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60세 정년을 맞는 인구가 처음으로 80만 명을 넘어서면서 ‘베이비붐 세대(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의 은퇴가 본격화했다. 평균 수명이 높아지고 출산율은 낮아지면서 전체 인구의 1/4, 생산가능인구의 1/3을 차지하는 5060세대의 경제활동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이에 따라 은퇴 시니어들의 창업·재취업을 돕는 기관들의 역할이 강조된다. 사회적기업 '상상우리'도 매년 중장년 창업·재취업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지난 한 해에만 중장년 800여 명이 참여해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상상우리를 통해 인생 2막을 연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이로운넷이 전한다.
전국 연령대별 주택임차가능지수. /자료=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 ‘전세자금보증은 얼마나 임차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을까? : 가구별 특성을 중심으로’에 의하면 1인 가구의 주택임차가능지수가 청년층은 133, 중년층은 90, 노년층은 21로 나타났다. 0∼200 사이의 값을 갖는 ‘주택임차가능지수’가 100 이상이면 각 가구가 소득이나 재산 수준에 적정한 집을 빌릴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노년층의 주거 부담이 다른 연령층보다 심하다는 현황을 보여준다.

보고서 결과에 의하면 실제 노년층은 청년층보다 넓은 면적에 거주한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넓은 공간을 선호하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집이 있을 만큼 넉넉한 형편이라고 해도 응급 상황 발생, 사회적 고립 등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이사장 김수동, 이하 더함플러스)은 각자도생 현실에 내몰린 50+ 세대에게 ‘소그룹 공동체에 의한 협력적 주거’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다양한 공동체주거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더불어 사는 행복한 노년을 지원한다.

각자도생 주거 문제, 공동체 주택으로 해결

더함플러스의 비전은 ‘Happy aging is aging together!’이다.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일정 공간을 공유하면,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다. 물론 사적 공간을 보장한다. 개별 세대를 완전히 분리하되, 공유 공간을 두어 함께 쓸 수 있게 한다.

김수동 이사장 본인도 공동체 주택 주민이다. 더함플러스와는 상관없는 주택이지만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비슷하다. 10개 세대가 모여 살고 있으며, 공유 공간에 공통 거실·컴퓨터·프린터·빔프로젝터 등을 마련했다. 소비자주도 건축방식으로 지어져 건축 원가가 공유되고, 적정주택으로 지어져 가격 거품이 없었다.

더함플러스가 말하는 공유주택의 장점.

“아파트에 살 땐 모든 물건을 집 안에 둬야 해서 33평이 필요했다면, 공동체 주택에서 살 땐 20평이면 충분해요. 각 세대가 2평씩만 모아도 20평이 생기잖아요. 그럼 10집이 20평을 공유하면서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두고 나눠쓰면 돼요. 내 공간 20평에 함께 쓰는 공간 20평이 더해지는 거죠. 주택 마련 비용, 주거비는 줄고 관리비가 없죠. 이웃 간에 크고 작은 나눔이 벌어지니까 생활비도 줄어들어요.”

이미 마련된 공간에 언제든 입주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다. 수도권에서 공동체 주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상담을 받는다. 입주희망자의 나이, 가족 구성원, 경제적 수준, 추구하는 가치 및 취향, 희망거주지역, 공동체 경험 수준 등을 더함플러스가 확인한 뒤 수요자들을 묶어 관계망을 형성한다. 맞춤형으로 주택을 설계, 건축한 뒤, 이미 관계가 형성된 입주자들을 들인다.

함께 소유하는 기업으로 사회 문제 풀어내다

김 이사장은 공대 출신으로, IT 대기업에서 프로그래머, PM, 컨설턴트 등으로 일하다가 40세에 벤처 기업을 창업한 경력이 있다.

“벤처사업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피로가 많이 쌓이고 건강이 나빠지는 걸 느꼈어요. ‘대박’의 꿈을 꿨는데 대박은 보이지 않고 동료들과 관계가 악화하더라고요. 계속 이렇게 사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 다른 진로를 찾던 차에 사회적경제에 관심 가졌어요.”

벤처사업을 할 때도 함께 소유·경영하는 회사를 꿈꿨던 김 이사장은 2014년 사회적기업 창업교육을 받으며 ‘이거다’ 싶었다. 그 해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시니어소셜하우스’라는 사업 제안서를 냈다. 거시적이고 커다란 사회 이슈보다 직접 경험하고 느낀 ‘나의’ 문제를 아이템 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15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선정된 후 상상우리와 프로젝트 ‘50+ 누구와 살 것인가?’를 같이 했다. 50~60대 여성 1인 가구를 5명을 대상으로 한 공동체 주거 시뮬레이션이었다. 5주에 걸쳐 매 주말 공동체 주거 가상 체험을 진행해 여성 1인 가구가 겪는 어려움을 듣고, 다양한 이슈를 논했다. 다음 해에는 상상우리에서 교육 콘텐츠로 창업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수업도 들었다.

‘공동체 코디네이터’라 불러주세요

'더함'은 '더불어 함께'의 줄임말이다. 현대 사회에는 노년에 대한 마이너스 (-) 이미지가 팽배해있는데, 더불어 함께 이어져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가 되는 존재로 살아보자는 취지를 담았다.

김 이사장은 스스로를 ‘공동체 코디네이터’라 부른다. 더함플러스를 통해 공동주택에 입주한 이들이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도록 돕는다.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여서 지내다가 관계가 깨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전문 안내자 역할을 하는 거죠.”

더함플러스는 2016년에는 매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선정하는 우수 협동조합에 선정됐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조합원을 본격적으로 모았다. 현재 약 40명의 조합원과 함께한다. '50+공동체주거' 강좌와 ‘The 달;공’이라는 월례 모임도 진행한다. The 달;공은 ‘더함플러스 다달이 공동체 주거 모임’ 혹은 ‘더함플러스 달콤한 공부 모임’의 약어로, 공동체 주거 커뮤니티에 관한 다양한 공부와 교류를 도모한다. 조합원 중심으로 3월에 시작해 공동체 주거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소통의 장으로 발전 중이다.

내년에는 서울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 사업을 준비 중이다. 1인 가구는 주택 시장에서 선택지가 별로 없다. 현재 원룸이나 도시형 생활 주택 가격은 1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김 이사장은 “1인 가구들이 쫓겨날 걱정 없이 임대해 살 수 있는 공동 주택을 마련해, 다양한 공유 공간을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더함플러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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