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여 전만 해도 뭉게뭉게 피어나던 시민자산화에 대한 담론, 시도 등이 어느덧 여기저기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대세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민간 영역에서 가장 ‘힙(hip)한’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의 심화와 법, 제도의 빈틈 속에서 쫓겨나고 밀려나는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소상공인 또는 각 현장에서 시작된 자산화의 고민이 다양한 층위의 공공기관, 중간지원기관, 정책, 제도, 언론 등에서 회자되고 있다.

?왜 그런가? 길게는 지난 10여년 서울 등 여러 대도시에서 본격화 된 다양한 사회혁신의 실험, 노력, 도전 등이 바로 부동산 앞에 멈춰서 있기 때문이다. 쫓겨남과 밀려남의 반복 속에 관계망은 거듭 실종되었고, 도돌이표처럼 다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지속가능과 긴 전망의 모색도 함께 실종되고 있다.

?시민자산화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여러 대안 중에 하나이다. 더 늦기 전에, 시민의 삶에 꼭 필요한 다양한 ‘공간’을 다수 시민의 힘으로 공동소유하거나, 공간에 대한 장기적이고 자율적인 ‘사용권’을 갖는 방식으로 전환해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자산화의 실행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소유는 높은 지대 때문에, 사용은 제도나 법 때문에 어렵다. 또한 기금이나 전문가를 연결하거나, 제도와 정책 변화를 위해 공공이나 행정을 연결하는 ‘중간’의 역할이 거의 부재하기에, 자산화를 위한 모든 필요를 현장 주체가 직접 해결해야 하거나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역의 자산화 주체들은 절박함을 가지고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전 국민의 꿈이 ‘건물주’인 나라가 된 것은 명백히 국가와 시장의 정책 실패다. 이제 그들이 책임 있게 답할 차례다.

지난 5월 15일 열린 ‘우리동네 지역자산화 프로젝트 해빗투게더 2019 출자제안 설명회./사진제공=해빗투게더협동조합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기금이다. 융자든 투자든 마중물도 필요하고, 비율이 어찌되건 매칭도 필요하다. 도매기금, 모태펀드, 개인투자조합 등 출처가 어디든 이를 조성하고 관리 운영하며 현장의 요구에 맞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소셜임팩트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도 있겠다. 지금 시점에 ‘시민자산화재단’이 설립되어 이러한 역할과 동시에 법률, 부동산, 홍보, 건축 등 전문 역량 연결과 지원도 가능한 ‘중간’의 역할이 탄생하면 더더욱 좋겠다.

?제도, 정책의 개선, 법의 제/개정도 절실하다. 민관의 공동 소유, 민관 합자 지역자산관리 및 개발회사 설립, 30년 이상의 임대 등을 가능하게 하는 공유재산법의 개정이나 공동체토지신탁(CLT), 부동산공익신탁, 토지공공임대제도 등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국공유지 기부채납 조차도 사실상 대기업에게만 열려있는데, 로컬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에게 더 권한과 역할을 넘길 필요가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면 영국의 ACV(Asset of Community Value)와 같은 등록 과정을 거쳐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로컬리즘 액트(The localism Act)와 같은 법 제정도 같이 진행될 필요가 있겠다.

?서울시 차원에서도 현재 전체 부서의 정책 공간 및 유휴 부지 등을 관리/점검하고 보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그들이 원하는 지역에 공간을 조성 및 매칭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의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제도의 근린생활시설 비율을 상향 및 조정할 수 있게 하거나, 상위법 제/개정 등을 통해 이를테면 공동체 상가 또는 장기 안심상가와 같은 정책과 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무엇이 필요하다고 계속 외치니 자칫 소위 ‘민원인’처럼 비칠까 걱정이다. 그러나 현장은 하루하루 일상을 지켜가기 위해 지금도 분투하고 있고, 끊임없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 자산화가 만능이나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스스로의 커뮤니티 및 비즈니스 역량 강화가 먼저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또한 스스로의 문제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료 시민, 지역주민들과 함께 제2, 제3의 커먼즈(Commons)를 계속 확장해 갈 것이다.

?그래서 바람과 기대를 담아 다시금 요청해본다. 공공행정과 여러 기관들도 로컬의 커뮤니티, 주체들을 좀 더 많이 믿어주시라. 권한도 최대한 동등하게 고민해주시고, 제도 및 정책 개선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시라. 화답이 있고 함께 손발을 맞춰가다 보면 어느덧 시민자산화의 실현에 가닿을 것이다. 오늘도 그렇게 믿어본다.

 

박영민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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