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의 로망과 오이소박이>

1.
농막, 주말 농장, 세컨드하우스. 아무래도 중년남자의 다섯 번째 로망쯤 되는 듯하다. 평일에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자동차를 몰고 교외에 나가 하루 느긋하게 텃밭을 가꾸거나 잔디를 손질한다. 커피나 맥주 한 잔 하며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독서를 할 수도 있겠다. 여건만 맞는다면 낚시를 하거나 뱃놀이도 가능할까?

사실 이런 꿈은 말 그대로 로망에 가깝다. 막상 농막이든 세컨드하우스든 마련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늘 문제가 생긴다. 주말 교통체증에 발이 묶이기도 하고, 이상하게 휴일 약속, 행사도 많아진다. 그렇게 한두 주 방치하다 보면, 텃밭은 엉망이 되고, 하루 종일 잡초와 씨름하다 끝이 나고 만다. 로망은 깨지고 현실만 남는 것이다. 로망이 없는 전원생활은 매력도 떨어진다.

2.
우리 옆 농막이 그렇다. 첫 해는 컨테이너를 들이고 복토를 하며 의욕을 보이더니 지금은 3년째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텃밭은 잡초와 잡목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쓸 데 없이 큰돈을 버린 것이다. 

얼마 전, 손님들이 농막을 찾아왔다. 난 그릴에 바비큐도 하고 주변구경도 시켜주고 섬오갈피순, 상추, 부추 등 농작물도 조금씩 나눠줬다. 

“선생님은 신선처럼 사시네요.” 한 분의 반응이었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실상을 조금 설명했더니 그제야 한 발 물러선다.  
“하긴, 별장 주인보다 별장 주인 친구가 더 좋다고 하더라고요.”
 
로망을 현실로 만들 때는 늘 신중해야 한다. 
로망만으로 로망을 이끌어갈 수는 없다.

3.
<오이소박이> 
텃밭에 겨울부추가 나왔다. 식구도 안준다는 겨울부추라지만 난 가족들을 위해 오이소박이를 담그기로 했다. 

4.
<재료>
오이 10개, 부추 1/2단, 쪽파 약간, 양파 1개, 고추가루 1컵, 간마늘 1/4컵, 액젖 1/4컵, 매실청 1/4컵, 새우젖 2T, 다진 생각 1T, 찹쌀가루 1T

5.
<조리법>
1. 오이는 4등분한 후 십자로 칼집을 낸다. 이때 1센티미터 두께의 막대를 오이 옆에 두고 자르면 쉽다. 
2. 소금 1/3 컵을 넣고 물을 끓인 후 오이가 잠기도록 부은 후 30분간 절인다. 도중에 한 번 뒤집어 주면 좋다. 
3. 부추, 쪽파는 1cm굵기로 썰고, 양파, 당근은 다져서 준비한다. 
4. 찹쌀가루를 물 1컵에 넣고 풀을 쑨다. 
5. 찹쌀 풀이 식으면 오이를 뺀 나머지를 섞어 소박이 소를 만든다. 
6. 칼집 사이로 소를 적당히 넣어 소박이를 만든다. 
7.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