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했지만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창업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을 소개합니다.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가의 자질과 창업 의지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우수팀들입니다.

대구 예비사회적기업 정주드리미는 도시재생 관련 엔지니어링업체다. 도시의 비어있는 집을 개발하고 건축리모델링을 한다. 도시가스배관시공과 집수리사업도 주 업무다. 사업 분야가 이러하니 구성원들의 이력도 디자인, 캐드, 시공 등 전문기술 보유자들이 다수다. 김명찬 대표도 18년간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공작기계 전문가다. 

김명찬 정주드리미 대표는 공작기계 전문가에서 도시재생 관련 엔지니어링업체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가로 변신했다.

정주드리미는 그동안 하드웨어를 다루는 일을 주로 해왔지만, 공가개발 등 지역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이 정작 주민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곳곳에서 도시재생 많이 하지만 주민들 불만이 많아요. 공사 끝나고도 삶의 변화가 보이지 않으니까요. 주거지 가보면 소외된 어르신들도 여전히 많고...주민들이 체감하는 도시재생이 뭘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착안해서 정부 시책을 연계하고, 주택공사를 저렴하게 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죠.”

정주드리미는 지난해 3월 설립됐다. 독특한 기업명인 ‘정주드리미’는 ‘정착할 곳에 주거하다’라는 의미다. 정주드리미 설립 후 한국가스공사가 사회공헌사업으로 진행하는 온누리사업에 시행사로 선정됐다. 지역의 취약계층 및 사회복지시설들의 난방열효율개선사업을 담당했다. 올해 초에는 경로당 등 사회복지시설 공사를 하고, 사랑의집수리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도시재생 참여 주민들 삶 변화 고민...협력하니 문제 술술 풀려

정주드리미 설립에 큰 도움을 준 곳은 ‘더나눔협동조합’이다. 김 대표가 한 지역에서 가스배관공사를 담당하던 중 그 지역에서 활동하던 더나눔협동조합과 인연이 닿았다. 더나눔협동조합은 대신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65세 이상의 미싱가 어르신들로 구성된 마을기업이다.  

“당시에는 김 대표가 개인업체였는데 마을 일에 적극 나서 행정지원을 도와줬어요. 그런 김 대표를 좋게 보고 마을주민들이 먼저 저희에게 제안해주셨죠. 우리도 지역 환경개선사업을 하던 터라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뭔가 같이해보면 좋겠다 생각했죠. 당시가 도시재생 1기팀이 만들어질 때라 지역을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을 같이 해보자 그렇게 의기투합하게 되었어요.” -정미라 더나눔협동조합 대표-

정미라 더나눔협동조합 대표

두 기관이 지역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나선 지역은 달성토성마을이다. 이곳은 대구시 중구에서도 가장 취약한 주거지역에 속한다. 오래 전부터 성매매여성들이 활동하는 곳인데다 19채가 비어있는 집들이다. 공가가 많이 방치되는 경우 악취와 슬럼화로 지역민들의 삶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두 기관은 이러한 공가문제 해결에 먼저 나섰다. 비어있는 건물을 개발하는 방안을 고민했고, 그 첫 사례가 ‘미싱갤러리’다. 대구 중구 대신동 미싱골목 초입에 위치한 미싱갤러리 건물은 오랫동안 방치된 공간이었다. 미싱골목은 1970년대 서문시장이 원단과 포목 등 섬유제품으로 유명해지면서 형성됐다. 1980년대에는 80여 개 미싱가게가 생겨날 정도로 번창했지만 대부분의 봉제공장이 해외로 떠나면서 현재는 명맥만 이어오고 있다. 

정주드리미와 더나눔협동조합은 소기업의 취약함을 보완하기 위해 미싱갤러리 조성에 함께 나서며 협력했다.   

김 대표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2층 건물 리모델링에 나섰다. 그런데 리모델링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2층 공사 때 천장 부분을 뜯다보니 목조형태가 나오고, 그 나무에 ‘1933년 개요년 4.7일’이라는 글씨를 발견했죠. ‘금좌당’이라는 양철 간판도 발견하고요. 오래되고 역사적인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드니 저도 모르게 흥분이 되었어요.”

공사 당시 발견한 ‘금좌당’이라는 양철 간판을 미싱갤러리 인테리어에 활용했다. 사진은 미싱갤러리 직원들.

