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서울사회협약을 말하다'를 주제로 제1회 서울사회협약 정책포럼이 열렸다. 김병권 서울특별시 협치자문관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책임감을 높이고, 사용자의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영국의 총리 데이비드 케머런은 2009년 행정과 시민사회가 맺은 ‘사회협약’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998년 시민사회와 처음 사회협약을 체결한 영국 정부는 2009년 개정을 한 이후 지금까지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사회협약’이란 국가의 경제위기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사회적 대화나 정책 협의를 시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약 20년이 지난 2019년, 한국 서울에서도 시민과 행정이 ‘사회협약’을 통해 민관이 손을 맞잡고 동행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지난 5일 서울 종로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서울사회협약을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제1회 서울사회협약 정책포럼을 통해서다.

서울사회협약 “협치의 질적 모색, 풀뿌리?지속적 방식 위해”

류홍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시민사회활성화 위원장은 "이번 서울사회협약은 선언을 실행에 옮긴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차이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박원순 시장의 민선 7기 공약 사업인 서울사회협약 추진을 위해 협약의 필요성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민사회 영역별 협약 당사자와의 토론을 통해 비전 및 전략을 수립하고,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자리로 꾸려졌다.

류홍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시민사회활성화 위원장은 “협치의 꽃이 협약”이라며 크게 2가지로 의미를 정리했다. 

먼저 ‘협치의 질적 모색’을 꾀하기 위해서다. 지난 민선 5~6기 동안 시민참여예산, 정책박람회, 시민위원회 등 시민들의 행정 참여가 늘어나며 협치의 영역이 확대됐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해 ‘협약’을 통한 안착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풀뿌리?지속적 방식의 합의’다. 앞서 2016년 ‘서울협치선언’을 통해 민관 공동 약속을 규정한 바 있었으나, 당시 주요 시민단체 대표들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또한 주체별 실행 내용이나 이행 방식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으면서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반면 ‘서울사회협약’은 더 많은 시민사회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사전 협의를 거치고 의견을 모으는 민주적 방식을 밟는다. 또한 실효성 강화를 위해 제도화 단계로 나아간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민선 5기 이후 협치를 늘려왔지만, 시민사회의 참여가 행정과 동등한 위치에서 충분한 권한을 부여받으며 이뤄져 왔느냐에 대한 여러 문제제기가 있었다. 정선애 서울혁신기획관은 “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에도 행정에 비해 기우뚱한 위치에 있었다”면서 “기울기를 수평적으로 바로잡는 시작이 이번 협약이다”라고 강조했다.

‘공식적 제도와 인적 재량’ 사이 틈 메우는 의무와 책임 명시

이날 정책포럼에는 민관에서 수백명이 참여해 서울시 '협치'에 대한 행정과 민관 두 영역의 요구를 증명해보였다.

이날 포럼의 1부 ‘제안’에서는 ‘서울사회협약을 제안합니다’라는 주제로 김병권 서울특별시 협치자문관이 기조 강연에 나섰다. 김 자문관은 “과거 행정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기획하고 시민들에게 전달했다면, 이제는 기획 단계부터 시민과 함께 논의하고 시행해야만 좋은 시정의 결과를 낼 수 있다”며 “민관의 협치가 시대적 흐름이며 앞으로 더 확장되고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민관이 협력할 때 사용한 방식은 주로 법률, 조례 등과 같은 ‘공식적 제도’나 해당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인적 재량’이 대부분이었다. 

김 자문관은 “공식적 제도와 인적 재량 사이에 있는 여러 공백을 서울사회협약을 통해 메워보자는 것”이라면서 “공식적 제도는 아니지만 강제력이 있는 의무 사항과 서울시와 시민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쌍방 책임을 협약 안에 명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협약의 실효성 확보와 민관의 수직적 관계 개선이 핵심”

안연정 청년허브센터장은 "시민력과 생산력을 키우는 공동생산의 과정이 변화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청년까지 포함된 사회협약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부 ‘바람’에서는 ‘서울사회협약에 바랍니다’를 주제로 서울시 혁신 정책과 함께하는 △마을공동체 △NPO?여성?환경 △도시재생 △청년 △자원봉사 △사회적경제 △복지 등 7개 분야에서 활동하는 민간 활동가들의 발제 및 토론이 이어졌다. 이들 민간단체들은 포럼 개최 전 5~6월 영역별 간담회를 통해 서울사회협약에 대한 기대와 필요성, 추진 절차와 방식 등을 논의했다.

민간 영역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크게 ‘협약의 실효성’과 ‘민관의 수직성’으로 수렴했다. 

