객석에서 청천백일기가 휘날리기도 했다.

‘DANCING FOR A BORDERLESS WORLD!’, 페스티벌 슬로건이다. 평화를 기원하는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이 한국 최북단에서 열리는 축제가 아니라 한반도 중앙에서 열리는 축제로 거듭나는 날까지, 서로에게 선을 긋지 말고 함께 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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