김 대표는 이 공간을 더나눔협동조합과 공동으로 조성해갔다.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협업만이 답이었다. 

“보증금 내고, 월세 내고 꼬박 5개월을 직접 발품을 팔며 공사를 했어요. 작년 12월에 이곳의 문을 열었을 때 지자체분들까지 와서 ‘대단하다’는 얘기를 해줬죠. 민간의 힘만으로 이런 시도를 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낙후된 지역 살리자”...서민시장 인근에 미싱갤러리 문 열어 

그렇게 완성된 미싱갤러리는 현재 더나눔협동조합이 운영한다. 카페인 동시에 더나눔협동조합 소속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키홀더, 지갑, 마스크, 스카프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미싱골목 내 어르신들에게 기증받은 1960년대 사용되던 재봉틀부터 미국산 빈티지 재봉틀까지 각양각색의 재봉틀을 카페 한 켠에 전시해두고 있다. 공사 당시 발견되었던 ‘금좌당’ 양철 간판라든지, 오래된 자개농 등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 옛 향수를 더해준다. 

미싱갤러리에서는 미싱골목 내 어르신들에게 기증받은 오래된 미싱을 전시하고 더나눔협동조합 어르신들이 만든 소품들도 판매한다. 소품 판매액의 일부는 취약계층을 돕는 일에 사용한다.

미싱갤러리는 동네사랑방 역할을 자처한다. 동네 어르신들과 매월 비빔밥데이를 진행하고, 도박 회복자들의 치유과정을 돕는 도마만들기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정미라 더나눔협동조합 대표는 “미싱골목과 골목 내 미싱가 어르신들에 대한 기록보존을 위해 아카이브(기록보관소) 구축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미싱갤러리가 대구시와 문화뱅크가 함께 지원하는 공모사업인 ‘청년응원카페’에 선정되었다. 청년응원카페는 지역의 청년들에게 카페 쿠폰을 주면 청년들이 그 카페를 이용하는 형태다. 

“낙후되었던 마을에 조금씩 청년들이 유입되는 걸 보면서 더 많은 청년들이 이곳으로 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카페가 그런 거점 역할을 하면 좋겠다 싶어요.”  

김 대표가 청년 플랫폼 조성을 고민하는 이유기도 하다. 

집수리카페도 올해 내 문 열어...주민 신뢰 바탕이 되는 집수리사업 고민    

창업 2년차지만 김 대표는 “사업하면서 하루하루가 기적같은 날”이라 표현한다. 직장생활만 하다 사업을 시작하니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시절 그에게 힘이 되어 준게 더나눔협동조합을 비롯한 주변의 기업가들과 지난해 선정되어 지원을 받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었다. 

“정부지원금 없이 미싱갤러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려웠는데 육성사업의 지원금이 큰 힘이 되었어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 과정에서도 행정적인 지원을 많이 받았죠.” 

정주드리미는 미싱갤러리 이후 또 다른 공가개발을 계획 중이다. 볼거리, 먹거리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구역 맞은편 오래된 건물을 집수리 카페로 조성한다는 것. 카페가 완성되면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취업진로 상담이나 일자리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곳을 찾는 청년 중 일부는 정주드리미가 올해 진행하는 사랑의집수리 사업의 보조 전문인력으로 연계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정주드리미는 두번째 공가프로젝트로 대구역 맞은편 공가에 집수리카페를 열고자 한다. 사진은 현재 공사 중인 집수리카페.  

또한 집수리사업과 관련해 소규모 마을 단위의 집수리 모듈화를 계획한다. 

“대부분 도시재생 하면 커피숍, 집수리 등만 생각하지만 잘 안돼요. 우리는 소규모 마을 단위의 집수리사업을 고민하고 있어요. 마을마다 필요한 게 다르니 모듈화 시키는거죠. 우선 한 동네에서 시범사업을 해보고 확대시켜 갈 거에요.” 

김 대표는 지역의 사회적경제들과 협력사업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는 고민이다. 올 하반기에는 지역의 3개 사회적경제기업들과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빨래방 운영도 준비 중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사회적경제기업드로가 협력해 웨딩타운 조성도 꿈꾼다. 

“우리 사업을 통해 시니어-청년이 융합되고, 집수리사업을 통해 지역이 더 생기를 찾고 지역 청년들이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주민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시니어-청년이 융합되고 지역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장영은(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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