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대봉동에는 유명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있다. 방천시장 주변, 걸음마를 갓 뗀 김광석이 뛰놀던 지역이다.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도시를 둘러보는 ‘김광석 버스’를 운행하고,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도 있다.
그럼 청년 김광석의 자취는 어디서 찾아 볼 수 있을까? 대구에서 약 250km 떨어진 서울에 답이 있다.
# 김광석·백남준 자란 창신동을 거닐다
한양 도성 밖, 첫 번째 마을 종로구 창신동. 날 좋은 저녁, 창신동 도시재생해설사인 유정옥 씨를 따라 김광석이 실제로 살았던 ‘김광석 거리’를 거닐었다. 김광석은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6살부터 창신동에 거주했다. 결혼 후에도 창신동에 살며 교회 성가대로 활동했다. 사망 후에는 그 교회 묘지에 묻혔다. 그가 살던 연립주택에는 아버지 고 김수영 씨의 하얀 국가유공자 명패가 아직 붙어있다.
창신동의 유명인은 김광석뿐만이 아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도 성장기를 여기서 지냈다. 유정옥 해설사를 따라 들어선 ‘백남준 기념관’은 백남준이 1932년부터 1950년대까지 유년 시절을 보낸 큰대문집 터 내 작은 한옥을 탈바꿈한 곳이다. 서울시립미술관 별관으로, 곳곳에 TV, 스크린, 백남준을 오마주한 현대 작가의 작품들이 줄지어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백남준(배우)이 기다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백남준입니다. 종로구 서린동에서 1932년 7월 20일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죠. 저희 집은 부유했어요. 국내 캐딜락 자동차 2대 중 1대를 갖고 있을 정도였죠. 사업을 했던 다른 형제들과 달리, 저는 아버님 기대와 다르게 말썽꾸러기 예술가 막내로 자랐어요."
# 1000여 개 봉제산업 집적지, 살아있는 봉제거리 박물관
다시 밖으로 나와 걸었다. 구수한 냄새가 나는 시장 골목. 오토바이 몇 대가 부릉부릉 소리를 내며 다닌다. 봉제 공장이 1000여 개가 넘어 옷과 재료를 실은 오토바이가 많이 다닌다는 게 유 해설사의 설명이다. 벽에 붙은 알록달록한 원단, 골목에 나와 있는 마네킹, 건물마다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미싱 기계과 봉제사들이 이를 증명한다.
창신동 봉제마을은 동대문 시장의 주요 생산지이자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공장이 모인 봉제 산업 집적지다. 특히 대표적인 하청 공장이 모인 647번지 일대는 살아있는 봉제거리 박물관으로, ‘647 봉제거리 전시회’가 열렸다. 30년 넘게 봉제 마스터로 일하며 ‘동대문 그 여자’로 통하는 김종임 작가가 여행객들을 반겼다.
“이쪽 동네는 봉제사 집합소예요. 건물 하나하나에 다 봉제사들이 들어가 있죠. 전시를 위해 원단을 꼬아서 나무와 꽃을 만든 ‘등 트리’도 만들었고요, 벽에 붙은 라벨은 지금 저희가 사용하는 것들이에요.”
좁은 골목길 사이로 끊임없이 달리는 오토바이들. 동행했던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는 “오토바이는 창신동 활기의 척도”라고 설명한다. 오토바이가 많이 다니면 일거리가 많아 마을경제가 활기를 띤다는 뜻이다.
봉제거리에는 봉제와 관련한 각종 전시, 체험활동을 여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 자리 잡았다. 지금은 ‘HIDE AND SEEK : 숨바꼭질,’ ‘서울 명품봉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컴퓨터 자수기로 이니셜 새기기, 캐릭터 스티커 붙이기, 단추 달기 같은 체험도 할 수 있다. 4층에는 쉴 공간이 있어 봉제사들이 휴식 시간에 찾아온다.
# 일상 속에 스며든 문화...창신동에 특별함을 더하다
봉제거리를 거쳐 등산하는 기분으로 언덕을 오르니 등장하는 창신 제2동 주민시설 ‘회오리마당.’
신발을 벗고 들어가 잠시 숨을 고른다. 마을 예술가 ‘심 작가’가 직접 제작한 창신동 영상을 빔 프로젝터로 틀어준다. 화면은 넓게 퍼진 천 두 조각. 영상에는 창신동 거주민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골목에 사는 고양이 등 흔한 마을 풍경과 함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OST ‘걱정말아요 그대’가 흘러나온다.
“그동안 많이 제작됐던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작고 하찮지만 소소한 마을 풍경을 담은 영상을 만들었어요.” (심 작가)
마지막 순서는 산마루 놀이터. 청와대 본관에 걸린 작품 ‘광장에, 서’ 작가 임옥상이 만들어 4월 개관했다. 시소나 미끄럼틀이 있는 전형적인 놀이터 형태를 벗어나 골무 형상을 딴 정글짐이 보인다. 밖에서는 아이들이 흙으로 모래성을 쌓으며 논다. 요즘 보기 드문 풍경이다.
놀이터를 둘러보고 다함께 ‘달커피 카페’에 앉아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들이킨다. 서쪽으로 지는 햇살이 마지막 빛을 쏟았다.
사진=최범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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