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했지만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창업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을 소개합니다.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가의 자질과 창업 의지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우수팀들입니다.

 

 손끋비는 밀랍을 이용해 제품을 만든다.  송정화 대표(오른쪽)와 김지원 사원(왼쪽)이 함께하고 있다.

“밀랍으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이게 유해한지 아닌지 모르잖아요. 만들어서 혼자 1년 간 써보면서 확인했어요, 사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밀랍을 이용해 다회용 밀랍랩과 밀랍백을 만드는 송정화 손끋비 대표는 “직접 제품을 써가며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손끋비에는 ‘벌(밀랍)과 관련해 손으로 다 만든다’는 뜻을 담았다. ‘손끋’은 손끝의 옛 표기다. 송 대표와 수강생으로 인연을 맺은 김지원 사원이 함께하고 있다.

밀랍은 일벌의 배 아래쪽에서 분비하는 노란색 천연 왁스로 꿀 모으기, 알 낳아두기, 벌집 제작 등에 쓰인다. 송 대표는 “밀랍은 간단히 ‘벌집’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한다. 밀랍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송 대표에 따르면 미국 암센터에서는 환자들의 회복을 돕기 위해 병실에 밀랍으로 만든 초를 켜 놓는다.

그는 육아를 하며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양초, 비누 등을 만들게 됐고, 밀랍은 그가 다루던 재료 중 하나였다. “제가 알러지가 있고 기관지도 약한 편인데, 밀랍을 만지면서 증상도 없어지고 두통도 사라졌어요. 몸으로 체감하면서 밀랍에 더 빠지게 됐죠.”

 

밀랍이 만든 사회적 가치... 지역에는 교육을, 농가에는 소득을

손끋비 밀랍제품은 육성사업을 거쳐 탄생했다. 진흥원 육성사업에 참여할 당시만 해도 ‘밀랍을 가지고 만든다’는 아이디어만 있었고, 방점도 제품생산보다는 교육에 있었다. “‘이런 제품이 있다’ 정도로만 언급했는데 제품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해 주셨어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제품 생산을 명확히 해놓으면 향후에 교육으로 확장하기도 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손에 밀랍이 묻어나고 그랬어요. ‘이거 만들 수 있겠나, 안 된다’ 하는 말도 듣고 그랬죠.” 제조과정을 거듭 수정해 가며 밀랍랩과 밀랍백이 형태를 갖춰갔다.

밀랍 제품을 만든 후에는 하고자 했던 교육활동도 할 수 있게 됐다. 손끋비는 ‘수업을 통해 사회에 환원한다’는 사회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부산 금정구에 있는 손끋비 작업실에는 지역에 있는 경계선 지능 아이들이 찾아와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역 학생들과 함께 만들기 교육 등을 진행한다. 진로박람회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어른들은 ‘밀랍’하면 다 이해하세요. 아이들은 밀랍을 잘 모르니까 밀랍을 알리고, 만들기도 할 수 있게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어요.”

손끋비는 양봉업자에게도 도움을 제공했다. 양봉 농가들은 노동력이 한정적이다 보니 노동을 꿀 생산에 집중하는 편이다. “꿀 생산에 집중하느라 밀랍에는 신경을 못 쓰고 밀랍으로 수익을 내는데 소극적인 분들이 많아요. 경제성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있고, 그냥 버리는 분들도 있어요.” 손끋비는 밀랍을 활용해서 양봉업자들에게 추가수익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손끋비는 밀랍을 가공해 제품을 만든다. 사진은 제품으로 만들기 전 밀랍.
밀랍을 가공해 만든 양초 제품, 밀랍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박람회부터 펀딩까지, 시민 반응 확인하며 얻은 확신

밀랍제품을 만든 후에는 박람회, 펀딩, 매장 등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박람회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손끋비에게 큰 힘이 된다. “박람회 첫날 ‘이런 제품이 있냐’면서 물건을 사간 분이 다음 날에도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한다며 찾아왔어요. 박람회가 끝나고도 교육해 달라고 연락이 왔고요. 이렇게 좋아해 주는 분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해요” 손끋비가 만든 밀랍제품은 일본에서 진행한 제품박람회 참가팀으로 선정되어 일본에 소개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손끋비 밀랍백은 6개월에서 1년간 재사용이 가능하다.

작년 8월에는 ‘부산 사회적경제 지원 기금 크라우드펀딩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손끋비는 15개 팀이 참여한 페스티벌에서 두 번째로 많은 참여인원을 모집하며 제품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서울 내 매장 한 곳에 입점해 있는데, 주부들이 꾸준히 구매해 간다고 하더라고요. 제품에 확신이 생기죠. 제품을 더 보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소비자들이 보여주는 제품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인증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박람회에서 한 고객이 “밀랍, 몸에 좋은 제품인지는 알겠는데, 아무런 인증도 없이 어떻게 믿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겠냐”고 물어왔다. 제품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제품 안전성은 여전히 설득의 영역에 있었다. 손끋비는 작년 12월 환경부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 외에도 밀랍백, 밀랍랩 특허출원, 디자인출원등록, 완제품 시험검사서 획득 등 관련 인증을 쌓아나가고 있다. “앞으로는 박람회에 참여하면 인증 내역을 명확히 해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한시름 덜었어요. 밀랍 제품, 무해합니다.”

 

생산역량, 교육 콘텐츠 강화... 환경문제 알리고 싶어

손끋비는 더 안정적인 제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저희가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다 보니 생산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어요. 제품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이에 더해 소비자들이 용도에 따라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한가지 크기인 밀랍백 크기를 다양하게 만들 예정이다.

송정화 손끋비 대표는 밀랍을 이용해 지역 내 환경문제 인식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처음에 하고자 했던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슬라임 등 아이들이 만지며 하는 놀이 재료로 밀랍을 활용할 수 있어요. 북극곰이나 거북이처럼 환경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물 이야기도 교육에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요? 꿀벌도 등장하고요.”

송 대표는 박람회에 참여하고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이유를 “환경문제를 알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밀랍도 알리고, 환경문제도 알리고 싶어요. 부산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환경’에 다소 소극적인 편인데, 밀랍으로 지역에 환경관련 인식제고도 하고 싶습니다.”

 

사진. 김주찬 작가, 손끋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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