우선 계속해서 제기되는 ‘실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약 안에 철저한 이행과정 점검 및 평가 절차에 대한 내용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을공동체 영역의 부미경 사단법인 은평상상 이사장은 “협약이 단순히 선언적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실행력, 지속성을 담보하는 방향을 제대로 조직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2부 토론 시간에서는 7개 분야 민간 활동가들과 서울시 담당 공무원 등이 참여해 서울사회협약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또한 민관의 수직적 관계를 넘어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 신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청년 영역의 안연정 청년허브센터장은 “정책을 생산하는 사람(민)과 판단하는 사람(관)은 층(layer)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면서 “생산하는 사람의 에너지가 판단하는 사람에 의해 멈출 때 파괴되는 힘을 고려하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원봉사 영역의 김의욱 서울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역시 “현재는 시민이 관으로부터 일방적 지원을 받는 방식인데, 협약의 주체가 정당한 보상을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김승오 서울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는 “상호평가제를 도입해 시민사회와 공무원이 얼마나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적극적인지 평가한다면, 수직적 관계에서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서울사회협약 추진단?협의회 구성해 구체화…12월 공식 체결

포럼에 참석한 시민들은 서울사회협약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에서는 민간 영역의 전문성과 역량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NPO?여성?환경 분야의 이강준 사단법인 시민 운영위원장은 “시민사회가 공무원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을 넘어 창의적 생산자로 전환돼야 한다”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요구점이 무언지 정확히 파악하고, 주체로서 역량을 키워가는 방향으로 문법을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토론을 통해 ▲서울시를 넘어 자치구 단위로 협약을 확장해가야 한다(마을공동체) ▲대상과 범위를 좁혀 현실적 목표와 이행체계를 세워야 한다(NPO?여성?환경) ▲민관 책임에 대한 기준, 원칙·근거가 필요하다(도시재생) ▲핵심 철학을 담은 공통협약서와 세부 이행과제를 담은 2체계 형식으로 진행해야 한다(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날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은 민간 전문가와 서울혁신기획관 등으로 구성된 비상설회의체인 ‘서울사회협약 추진단’을 통해 구체화한다. 서울시는 이를 기반으로 시민, 지역사회 단체를 대표로 ‘서울사회협약 협의회’를 구성하고, 오는 12월 서울시와 민간주체 간 서울사회협약을 공식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조경만 서울협치추진단 협치총괄지원관은 “향후 정책포럼을 3차례 더 진행한다”며 “7월 중 서울사회협약에 담을 내용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고, 하반기에는 공론 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모으는 포럼을 2차례 더 개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서울협치추진단은 오는 7월 1차례, 하반기 2차례 등 총 3차례 정책포럼을 추가로 개최해 협약 내 들어갈 내용을 모으고, 12월 공식 체결을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사회협약’ 이것이 궁금해요! 서울사회협약추진단이 답한다.

Q. 협치와 서울사회협약의 차이점?

A. ‘협치’는 시정 의사결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정책이다. ‘서울사회협약’은 협치 정책 중 하나로 시민참여 행정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안정적 협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화 단계를 말한다. 협약 주체들의 실질적 참여를 촉진하도록 각 주체들의 역할과 책임성을 강조하는 행동 규약을 적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Q. 서울사회협약은 맺는 민간주체는 누구?

A. 상징적으로는 서울시장과 민간 협약기구 대표가 서명을 하지만, 협약에 서명하는 모든 민간단체가 협약의 당사자다. 민간주체는 협약 이행의 책임성을 담보하고, 서울시 행정과 협력 관계에 있는 모든 시민사회 단체와 커뮤니티를 말한다. 개별 단체 및 커뮤니티가 각각 협약에 서명하면서 민간 협약 기구에 참여하게 된다.

Q. ‘미세먼지 방지’ ‘식생활 개선’ 등 개별 정책 분야 의제도 협약의 내용이 될 수 있나?

A. 2019년 협약은 모든 정책 분야에 공통된 민관 협력의 원칙과 규범에 대한 것이다. 개별 분야의 구체적 의제는 협약의 큰 틀 안에서 정책 분야 이행 계획 수립 과정 등에서 협의할 수 있다.

Q. 서울시 시장이 바뀌면 서울사회협약은 소용 없어지나?

A. 영국 사회협약의 경우 노동당 정부에서 추진하고 체결했으며, 이후 보수당 정부에서도 계승됐다. 협약에 참여하는 민간의 조직적 힘이 협약을 유지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사진. 백상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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