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제주도, 예멘 출신 난민 약 500명이 들어오면서 한국에서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일자리 잠식, 범죄 우려 등 문제로 난민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셌고, 난민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0만 명을 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한국의 낮은 난민 인정률(약 2%)을 들며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주에서 예멘인 수용 논란이 일어나자 정부는 지난해 6월 난민 심사 인력을 늘리고, 난민 심판원을 신설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당시 난민 심사 신청자 484명 가운데 난민 인정은 단 2명,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불인정 56명, 직권종료 14명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에는 예멘 외에도 콩고, 에티오피아, 이집트, 미얀마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난민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유엔난민기구(UNHCR)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 숫자는 7000만 명에 육박하며, 이들은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자연재해,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서 다른 나라를 떠돌고 있다.

제5회 난민영화제 포스터에는 흰 강아지와 까만 고양이가 그려져 있다. 흔히 강아지와 고양이는 함께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의지를 담았다.

UN은 지난 2000년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지정했다. 한국에서는 난민지원네트워크가 지난 2015년부터 ‘난민영화제’를 통해 난민들의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올해 5회를 맞이한 ‘난민영화제’는 ‘당신이 들려요(I hear you)’를 주제로 오는 15일 종로 서울극장에서 열린다. ‘당신이 들려요’는 한번쯤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자는 뜻으로, 난민들 또한 한국사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의미 또한 담았다. 

영화제에서는 난민을 다룬 장편 2편, 단편 3편 등 총 5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축제를 주관하는 공익법센터 ‘어필(APIL)’의 임완주 코디네이터는 “현재 한국 사회가 난민을 제일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위주로 선정했다”며 각 작품의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제5회 난민영화제'에서 상영되는 'Resistance is life'와 'Welcome to Germany' 포스터.

◇‘레지스탕스 이즈 라이프(Resistance is life)’는 터키-시리아 국경의 난민촌에 사는 8세 소녀 ‘에블린’이 고국을 위해 저항하는 모습을 그린다. 에블린의 영웅 쿠르드 여성 투사들은 IS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의 고향 코바니를 지킨다. 에블린은 비극적 상황에서도 희망과 회복력이 우세함을 보여주면서, 국경 양쪽에 있는 저항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아이가 바라본 전쟁과 삶이 관람 포인트다. 어른들이 만든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집을 떠나 난민촌에서 살면서 무기나 잔인함에 그대로 노출된다. GV에서는 더 나아가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 아동들이 처한 출생신고의 어려움과 무국적 신분에 대해 다룬다.”

◇‘웰컴 투 저머니(Welcome to Germany)’는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뮌헨 가족이 난민을 집에 초대해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디알로’는 곧 뮌헨 가족의 일원이 되지만, 이웃들로부터 인종차별, 관료주의, 테러의혹 등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리보다 난민 수용에 있어서 앞선 국가인 독일에 정착하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난민 이야기를 다룬다. 이 안에서 보이는 난민에 대한 ‘편견’ 그리고 ‘두려움’에 대해 되돌아보고자 한다.”
'안식처' '호다' '경계에서'는 각 20~30분 분량의 단편 영화로, 유엔난민기구에서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안식처(Sanctuary)’는 전쟁으로 황폐화한 고국을 떠나 한국 제주에 도착한 예멘 난민 500여 명의 사연을 다룬다. 배우 정우성이 이들이 안전한 삶을 찾기 위해 떠나온 긴 여정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호다(The Unforgotten)’는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의 실향민 캠프 ‘하산샴’에 사는 9살  ‘호다’의 삶을 비춘다. 호다는 청각장애를 가졌지만 바깥 세상, 낯선 나라에서 온 이방인들과 소통을 마다하지 않는다. 작품은 호다와 같은 사람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살펴본다.

◇‘경계에서(Limbo)’는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떠난 수백 명의 사람들 중 레바논의 한 도시 베카에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우성은 고향 시리아의 알레포에서 제과사로 일하던 ‘하산’과 그의 아내 ‘주리에’가 3명의 딸과 사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세 단편 중 ‘안식처’의 관람 포인트는 난민들이 한국에 오기까지의 여정 그 자체다. 난민들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오긴 했지만, 그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인 정우성이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조국을 떠난 이유를 돌아본다.”

행사 당일 총 3회에 걸쳐 5개 작품이 상영된다. 이후 GV 시간에는 ‘아동의 시각으로 보는 전쟁과 난민 아동의 삶’ ‘난민의 이동 경로와 지정학적 맥락’ ‘우리가 생각하는 난민’ 등을 주제로 다양한 패널들이 참여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어필 측은 “각 분야 전문가와 활동가뿐만 아니라 다큐에 출연한 난민을 직접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 상영 외에도 극장 5층에 부스를 마련해 캠페인과 이벤트를 열고, 1층에서는 ‘세계 난민의 날’ 오픈 마이크, 공연 전시 등 문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예매는 네이버 해피빈(https://booking.naver.com/booking/5/bizes/239221)을 통해 오는 14일까지 가능하며, 1만원에 티켓 1매와 스티커?뱃지 세트를 제공한다.

사진제공. 난영화제(KORE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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